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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건조하기는 하지만 따뜻한 햇살이 기분 좋은 봄이다. 걷는 일이 다른 때보다 더 즐겁다. 그런데 걷다보면 자꾸 두리번거리게 된다.

아침에 빵을 사러 가는 길에 연두색 동전을 주웠다. 잎이나 꽃보다는 나무의 풋열매로 보였는데 가운데 씨앗과 주변을 둘러싼 날개가 동글납작한 것이 귀여웠다. 강한 봄바람에 떨어진 동전들이 길가에 소복이 쌓여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꽤 키 큰 나무 가지에 동전 뭉치도 발견할 수 있었다.
 
작고 귀여운 연두색 동전을 주웠다.
▲ 연두색 동전 작고 귀여운 연두색 동전을 주웠다.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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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연두색 동전이 수북이 있다.
▲ 길거리에 연두색 동전 길거리에 연두색 동전이 수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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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로 산책을 가다 또 만났다. 이번에는 벚꽃잎과 함께였다. 짙은 색의 땅 위에 연두색 동전들이 분홍빛 벚꽃잎과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고 있었다. 세상을 온통 연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벚꽃이 주인공인 벚꽃 축제 시즌이라 모두가 위를 쳐다보았지만 두리번거리며 걷기 좋아하는 나는 연두색 동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잠시 만들어지는 무늬. 하루 이틀 지나면 시들어 사라지는 예술작품
▲ 연두색 동전과 분홍색 꽃잎 잠시 만들어지는 무늬. 하루 이틀 지나면 시들어 사라지는 예술작품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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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찾아보니 그 연두색 동전이 느릅나무 열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전에 꽃도 피웠을 텐데 나무가 크고 높고 꽃잎도 없다보니 보지 못했나 보다. 대신 열매를 발견한 것인데 <나무 해설 도감>을 보니 "동글납작한 타원형 열매는 가장자리에 날개가 있고 모양이 동전과 비슷해서 '유협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참고로 유협전은 옛날에 사용했던 얇은 동전이다. 옛날 사람과 내가 같은 열매를 보며 떠올린 것이 비슷하다니 재미있다.

또 다른 연두색 동전도 만났다. 우리 아파트에는 튤립공원이라는 크고 넓은 공원이 있다. 봄 햇살에 색깔별로 모양별로 모인 튤립들이 화려함을 뽐내고 있을 때였다. 튤립 너머 푸른 잔디밭에 키 작은 풀들이 보였다.
 
어머 너희는 누구니?
▲ 튤립 너머 하얀꽃 어머 너희는 누구니?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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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여리한 몸에 하얀 꽃이 피어 있었다. 그 수도 정말 많아서 금메달 따고 돌아오는 올림픽 영웅들을 환영하는 인파 같았다. 흰 손수건을 쥔 손을 힘차게 흔들며 열렬히 환영하는 소녀들 같다. 색은 하얀색으로 단아하지만 햇살을 받으니 눈이 부시도록 화사하다.
 
하얀꽃이 가득 피었습니다.
▲ 손수건을 흔드는 소녀들같은 하얀꽃 하얀꽃이 가득 피었습니다.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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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하얀꽃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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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얀 꽃은 작년에 만났던 '봄맞이'였다. 꽃을 감상하다가 잎도 살펴보았다. <풀이 좋다>에서 안경자 선생님이 "바닥에 붙은 구릿빛 잎이 동전처럼 보인다고 '동전초'"라고 하셨기에 확인해 보고 싶었다.

설명하신 대로 구리 동전도 있었지만 봄날 햇볕을 만나 광합성을 한 잎들은 연두색 동전으로 변해 있었다. 테두리가 오돌토돌한 것이 동전의 톱니모양도 그대로 닮아 깜찍하다.
 
봄맞이의 갈색 잎과 연두 잎. 둘 다 오돌토돌 톱니가 귀엽다.
▲ 구리빛 동전과 연두색 동전 봄맞이의 갈색 잎과 연두 잎. 둘 다 오돌토돌 톱니가 귀엽다.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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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짧지만 강렬한 계절이다. 죽어있는 듯 칙칙하고 거칠던 자연이 한순간에 생명력이 넘치고 부드럽고 고운 모습으로 변한다. 그 안에는 벚꽃처럼 풍성한 화사함을 담은 꽃도 있고 튤립처럼 찐한 매력을 뿜는 꽃도 있다.

그리고 그 옆에 느릅나무나 봄맞이같이 수수하고 은은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름다운 꽃과 열매도 있다. 그래서 길을 걸으며 두리번거린다. 그렇게 걷다보면 생각지도 않게 연두색 동전을 용돈으로 받을 수 있다. 당신도 그럴 수 있다.

태그:#강릉, #봄맞이,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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