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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토요일. 이태원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선 자녀, 연인, 친구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애도할 새도 없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 지 150일. 하룻밤 새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이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상규명의 과제를 알리기 위해 버스를 타고 전국순회에 나섰습니다. 그 현장을 기록합니다.[기자말]
참사 이후 158일, 10.29 진실버스가 출발한 지 벌써 9일이 지났습니다. 서울, 인천, 청주, 전주, 정읍, 광주, 창원, 부산, 진주, 제주, 대구를 지나 4월 4일은 대전에 도착했습니다.

이날도 아침 출근길에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피케팅을 시작합니다. 아침 8시부터 대전시청 앞 네거리에서 진행된 출근길 피케팅은 대전지역 시민대책회의 분들이 함께해줬습니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이 한 번이라도 우리에게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자리 선정부터 신중했습니다. 특별법 제정을 향한 간절한 마음이 잘 전달되길 바랐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대전 시청네거리에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대전 시청네거리에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대전 시청네거리에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대전 시청네거리에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방법"

오전 11시에는 세월호 9주기 추모 주간을 맞아 '대전 기억다짐 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진행됐습니다.

희생자 박가영 어머니 최선미씨는 "대통령이 기억하고, 정부가 기억하고, 여야가 기억해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뼈에 새기고, 머리에 새겨서 한 치도 느슨하지 않고 안일하지도 말라"라며 "특별법 제정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소리 높여 말했습니다.

이번에도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없이 넘어간다면 "또다시 자식들을 장례식장에서 만나야 하는 엄청나고 무서운 일들이 생길 것"이라며 "이 땅에 남아 있는 다음 세대의 미래를 돌려주기 위해 진실버스를 타고 전국을 다니고 있다"고 특별법 제정에 뜻을 모아주길 호소했습니다.

양한웅 '10.29진실버스' 단장은 "10.29 이태원 참사는 유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문제이고 생명의 문제이기 때문에 (특별법을) 빨리 통과시키기 위해서 유가족들이 국민의힘(여당)도 찾아가겠다"며 특별법이 본회의 통과를 위해 국회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대전시민사회 관계자들이 세월호참사9주기 <대전기억다짐 주간 선포>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대전시민사회 관계자들이 세월호참사9주기 <대전기억다짐 주간 선포>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대전시민들과 간담회도 진행했습니다.

희생자 김미정씨 어머니 박랑주씨는 "무엇을 먹어도 먹는 것 같지도 않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도 않고, 눈을 뜨고 있으면 아이가 눈앞에서 왔다 갔다 아른거리기만 한다"면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유가족들을 만나러 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주말이면 유가족들을 만나 한 가족처럼 얘기도 할 수도 있고, 그래서 지금 마음의 위로도 받고 시민단체 여러분들이 많은 도움을 줘서 진실버스도 시간 나는 대로 활동을 같이하고 있다"면서 연대해주는 시민들에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희생자 최민석씨 어머니 김희정씨는 "옛날부터 나라는 높은 자리에 있는 권력자들이나 명예 있는 사람들이 지키는 게 아니라 힘 없는 노인들이나 국민 한 사람들이 나라를 지켜왔다"며 "특별법이 정말 현실성 있고 실효성 있는 정말로 재발 방지가 되는 법이 될 때까지 국민들이 매의 눈으로 지켜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간담회의 한 참석자는 "'20, 30대까지, 평생을 키워왔던 아이들을 떠나보낸다면 어떤 기분일까?' 싶다면서 아이를 둘 키우고 있어서 유가족과 동행할 수는 없지만 같이 울림을 퍼트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함께 연대하겠다"는 약속을 전했습니다.

"9년 전 '고맙다' 인사한 세월호 가족의 마음... 이태원 가족에 도착했어요"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전교조 대전지부 노조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전교조 대전지부 노조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이날 저녁엔 은하수 네거리에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피케팅과 문화제를 진행했습니다.

대전·충남지역 유가족협의회를 맡은 희생자 진세은씨 고모 진창희씨는 9년 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자신은 "누구보다 세월호 유가족과 연대하는 시민"이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습니다.

"그때는 그저 나의 관심이 실오라기 같은 힘이나 발휘할 수 있을까, 미약하고 고결할 것 없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알겠습니다. 저희 같은 피해자에게 시민들의 실오라기 같은 참여와 연대는 뭉치고 단단해져 생명의 동아줄이고 끊어지지 않는 희망입니다.

9년 전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던 세월호 유가족의 마음이 9년의 세월을 건너 이제 제게 도착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마음을 모르면 좋겠습니다. 연대하는 시민에서 유가족의 입장에 서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은 채 우리는 또 다른 참사 앞에 이렇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진창희씨는 "(대통령)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폭락한 지지율에 마약 검거로 회복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우리 아이들은 이 봄날의 꽃길을 걷고 있었을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20대 청춘들을 생각하며 울 것이 아니라 이태원 희생자들의 영정이 놓인 서울 분향소에서 눈물을 흘렸어야 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대전 은하수 네거리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 은하수 네거리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빗물과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이었습니다. 희생자 송채림씨 아버지 송진영씨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났을 때 두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합니다.

"그때 우리가 법을 제대로 만들었다면 이태원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죄송합니다. 이번에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막아주십시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 청원이 완료돼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독립적이고 강제권을 가진 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지도록 모두가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국회를 주시해야 합니다.

10.29 진실버스는 4월 5일 수원을 거쳐 서울로 돌아옵니다. 아침 8시에 수원역과 수원올림픽공원을 들르고 오후 4시엔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저녁 6시 34분'에 서울 합동분향소가 있는 서울시청 광장에서 진실버스 해단식과 159일 추모문화제가 진행됩니다.

보라색 버스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을 보거든 함께한다는 인사를 전해주세요. 서울에서 행진도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159일 시민추모대회 포스터
10.29 이태원참사 159일 시민추모대회 포스터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덧붙이는 글 | 10.29 진실버스는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함께합니다. 3월 27일에 출발한 10.29 진실버스는 전국 13개 도시를 거쳐 참사 159일이 되는 4월 5일에 서울광장 분향소로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서울에서 진실버스 해단식과 문화제가 예정돼 있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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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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