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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토요일. 이태원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선 자녀, 연인, 친구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애도할 새도 없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 지 150일. 하룻밤 새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이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상규명의 과제를 알리기 위해 버스를 타고 전국순회에 나섰습니다. 그 현장을 기록합니다.[기자말]
20여 년 전인 2003년 2월 18일, 대구에선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최악의 지하철 사고로 손꼽히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한 사람의 방화로 인해 지하철에 탑승했던 승객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습니다. 생존자 중 많은 수는 여전히 사고 후유증과 그날의 끔찍한 기억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평범하게 일상을 영위하다가 갑작스러운 재난을 마주했던 대구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태운 진실버스는 4월 3일, 참사 발생 157일째에 대구에 도착했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대구 범어네거리에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대구 범어네거리에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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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동의 청원 5만 명 달성 감사합니다"

아침 8시. 범어네거리에서 출근길 피케팅을 시작으로 대구시민들에게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알리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호소했습니다.

아침 11시. 대구백화점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희생자 유진이 아버지 최정주 씨는 "사람이 목숨을 잃고 다쳤는데 이것이 보수와 진보의 문제인가 의문이 들었다"고 말합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만큼 진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안전을 원한다면 재난을 기억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실을 알아야만 여러분들 아이들의 미래를 지킬 수 있습니다. 국민동의 청원 특별법 제정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대구 시민 여러분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도와주십시오.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오후 3시. 동대구역에서 피케팅하고 서명받는 동안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 청원이 목표인 5만 명을 달성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청원을 시작한 지 열흘만의 성과였습니다. 피켓을 들고 서명을 독려하고 있던 장애인차별철폐 운동 활동가들도 유가족들과 함께 기뻐했습니다.

근처 카페에서 내놓은 박스를 챙기고 문구점에서 크레파스와 유성매직을 구입해 감사 인사를 전할 피켓을 만들었습니다. 가영이 어머니와 민석이 어머니가 글자 틀을 만들고 나머지 분들이 크레파스로 색칠했습니다. 급하게 만들어 예쁘진 않지만, 함께해준 국민 여러분, 대구시민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국민동의청원 5만 명 달성을 감사하는 피켓을 만들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국민동의청원 5만 명 달성을 감사하는 피켓을 만들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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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대구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국민동의청원 5만명 달성을 축하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대구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국민동의청원 5만명 달성을 축하하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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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우리 사회에 이런 참사가 없는 행복한 세상이 됐으면"

이날 대구에선 참 인상적인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유가족이 대구에 오는 것을 알고 아침 7시부터 유가족을 만나러 기다린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 청년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먼저 겪은 사람이었습니다.

"참사 책임자들의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화가 났고 유가족들과 연대해 함께 싸우고 싶다"면서 편지를 건넸습니다. 우리와 함께 눈물을 흘리고, 온종일 진실 버스를 함께 타고 대구 시내 곳곳을 다니며 목소리를 냈습니다.

앞으로도 "특별법이 제정되고 책임자가 제대로 처벌받아 이런 슬픈 참사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대구에서 함께 싸우겠다"는 그 말이 무척 든든해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중앙로역에 마련된 지하철 참사 현장을 보존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인 '기억의 공간(추모벽)'에도 방문했습니다.

'기억공간'이라는 글씨가 눈에 잘 띄지 않는, 벽으로 막혀 동굴처럼 들어가야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참사 발생 12년 만에 만들어진 이곳에서 12량의 객차를 뼈대만 남긴 채 모두 태워버린 참사의 끔찍함이 남아있었습니다. 화재 흔적이 남은 벽에는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가 보존돼 있었습니다.

희생자 지민이 아버지 오일석 씨는 아직 이태원 참사 공간도 가보지 못했다고 말하며 벽에 적힌 메시지들을 한참 동안 바라봤습니다. 이날 저녁에 진행된 추모제에서 지민이 아버지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무능과 안전불감증으로 촉발된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재난 안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특별법이 제정돼도 우리 지민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 더는 길을 걷다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그런 일이 없도록, 그런 사회적 노력의 마중물이 됐으면 합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기억했다면, 세월호를 기억했다면, 이태원 참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이태원 참사를 반드시 기억해서 다시는 우리 사회에 이런 참사가 없는 행복한 세상이 됐으면 합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이 대구 지하철참사 추모 공간인 '기억의공간'에 방문해 추모글을 읽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이 대구 지하철참사 추모 공간인 '기억의공간'에 방문해 추모글을 읽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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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진실버스는 4월 4일에 대전으로 향합니다.

대전시청 부근에서 피케팅과 세월호 기억 주간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고, 저녁엔 은하수네거리에서 시민들과 문화제를 진행하고 행진할 예정입니다. 지나가다 보라색 버스와 조끼를 입은 진실 버스 탑승자들을 보시거든 잠시만 걸음을 멈추고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진실버스를 만나지 못하지만 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연대하고 싶다면 텀블벅 사이트에서 <10.29 기억과 연대의 별>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기사] 
대구 온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도와달라, 진실 알고 싶다" https://omn.kr/23cwi
[진주] '이태원' 얘기 들은 할머니의 한마디 "내가 다 눈물이..." https://omn.kr/23chn
[제주] 이태원 참사 유족 "윤 대통령이 소통 늘려? 우린 국민 아니냐" https://omn.kr/23cde
[부산] "일방적인 껍데기 분향소에 조문... 국가폭력입니다" https://omn.kr/23c89
[창원] 흐드러진 벚꽃... 자식 잃은 부모는 투사가 되고 있다 https://omn.kr/23c09
[광주] "잘 먹어야 합니다" 오월어머니들이 이태원 참사 유족에게 전한 당부 https://omn.kr/23bg2
[정읍] 정읍에도 아주 '특별한' 분향소가 있습니다 https://omn.kr/23ar2
[청주] "아이 찾아 12시간을 헤맸어요"... 엄마가 말 잇지 못한 사연 https://omn.kr/23a2q
[인천] 세월호 유족이 이태원 유족에 건넨 말 "'열심히'가 아니라..." https://omn.kr/239e8
 
'10.29 기억과 연대의' 배지와 키링
 '10.29 기억과 연대의' 배지와 키링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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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10.29 진실버스는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함께합니다. 3월 27일에 출발한 10.29 진실버스는 4월 4일 대전, 5일 경기 수원을 지나 참사 발생 159일이 되는 4월 5일에 서울광장 분향소로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서울에서 진실버스 해단식과 문화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태그:#1029 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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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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