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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토요일. 이태원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선 자녀, 연인, 친구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애도할 새도 없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 지 150일. 하룻밤 새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이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상규명의 과제를 알리기 위해 버스를 타고 전국순회에 나섰습니다. 그 현장을 기록합니다.[기자말]
3월 27일에 서울에서 출발한 10.29 진실버스는 일곱 번째 날인 4월 2일 진주에 도착했습니다.

이날 유가족은 진주에서 경상국립대학교 학생들과 진주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연이어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한편, 유가족 중 일부는 제주로 날아가 시민들을 향해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청원 참여를 호소했습니다(관련 기사 : 이태원 참사 유족 "윤 대통령이 소통 늘려? 우린 국민 아니냐" https://omn.kr/23cde ).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

진실버스는 먼저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 또래의 경상국립대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희생자 고 최민석씨 어머니 김희정씨는 대학교에 들어오는 순간 아들 민석이가 생각났습니다. 김희정씨는 "이 교실에 와서 꽉 채우고 있는 이 젊은 학생들을 보니까 ... 관심 없고 우리를 힘들게 하는 어른들보다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살릴 수 없어요. 절대로 절대로 살릴 수도 없고 돌아올 수도 없어요. 그런데 우리가 왜 이런 힘든 일을 하게 됐냐 하면 바로 여러분들 같은, 우리 민석이의 친구들도 있고, 동생들도 있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이 법(특별법)이 반드시 만들어지고 더 좋은,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져야 해서예요.

여태까지 사회적 참사들이 많이 있었지만, 원인은 다 알려진 것이 없잖아요. 누가 어떻게 잘못했는지 전부 다 알려진 게 없고, 책임자 처벌 무섭게 받은 사람들 없어요. 그래서 이런 참사들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 우리 아이들도 희생됐다고 생각하거든요."


희생자 고 김수진씨 어머니 조은아씨는 '수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다'고 했습니다.

"상황을 들어보니까 숨이 붙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수진이를 차에 태워서 병원으로 안 데리고 갔더라고요. 병원으로 바로 데리고 갔더라면, 살리려고 하는 그 시도라도 해 봤더라면, 목소리라도 듣고 갔더라면 하는 생각에...

저는 수진이 마지막 그 상황을 알고 싶은데 알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안치실에 가서 수진이를 봤을 때 홀라당 전부 벗겨져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너무 기가 막히고... 왜 우리 아이를 이렇게 벗겨놨습니까 물어보고 싶었어요. 아무도 그 부분에 대해서 말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경상대학생들에게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경상대학생들에게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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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대학생들의 질문도 나왔습니다. '분향소 설치 과정에서 서울시가 비협조적이었는데 현재 분향소 운영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을 묻기도 했씁니다. 

희생자 고 최유진씨 아버지 최정주씨는 "녹사평역 분향소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세훈 시장이 방문하기는 했으나 그때도 사과나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라, 왔다 갔다고 말하기 위해서 그냥 온 것"이었다면서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더욱 안전한 사회"을 위해서

뒤이은 시민단체 간담회에서도 최정주씨는 "앰뷸런스를 시와 군 경계를 넘어서 (희생자 시신을) 지방으로 보내도록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이, 지금 구속되거나 재판을 계속받고 있는 하위직 공무원들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면서 "진실이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가족들은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특별법 제정을 위해 나선 것은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읍니다. "국가의 안전관리 소홀로 바로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특별법 제정에 함께해달라" "특별법 청원에 동의하는 것이 내가 법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친구들에게도 권해달라"라는 호소입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진주에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진주에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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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진주에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진주에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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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간담회를 마친 진실버스는 오후엔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서명운동과 피케팅을 진주 남강변과 개양오거리에서 진행했습니다.

유가족들은 강변에 산책 나온 진주 시민들에게 "자료를 요구할 강제권이 있고, 위증을 하면 벌을 받도록 하는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그날 이태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잘 모른다는 한 할머니는 유가족의 설명을 다 듣더니 "내가 다 눈물이 난다"면서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며 서명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어떤 시민은 "여긴 특정 정당의 표밭이라 힘들 것"이라면서도 "힘내라"고 응원해주기도 했습니다. 

개양오거리서 피케팅을 진행할 때는 오전 간담회에 참여했던 대학생들이 깜짝 방문해 함께 피켓을 들기도 했습니다. 이 학생들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위로와 응원의 마음이 담긴 편지와 함께 캔디와 비타민 음료를 유가족들에게 선물하며 유가족들과 함께하겠다는 연대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대학생들이 진주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호소 활동을 함께했다.
 대학생들이 진주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호소 활동을 함께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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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유가족 곁에서 힘차게 소리를 내어준 대학생들과 진주시민들이 있어서 든든한 하루였습니다. 그만큼 떠나간 아이들 생각도 많이 났던 하루였습니다.

"정부의 안전관리 소홀로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나지 못하는 건 우리가 마지막이 되게 도와달라"는 유가족들의 호소가 많은 진주 시민에게 닿았길 바랍니다.

10.29 진실버스는 4월 3일 대구에 닿습니다. 오전 8시 출근길 피케팅부터 대구백화점, 동대구역, 저녁에는 동성로에서 진행되는 문화제까지 다양한 곳에서 대구 시민들을 만납니다. 

지나가다 보라색 조끼를 입고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만나시거든 걸음을 멈추고 잠시만 시간을 내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련 기사] 
[제주] 이태원 참사 유족 "윤 대통령이 소통 늘려? 우린 국민 아니냐" https://omn.kr/23cde
[부산] "일방적인 껍데기 분향소에 조문... 국가폭력입니다" https://omn.kr/23c89
[창원] 흐드러진 벚꽃... 자식 잃은 부모는 투사가 되고 있다 https://omn.kr/23c09
[광주] "잘 먹어야 합니다" 오월어머니들이 이태원 참사 유족에게 전한 당부 https://omn.kr/23bg2
[정읍] 정읍에도 아주 '특별한' 분향소가 있습니다 https://omn.kr/23ar2
[청주] "아이 찾아 12시간을 헤맸어요"... 엄마가 말 잇지 못한 사연 https://omn.kr/23a2q
[인천] 세월호 유족이 이태원 유족에 건넨 말 "'열심히'가 아니라..." https://omn.kr/239e8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진주 시민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진주 시민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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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10.29 진실버스는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함께합니다. 3월 27일에 출발한 10.29 진실버스는 4월 3일 대구, 4월 4일 대전, 5일 경기 수원을 지나 서울광장 분향소로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태그:#1029 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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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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