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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3일 오전 8시 33분

2022년 12월 서울시의원들은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예산을 142억 원이나 삭감했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에 근무하고 있는 우리가 열심히 일하지 않고, 감히 월급제 정규직으로 "서울시 생활임금"씩이나 받고 있기 때문이란다.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의 노고를 이해해야 할 대표이사는 오히려 시의원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애초에 설계가 잘못되었다고 질타한다. 대체 왜 오늘도 더 나은 돌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시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일까?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서울시민에게 돌봄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공공기관으로 만들어졌다.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에도 참여해 돌봄 종사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고용환경을 개선하여 질 좋은 돌봄 표준서비스 운영 모델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노동자들은 공적 돌봄의 역할을 충족하기 위해 어려운 조건에서도 노력해왔다. 악성 민원인의 '갑질' 앞에선 감정노동에 시달려야 했고, 코로나 시기에는 감염의 두려움도 무릅쓰고 이용자를 돌봐야 했다.

감염병 대응체계가 허술한 조건에서 격리시설에서는 휴게시간도 없이 2교대로 24시간의 돌봄 공백을 메웠다. 안전보호장비도 없는 채로 긴급돌봄체계를 만들어 간 공공돌봄기관의 돌봄노동자들 덕분에 서울시민의 일상이 유지되었던 것이다.

돌봄노동자들의 노동은 언제나 저평가되었고 긴급상황 속 일상은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삶, 그리고 시민을 위한 지속가능한 서비스가 유지되기 위해서 "사회서비스원 법"이 반드시 필요했다. 2021년 10월 "사회서비스원 법"이 누더기 상태로라도 통과되자, 우리는 공적돌봄서비스와 우리의 일자리가 조금이나마 안정되리라 기대했다.

역행하는 공공돌봄은 누구의 책임인가?

하지만 윤석열 정권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회서비스 민영화 정책으로 오히려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오세훈의 최측근 황정일 대표이사와 시의원들은 공공돌봄의 작동을 이해하지 못한 채 민간방식과 비교하며 "현장 돌봄노동자들이 근로시간이 적다", "도덕적 해이", "돌봄 노동계의 삼성", "귀족노동자" 등 그동안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려온 돌봄 노동자들의 직업적 존엄마저도 짓밟는 발언을 이었다.

물가는 한없이 오르는데 사측은 불성실한 교섭태도를 보이며 임금 동결을 시도했고, 직장에선 장애인돌봄사업을 돌연하게 폐업하거나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2차 가해를 저지르는 일도 발생했다.

종사자의 정년보장을 기치로 내걸고 설립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어린이집 종사자들은 고용 불안에 떨며 하나둘 퇴사하고, 정규직 인력이 퇴사한 자리는 계약직으로 메꿔지고 있다. 앞으로도 누군가 그만둔다면 모두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러한 불안정한 근무환경은 아이들과 노인 및 장애인을 위한 돌봄서비스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에만 25명이 넘는 직원들이 퇴사하다보니 업무의 공백은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정작 돌봄종사자 처우개선(교통실비,가족수당)에 직을 걸겠다던 대표이사의 말은 무색하게도 올해 교통실비조차 한 푼도 입금되지 않은 센터도 있다.

3년이 넘도록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근근이 버티고 있었으나, 사측은 급기야 단체협약 해지를 앞두고 기관의 기능축소와 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처우 악화와 인력 미충원을 방조하며 공공돌봄의 후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시 정부와 사측은 오히려 그 책임을 현장에서 일해온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2020년 4월 코로나 장애인긴급돌봄지원 자가격리시설 동반입소 후 발달장애인 24시돌봄지원서비스 진행중
 2020년 4월 코로나 장애인긴급돌봄지원 자가격리시설 동반입소 후 발달장애인 24시돌봄지원서비스 진행중
ⓒ 오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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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돌봄의 미래,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지켜나가자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자들이 민간의 돌봄노동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와 높은 임금을 받는다고 비난하는 것이 정당한가? 오히려 민간 돌봄노동자들이 처한 불안정하고 열악한 처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그동안 저렴한 가격으로 돌봄 노동을 후려쳐 왔던 사회가 이제는 그 가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마땅할 것이다.

생활임금에 겨우 맞춘 임금수준을 "귀족노동자"라 지칭하며 공공돌봄을 해체하려는 시도는 결국 모든 돌봄노동자들의 처우 악화와 서비스 질 하락을 초래할 터이다.

이미 민간 서비스 시장에서는 돌봄 종사자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다.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으로 악명 높은 돌봄 노동에 청년층이 유입되지 않는 지금, 지속 가능한 서비스와 일자리를 위해선 공공직접서비스의 확대만이 해답이다.

이제 막 시범사업으로서 씨앗을 뿌렸는데, 싹이 트기도 전에 비난과 예산 삭감으로 돌봄 서비스의 미래를 고사시켜선 안 된다. 필수노동자들을 소모품으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돌봄의 가치, 이윤보다 소중한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지켜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속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던 우리 돌봄노동자들은, 시민들과 함께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공공돌봄을 지켜나갈 것이다.

태그:#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 #공적돌봄, #코로나돌봄공백, #돌봄공공성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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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돌봄기관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성동종합재가센터 장애인활동지원사이고,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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