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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이 ICBM과 미사일 등으로 도발하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도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수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군사연합훈련을 앞두고 하는 도발로 추정한다. 그러나 "아니다"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바로 김동엽 북한대학원 교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지난 3일 김동엽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최근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북한이 지난 2월 18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고각발사했다고 밝혔다.
▲ 북한, ICBM "화성포-15형" 발사 훈련 진행 북한이 지난 2월 18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고각발사했다고 밝혔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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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북한이 ICBM과 미사일 등을 쐈어요. 다시 또 한반도 위기가 오는 것 같은데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6.25가 난 이후 1953년 정전협정이 맺어져서 70년이 지났잖아요. 그때부터 포함해서 어쩌면 가장 큰 위기 상황이 다가오고 있지 않느냐는 거예요. 아직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 상황이나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위기감이 높아요."

- 왜 위기감이 높은가요?

"일단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강화를 통해 정면 대결을 하겠다고 명백하게 밝혔고, 본인들의 대외내적인 전략적 자율성을 확장하기 위한 북한 나름대로 대단히 정교한 전략을 가진 것 같아요.

반면 우리 한국의 경우, 대단히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서 지난 1년 동안 정권 교체 이후에 보여왔던 것처럼 북한에 전략적이지 못했고 정교하지 못한 측면이 있어요. 이런 정치적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측면에서 강경한 군사적 맞대응으로만 이어지고 있는 차원입니다. 남북간 군사적인 갈등 구조가 계속 확대돼 가는 과정은 결국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 및 한반도 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만 놓고 봐도 대외적으로 미·중의 전략적 대결이 대단히 심화되고 있고,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단히 장기적으로 갈 것이라고 봅니다. 쉽게 끝나지 않고 결과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북제재는 계속되고 있어요. 동시에 북한이 생각하는 정권이나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신뢰가 결여된 상태입니다. 남북 관계의 진전이라든지 복원이 어려운 상황인데, 조금의 오해 때문에 군사적 충돌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윤석열 정부는 대북 정책 등에 있어 너무 즉흥적 태도를 보이진 않나요?

"그렇게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사실은 어떻게 보면 '즉흥적이다'라는 건 '전략과 생각이 없다'는 것일 수도 있고요. 지금 북한 문제에 대해서 결정하고 대응하는 것이 즉흥적일 수도 있고요. 즉 전략과 계획의 부재인 거죠.

그러다 보니까 가장 손쉽고 가장 겉으로 드러날 수 있는 군사적인 대응에 올인할 수밖에 없고요. 이런 것들을 정부가 가진 '허약성'이라고 표현해야 될까요. 정치적 허약성을 감추기 위해 국민들에게 안보적인 측면만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이나 한반도에 관련된 문제 자체는 실질적으로 상대를 보고 하는 게 아니라 국내 정치용일 가능성이 커요."

"북한 군사행동, 경제 매진 환경 조성 측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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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군사연합훈련을 앞두고 북한이 도발하는 거라는 견해가 있는 것 같아요. 근데 미사일 등을 쏴도 한미군사연합훈련을 할 것을 북한도 알 것이고, 오히려 북한에 대한 강경 여론이 생길 것이란 걸 알 텐데요. 북한은 왜 이러는 걸까요?

"많은 사람이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북한의 항의성 도발을 하는 것이라고 보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볼 건 아니에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을 포함해서 우리 군의 훈련 일정, 또 미국 전략자산 전개, 한미일 군사협력 등 다양한 빌미로 북한은 앞으로도 군사적 행동으로 수위를 높여갈 텐데요. 이건 것들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이나 미국의 대북 정책을 바꿀 수 있을까요? 북한도 그걸 모르지 않아요.

또 일각에선 식량난이나 경제위기에 처해 있는 북한이 군사행동을 통해 시선을 외부로 돌리고 내부를 결속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것도 좋은 분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식량에 어려움도 있고 경제 상황이 어려운 건 하루이틀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걸 과도하게 해서 북한을 악마로 만드는 건 우리 정부 프레임 같고요.

오히려 저는 북한의 군사행동엔 대내적 매시지가 대단히 강하다고 봅니다. 대내적으로 인민대중 제일주의 중심으로 경제로 매진하기 위해서 인민들이 가진 안보 우려를 해소시킴으로서 경제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려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또 대외적으로 봤을 때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중 갈등 구조 속에서 자신들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시키면서 반미국적 영역 속에서 자신들의 몸값을 올려 정권이나 체제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핀을 보장받으려는 의도도 있다고 봅니다. 유엔이나 미국의 대북 제재 국면 속에 반대 진영에서의 경제적 활로를 확보하기 위한 군사적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번에 북한이 쏜 ICBM이 화성-15형인 것 같아요. ICBM 기술의 핵심은 대기권을 나가는 기술이 아니라 다시 들어오는 기술이잖아요. 대기권 재진입해서 목표물 맞히는지가 중요할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정상적인 실거리 발사를 아직 안 했죠. 고각 발사라고 해서 공중으로 쐈죠. 물론 한 4000km 정도 중거리 미사일은 발사했지만 ICBM급이라고 이야기하는, 5000km 넘는 건 아직 발사 안 한 상황인데요.

정상적인 실거리 발사를 안 했다고 해서 아직 그러한 기술을 가지지 못했다거나 완성하지 못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봐요.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이미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고 완성했거나 또 상당 부분 완성 수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 그럼 왜 안 할까요?

"실거리 발사라는 건 북한이 미국에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일 겁니다. 그래서 이 카드는 조금 더 쥐고 있는 게 낫죠. 이 카드는 마지막 카드이기 때문에 굳이 지금 쓸 이유도 없습니다. 실거리 발사를 하는 순간 이 카드는 버리는 거죠. 얼마 전에 김여정 부부장이 '의심하면 실거리 발사 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이 카드는 대내적·대외적으로 자신들의 전략적 차원에서 유리할 때 쏠 겁니다. 

중요한 건 김정은 위원장이 2017년 8월 국방과학원에 있는 화학재료연구소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이곳이 ICBM의 대기권 재진입을 가능케 하는 탄두 소재를 개발하는 곳입니다. 그때 사진들을 보면 벽면에 김정은 위원장이 했다는 지시사항이 적혀 있어요.

그 지시사항에 어떤 말이 있냐면 로켓 전투부의 첨부와 고체 로켓 발동기 재료로 쓰이는 3D 복합 재료뿐만 아니라 4D라고 하는 탄소 섬유도 빨리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 밑에 여러 가지 자료와 수식이 있는 그림이 있었어요. 이게 벌써 6년 전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6년 전에 벌써 북한은 3D는 완성했고 4D 복합 자재를 빨리 개발하는 것을 위원장이 지시했다는 겁니다. 이 말이 맞다면, 6년이란 시간은 이미 북한이 소위 ICBM급 탄두를 개발해 쓰기에 시간적으로 충분하다는 겁니다. 단순히 실거리 발사 안 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북한이 이 기술을 완성하지 못 했다고 단정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 그럼, 북한의 능력은 어디까지 왔다고 보세요?

"저는 이미 전술적이든 전략적이든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핵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요. 우리가 핵무기라고 이야기하는 핵폭탄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운반하는 수단도 대단히 중요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북한은 여섯 번의 핵실험을 했고요. 여섯 번의 핵실험을 통해서 충분히 전술력이든 전략적이든 충분한 폭발력을 가진 핵무기는 가지고 있고요. 그것을 일정한 지역에 옮길 수 있는 충분한 운반수단인 미사일도 가지고 있어요."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의미 없는 이유는..."
 
김동엽 북한대학원 교수
 김동엽 북한대학원 교수
ⓒ 김동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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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부터 7차 핵실험 가능성 이야기가 나옵니다. 근데 지난해엔 하지 않았어요. 그럼 올해도 안 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현재 북한이 ICBM을 싣든지 아니면 전술 탄도미사일 발사를 싣는 정도 수준의 핵탄두의 소량화 및 경량화를 충분히 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핵실험을 하는 의미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죠.

기술적인 것보다 현재 진영화된 국제 관계 아래서 북한의 7차 핵실험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적인 핵확산 틀과 규범을 흔들고 미중 갈등 구조 속에서 미국을 곤궁에 몰고 반미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해서 북한의 전략적 자율성을 보다 확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책 목적이나 의도에 따라 실시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에 미중의 전략적 갈등이 심화되고 한반도 위기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정치적 목적 아래서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해 사람들이 핵실험 할 거라고 했는데 저는 안 한다고 했어요. 올해는 모르겠습니다. 작년보다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기술적으로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핵 문제에서 북중 관계도 중요하잖아요. 근데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부장관 회고록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했다'고 나와요.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그냥 하는 얘기라고 봐요. 회고록이라는 것이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자기가 쓰고 싶은 것만 쓰기 때문에 거기에 있는 내용 자체를 100% 믿을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에 관련해 부정적인 얘기를 전혀 안 했다고 보진 않지만, 우리가 그걸 과도하게 해석하는 건 경계해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북한은 미국도 믿지 않지만, 중국에 그렇게 올인하지 않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폼페이오가 들은 이야기는 조금 과장된 측면이 있고요.

또 한 측면에서 보면 그때는 북미관계가 좀 잘 될 때였잖아요. 사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좀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 어떤 얘기를 해야 되겠어요. 중국에 대해서 약간 부정하는 발언도 좀 해줘야 미국이 좋아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던진 말을 과장해서 북한이 중국 싫어한다거나 북한하고 중국은 사이가 나쁘다는 식으로 했을 겁니다. 과장해서 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 김정은 위원장이 '주한미군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는데, 이건 어떻게 보시나요?

"그것도 정치적 수사라고 봐요. 근데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죠. 이젠 아마도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겁니다. 당시에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가기 위한 것이었겠죠. 지금 상황은 그때와 다르고 이젠 미중 전략적 갈등 구조가 심화되고 대결 구도로 가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잡한 상황이 있습니다. 다시 북마관계가 협상 국면으로 가도 쉽게 주한미군을 용인한다는 말을 꺼내기 어렵다고 봅니다."

- 2월 우리 정부는 추가 대북 제재를 했잖아요. 하지만 대북 제재가 의미 없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실제 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제재 조치를 통해서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에 전혀 메시지를 주지 않는 건 아니지만 결국은 우리 국내 정치용 메시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2016년에 있었던 대북 제재는 북한 내부적으로 인민들한테 아픔이 존재했지만, 그것도 북한 입장에서 놓고 보면 아마 만성적으로 돼버렸어요. 대북 제재는 이제 북한에겐 상수죠. 그렇기 때문에 대북 제재로 북한 압박한다는 건 이제 큰 의미 없어요.

대북 제재가 의미가 있으려면 전 세계 국가들이 하나의 행동을 보여야 돼요. 그러니까 미국을 중심으로 유엔 제재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참가했어요.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적 갈등 구조가 있는 상황 속에서 이제는 진영화가 돼버렸잖아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이 난 뒤에 북한은 두 가지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뭐냐 하면 진영화가 되는 상황 속에 북한은 반미 진영 속에서 정권의 생존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의 안전판 보장을 받았죠. 특히 지금까지 있었던 유엔 중심의 대북 제재는 의미가 없어졌어요. 그런 차원에서 이젠 유엔 안보리를 소집하고 뭐를 하더라도 의미가 있는 뭐가가 나오지 않아요.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개별로 대북 제재를 한다고 해서 의미가 있겠습니까? 없는 거죠."

태그:#김동엽, #븍힌, #IC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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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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