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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와 '2022년 12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0.7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와 '2022년 12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0.7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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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와 '2022년 12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8명을 기록했다. 

2012년부터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줄곧 감소세를 보여왔지만, 0.7명 대로 하락한 것은 처음이라 충격이 적지 않다. 역대 정부는 그동안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았지만, 눈에 띄는 반등을 가져오진 못했다. 

그동안 합계출산율이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는 이유가 공간 쏠림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이야기 해 온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2월 28일 마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마 교수와의 일문일답.  

-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 명으로 하락했다는 발표가 나와서 충격을 주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사실 굉장히 충격적인 수치죠.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상황이었는데 또 떨어진 거잖아요.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경우 출산율이 낮은 경향이 있어요. 이유는 상대적으로 남녀가 더 평등하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OECD 합계출산율 평균을 보면 1.6명 정도예요."

- 우리보다 두 배 높네요.

"맞아요. 일본도 1.3명 정도고, 미국도 1.6명 정도가 돼요. 우리나라는 일종의 아웃라이어(outlier)라고 볼 수가 있어요. 출산율이 낮다는 사실보다 더 심각한 건 2015년부터 출산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더더욱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 왜 그럴까요?
"이게 공간 쏠림 현상과 관련이 돼요. 우리나라 인구 문제는 정말 심각해요. 인구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가 겪지 못한 위기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요. 왜냐하면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데, 노인 인구 증가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빨라요."

-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는 거죠?

"고령화를 측정할 때 전체 인구 중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을 봐요. 우리나라는 65세로 편입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라요. 55년부터 63년생까지 기간에 태어난 사람들을 1차 베이비붐 세대라고 하고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이후 74년생까지 태어난 사람들이에요. 베이비붐 세대는 거대 인구 덩어리로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해요. 근데 이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이 55년생이잖아요. 그 55년생이 재작년부터 65세 인구로 편입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 대한민국 인구의 3할 정도가 앞으로 20년 동안 매해 70~90만씩 고령 인구로 편입되는 거예요."

- 그만큼 신생아가 태어나면 고령화가 안 될 건데 태어나지 않으니까 문제인 거죠?

"신생아도 많이 태어나면 고령화가 속도를 늦출 수 있겠죠.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극단적 '저출산'과 극단적 '고령화'를 동시에 겪는 나라는 없어요. 이 둘이 만나 만들어내는 미래는 '공포 스토리'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 어떤 의미인가요?

"공포 스토리라는 게 이런 거죠. 고령자들은 '부양을 받아야 할 인구'로 취급돼요. 피부양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까 일하는 계층이 세금을 많이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와 같은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면 젊은 세대가 버틸 수가 없어요.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 되는 거죠. 이게 출산율 하락에 더 영향을 줄 거예요. 출산율 하락의 악순환의 고리가 생기는 거죠.

우리나라 출산율은 너무나 심각해요. 유엔에서 2100년까지 고령화율을 예측했어요. 현재 시점에서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두 개 국가와 비교해 볼게요. 가장 고령화율이 높은 나라는 일본이랑 이탈리아예요. 일본 같은 경우에는 지금 고령화율이 30% 정도 돼요. 이탈리아는 25% 정도가 돼요.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17.5%로 그리 높지 않아요.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요. 아까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자 편입 현상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 현상과 초저출산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니 고령화율이 높을 수밖에요. 그래서 2045년에는 우리나라 고령자 비중이 35%를 넘어갑니다."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 낳지 않는 근본 이유 고민해야"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마강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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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쯤 우리나라는 가족계획 정책이 있었잖아요. 그게 지금 고령화에 영향을 주는 걸까요?

"우리나라가 가족계획을 최초로 수립했던 게 1960년대 초반이에요. 가족계획은 오손도손 가족이 잘 살라는 계획이 아니라, '인구수'를 통제했던 계획이었잖아요. 1960년만 하더라도 합계출산율이 6명 정도가 됐어요. 한 여성이 평균적으로 6명을 낳았으니 얼마나 힘든 삶이에요. 1960년대 여성의 초혼 연령은 21살이었어요. 정부가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광고를 했는데, 그게 그때 먹혔어요. 합계출산율이 계속 낮아졌던 거죠. 1984년엔 합계출산율이 2명 이하로 떨어졌어요.

2명이라는 게 인구학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2명 이하로 내려가면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 출산 억제 정책은 계속되었어요. 그러나 이제 '인구가 줄어들어서 걱정이다. 더 낳는 게 좋겠다'식의 정책은 더 이상 먹히지 않았죠. 설상가상으로 2015년부터는 합계출산율이 더욱 빠른 속도로 꺾이고 있는 상황이에요."

- 만약 가족계획 정책이 없었다면 이 정도까지는 안 왔을까요?

"가족계획이 없었어도 이런 하향 추세는 있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경제 성장, 교육 수준 향상과 더불어 합계출산율의 하락 현상은 있었을 거라로 생각해요."

- 경쟁과 출산율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경쟁이라는 것은 한정된 자원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주어진 공간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이면 밀도가 높아져요. 밀도가 높아지면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도 심해지죠.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밀도가 높아진 곳은 수도권이 유일해요. 그러니 수도권은 집값이 가장 높고,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클 수밖에 없어요.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청년들은 연봉이 높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겠죠. 하지만 좋은 일자리가 또 한정되다 보니까 그런 일자리를 얻기 위해 더 좋은 대학에 가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교육도 받아야 하고요. 이런 현상이 다 맞물려 있는 거잖아요.

경쟁의 강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청년들은 주변 환경을 척박하다고 느끼고 살아남기 위해서 더 많은 애를 쓰는 거죠. 자기 한 몸도 건사하기 힘든 청년들에게 돈 줄 테니까 애를 낳으라고 하면 이건 청년들을 더 힘들게 하는 꼴이 되는 거잖아요. 우리가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고민해야 해요. 근본적인 이유는 청년들이 미래를 불안해하고 그래서 내 몸 하나라도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 청년들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15년부터 합계출산율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건 수도권 집중 현상과 그로 인한 경쟁의 심화와 관련이 있어요. 수도권의 인구 흡입률도 2015년부터 어마어마한 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청년들한테 '왜 이렇게 고향을 떠나나요'라고 물어본 거죠. 지방을 떠나는 이유가 깔때기처럼 '일자리'로 수렴하더라고요. 지역에선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자꾸 사라져가고 있는 거예요. 이게 산업 구조 변화랑 너무나 긴밀하게 맞물려 있었어요."

- 어떻게요?

"혁신기업, 첨단 IT기업, 플랫폼 기반의 기업들이 대도시로 집중되고 있어요. 대도시 중에서도 수도권,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서울 중에서도 강남 인근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해졌어요. 최근 들어 이런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예를 들어서 지금은 융복합 시대이지 않습니까. 여러 콘텐츠가 융합돼서 색다른 콘텐츠 만들어낸다든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만드는 게 기업에 도움이 되는 시대가 왔어요. 이런 융복합엔 대도시적 환경이 좋고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해요.

기업들은 강남, 용산 등 교통 결절점 주변에 자리를 잡으면 젊은 인재들을 끌어모으기가 쉽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이렇다 보니 젊은 인재들도 일자리가 제공되는 공간에 자꾸 붙으려고 해요. 기업과 청년들의 욕구가 서로 물고 물리면서 서울이 강해지고 있어요."

"지방이 가진 대안은 딱 한 가지밖에 없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진은 2019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진은 2019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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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썼잖아요. 그건 아무런 효과가 없나요?

"역대 정부에서 균형발전을 강조하지 않은 정부는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박정희 정부 때부터요. 그때도 수도 이전에 대한 논의가 있었었고요. 역대 정부 모두 균형발전을 위해서 많은 정책을 쏟아냈어요.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였죠. 당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세종시를 설계했어요. 특히 혁신도시와 세종시엔 150개가 넘는 공공기관을 이전했죠. 저는 이런 노력이 효과가 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런 노력조차 없었다면은 수도권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졌을 거예요.

문제는 청년 인재가 자꾸 빠져나가다 보니까 기업들도 지방을 꺼리는 거예요. 고향의 쇠락을 체감하면서, 청년들도 미래를 계획하기가 힘든 거예요. 이게 합계출산율을 끌어내리고 있는 거고요. 수도권으로만 몰리면 수도권도 어려워져요. 수도권 같은 경우에는 청년들이 엄청난 경쟁과 맞닥뜨려야 되는 거예요. 지역별로 합계출산율을 보면 서울시가 가장 낮아요."

- 서울 지역은 인구가 많고 일자리도 많은데 출산율은 왜 낮은 거죠?

"원래 공간을 계획 할 때는 집적 경제라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밀도가 어느 정도 높아야 기업들도 단위당 생산 단가를 낮출 수가 있고, 행정 측면에서는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인구가 아주 희박한 지역에 수영장을 공급하면 유지 관리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어느 정도 쏠림이 있어야 해요. 우리는 이걸 집적 경제라고 부르죠. 하지만 너무 쏠리면 집적의 불경제가 나타나요. 집값이 폭등한다든가 아니면 교통 체증이 생기는 문제가 집적의 불경제죠. 서울은 이런 집적 불경제를 줄이기 위해 밀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어요. 그중에서 효과가 가장 컸던 게 신도시 정책이었고요. 이건, 서울이 점점 뚱뚱해지는 방향으로 변화했죠.

수도권은 신도시 개발을 하면서 자족용지라고 불리는 '일자리 용지'를 만들었어요. 또한 서울 중심과의 접근성을 위해서 광역교통망을 잘 깔아요. 이런 과정에서 수도권은 서울, 경기, 인천이 통으로 묶인 '슈퍼 메가시티'가 된 거예요.

반면 지방의 경우에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기존에 있었던 집적의 경제를 잃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방도 경쟁력을 잃는 거죠. 서울은 집적 불경제에 대응하는 방법이 있는 반면에 비수도권은 인구가 줄어드는 데 대응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직접 경제를 이렇게 잃고 있는데 어찌할 방법을 지금 못 찾고 있는 거예요.

지방이 가진 대안은 딱 한 가지밖에 없는 것으로 보여요. 대도시권을 강화해서 규모는 작지만,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지역 특화 대도시권'을 만들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수도권도 어려워지고 비수도권도 어려워지는 일이 계속 진행이 될 거고, 이걸 막기 위해서 사회경제적 비용을 엄청나게 투입해야 할 거예요."

- 그게 메가시티론 아닌가요?

"맞아요. 어떤 사람들은 이 메가시티의 '메가'라는 단어에 큰 거부감을 보여요. 마치 농촌을 다 잡아먹는 공룡 도시를 상상하는 듯해요. 하지만 이건 메가시티를 잘못 이해한 거예요. 메가시티는 지자체 간에 연계와 협력을 통해서 교통망도 제대로 깔고, 산업 전략도 같이 세우고, 거기서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도 만들고, 이렇게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해요."

- 합계출산율을 높이려면 지역 균형발전이 되어야 한다고 보세요?

"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봐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OECD 국가 평균 출산율이 1.6명이에요. 왜 우리나라는 1.6명의 반토막인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해요. 그러니까 선진국이 가지고 있는 특성 이외에 뭔가가 작동하기에 출산율이 한참 낮은 거예요. 뭔가가 크게 잘못된 거예요. 저는 공간 불균형에 문제가 있다고 봐요."

- 지역 균형 발전 정책 해왔지만 안 되는 거잖아요?

"우리가 시도를 안 해본 게 있어요.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 수가 226개입니다. 그런데 많은 이가 226개 하나의 공간 단위로 모두가 잘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생각에 기반한 균형발전 정책이 여태까지 나왔던 거죠.

서울, 경기, 인천 수도권이 통으로 엮인 공간이잖아요. 균형발전을 위한 공간 정책은 '통으로 묶인 공간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해요. 부·울·경 내 하나의 강력한 대도시권을 만들 수 있고요, 대구·경북도 안에서 대구를 중심으로 대도시권을 만들 수가 있어요.광주·전남도 마찬가지고요.

앞으로의 균형발전 정책은 이런 메가시티처럼 몇 개의 대도시권을 국토 전반에 놓고 균형을 잡는 쪽으로 나가야 해요. 그래야 지방에도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만들고, 또 그래야 청년들이 유출되지 않을 거 아닙니까."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 중복게재 합니다


태그:#마강래, #출산율, #균형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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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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