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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4일 오후 6시 29분]

3월 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코트'에서 진행되는 '코트 포트락 예술제(KOTE Potluck Art Festival)'는 그림 전시뿐만 아니라 사진, 설치미술, 무용, 음악, 뉴미디어, 행위예술, 시각예술, 대체불가토큰(NFT)과 인공지능(AI)에 대한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한 공간에 이게 다 가능할까 싶었는데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 보니 오동나무가 있는 정원 주위로 세 개의 건물이 감싸고 있는 넓은 공간이었다.

마침 국내 NFT 거래량 1위 그룹인 '팔라'의 대표 제이슨 표의 강연이 있었다. 그는 JP모건,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을 다닌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코트 안의 널찍한 공간 ‘내면의 서재’에서 진행된 강연. 창작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는데 도움이 되는 NFT 위주의 강연으로 "NFT초보자들은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NFT를 먼저 작게라도 구매하다보면 저절로 공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NFT에 관한 강연을 한 팔라 대표 제이슨 표 코트 안의 널찍한 공간 ‘내면의 서재’에서 진행된 강연. 창작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는데 도움이 되는 NFT 위주의 강연으로 "NFT초보자들은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NFT를 먼저 작게라도 구매하다보면 저절로 공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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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표는 "미국 시장에 발맞춰 국내에도 NFT 하려는 기업, 브랜드, 크리에이터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지금은 주식이든, 크립토(가상토큰) 등 좋은 시장은 아니다. 하지만 18년 동안 시장 경제를 분석해보니 1~2년 후에는 NFT 시장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슬슬 궁금증이 일었다. 왜 NFT를 해야 하는 걸까?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배분하는 NFT

"유튜브는 한 해에 18조 원이라는 수익을 가져가지만 3700만 정도의 채널수를 나눠보면 한 채널당 가져가는 수익은 2~3천 원밖에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들이 만든 법칙에 어긋나면 그동안 크리에이터가 쌓은 노력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 원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중앙화된 소셜미디어 다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점에서 출발하여 NFT의 존재 이유 중 하나로 "크리에이터들에게 현재보다 훨씬 큰 규모로 정당한 수익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꼭 그림일 필요는 없고, 목소리든 연극이든 파일로 전환할 수 있는 모든 창작물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가 찍은 사진이나 영상들이 일시적으로 휘발되지 않고, 수익 창출로 이어지며 누군가가 내 창작물을 이용하면 할수록 계속해서 수익은 창출된다고? 맨 처음 만들어낸 창작자들을 존중하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뭐든 낯선 것은 어렵다. 마치 스마트폰을 처음 접했을 때처럼 말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NFT를 예술가들이 모인 창작공간에서 들어서 그런지 좀 더 우리의 상상력을 구현해내는 실물처럼 다가왔다.

내면의 서재 반대편에도 널찍한 공간이 있었는데 한 달에 30만 원으로 예술가들이 사무실로 쓸 수 있다고 했다. 아직 자리가 있다고 하니 사무실을 찾는 창작자들에게는 너무 반가운 소식일 거 같다. 
 
강한 동물의 상징 호랑이도 제 새끼 앞에서는 영락없는 포근한 엄마가 된다.
▲ 배우이자 화가 김규리 씨의 작품 강한 동물의 상징 호랑이도 제 새끼 앞에서는 영락없는 포근한 엄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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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으로 올라가니 역시나 탁 트인 공간에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배우이자 화가로 활동 중인 김규리씨의 작품도 전시돼 있었다. 계단도 있고 전시장 자체가 넓어서 구두를 신고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서 종합선물 상자 속을 다니는 기분이었다. 기지촌에서 젊음을 보낸 할머니들을 담은 주용성 작가의 사진과 빵과 물 그리고 인형을 손에 꼭 쥔 난민이 된 아이를 담은 전해리 작가의 사진들이 한데 어우러진, 코트가 아니었다면 이룰 수 없는 조합들이었다. 

박무림(시각예술기획자) 운영위원은 이번 예술제의 특징이자 매력으로는 "한물간 것 같은 80년대 학번들, 그러나 전복을 해본 세대들이 그냥 가지는 않는다. 우리 스스로 새로운 것을 끌어내자. 일단 해보자! 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분야가 다르고, 세대 차이가 나는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교류하고 시너지를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프로와 아마추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제에 많은 분들이 좋은 추억과 자극을 받고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코트에 처음 방문한 오승아(회화·미디어아티스트) 작가는 "인사동에 이런 공간이 있었는지 몰랐다. 언젠가부터 인사동은 경쟁력 있던 갤러리들이 죄다 대관전으로 돌리면서 전업 작가가 아닌 취미 작가들의 등단 활로가 되고 동네가 다소 올드하고 개성이 없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또 프렌차이즈들이 대거 들어오고 너무 상업적으로 변해버려서 요즘엔 잘 가지 않는 동네가 되어버렸는데 멋진 공간에, 알찬 축제가 생겨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김남식 현대무용가와 김문생 화가가 직접 준비하여 손님 대접을 한다. 대접받는 김남식의 제자들. 마당에서 먹으면 캠핑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김남식 현대무용가의 6시간을 훈제로 구운 바베큐  김남식 현대무용가와 김문생 화가가 직접 준비하여 손님 대접을 한다. 대접받는 김남식의 제자들. 마당에서 먹으면 캠핑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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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출해도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코트 안에서 해결이 된다. 입구에서 토큰을 사면 바베큐와 빈대떡을 사먹을 수 있다. 입장권 없이 공연 및 전시를 즐길 수 있는 이런 예술제는 어떻게 탄생한 걸까? 

"처음은 4명이었다"

이번 행사 운영원장이자 CF감독으로서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을 만들었던 이지송 미디어 아티스트는 "6년 전 오픈한 이후 코트는 거대 자본에 밀려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 이 공간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나 포함 4명이 뭉쳤다. 물론 심각한 회의는 아니고 와인을 한잔하며(웃음) 정했다"고 했다. 나머지 3명도 심상치 않은 분들일 거 같아 설명을 요청했다.

"무용뿐만 아니라 음악, 사진, 미술 등 외국 여행을 다니며 수집한 작품들을 콜렉션 할 정도로 예술의 폭이 넓은 현대무용가 김남식과 국내 1세대 여성 베이시스트 송미호, 인도네시아·아이티 등 30년간 외국 피난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사진에 담은 성남훈까지 모여 우리의 힘이 파생해서 여기까지 왔다." 역시 범상치 않은 한국 예술계의 대가들이었다. 버팀목이 되어준 선배들의 부름에 후배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응답했다. 

"임준식 바리톤은 제주에서 비행기 표를 끊어서 왔고, K아트 전도사라 불리는 황란 작가는 전시 때문에 두바이에 있으면서도 부산에서 전시중인 작품들을 전시 끝내자마자 우리 개막식 전날밤에 도착하게 해줬고 두바이 전시 설치를 마치고 곧장 코트로 날아왔다. 다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귀한 인연들이 모여 만든 예술제"라고 덧붙였다. 각자 요리한 음식을 싸가지고 와서 파티하듯이 각자의 재능을 모으자는 의미로 만든 '코트 포트락(Potluck) 예술제' 그 이름에 걸맞게 작가들은 모여들었다.

이지송 운영위원장은 "이 모든 일은 다 '안주영' 코트 운영대표의 영향력이었다. 예술에 대한 그녀의 깊은 울림은 많은 이들을 감동하게 했고, 심지어 코트를 무너뜨리려는 세력들까지도 감화되기도 했다. 시련을 이겨내면서도 초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치 소설에 나오는 인물에 대한 묘사를 듣는 기분이었다. 

동업자들과 함께 6년 전 오픈을 했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다르게 너무 상업적으로 흘러가는 코트를 지켜볼 수 없었고, 다른 동업자들은 수익성 보다는 예술 문화를 창출하려는 그녀를 못마땅해했다. 그렇게 코트는 용역들과 크레인에 짓밟혔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한겨울에도 옥상에서 텐트를 치며 보초를 서준 국내외 친구들과, 지방에 살면서도 주말마다 올라와서 부서진 곳을 수리해주는 예술로 묶인 친구들이 있었다. 그렇게 2020년 3월 1일 복합문화공간 코트로 재탄생하였다. 그녀는 왜 그렇게 힘들게 이 공간을 지켜내려 했을까?
 
크레인을 막으려했던 이야기는 상상할 수 없는,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안주영 대표. 그녀의 이야기는 코트 내에 있는 카페 겸 바 '조선살롱' 지하에 있는 인터뷰 영상으로 들을 수 있다.
▲ 안주영 코트 운영 대표 크레인을 막으려했던 이야기는 상상할 수 없는,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안주영 대표. 그녀의 이야기는 코트 내에 있는 카페 겸 바 '조선살롱' 지하에 있는 인터뷰 영상으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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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영 코트 운영 대표는 "제 20대 때 만난 회장님이 저의 멘토였다. 그는 대학로에 있는 샘터사에 저를 데리고 다니며 많은 분들을 소개해줬고, 조병화, 피천득 선생님 등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비싼 땅이었는데 문화공간으로 지키려는 분들 덕분에 예술의 힘이 지속될 수 있었다. 그때부터 공간이 주는 예술의 힘을 믿었고, 마음에 새겼다"고 밝혔다. 

공간이든 사람이든 아픔을 딛고 일어선 이야기는 우리 마음속에 살아 움직인다. 20대의 안주영이 만난 멘토, 대학로 샘터사, 사람들 그리고 만들어진 코트 이야기. 우리는 코트를 만난 후 어떤 이야기들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코트에 오기 전과 다르게 마음은 묵직해졌다. 아니 그만큼 뜨거워졌다. 오늘, 내일 늦은 밤까지도 불이 꺼지지 않는 한 축제는 계속될 거라고 한다. 예술제가 끝난 후에도 한 번씩 코트를 들를 거 같다. 나의 20대의 꿈을 한번 씩 기억하고 싶을 때, 마음의 온도를 높이고 싶을 때 말이다. 

http://www.kote.kr/Schedule (행사일정표)

태그:#코트, #안주영, #코트포트락예술제, #이지송, #박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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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사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임을 깨닫고 몸으로 시대를 느끼고, 기억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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