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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6일 오후에는 전라북도 의회 세미나실에서 '15분 도시, 전북에서 가능할까?'라는 제목의 강연회가 열렸다.
▲ 원정대의 출정식. 우리는 무엇을 배워오고 가져올 것인가 지난 2월 16일 오후에는 전라북도 의회 세미나실에서 '15분 도시, 전북에서 가능할까?'라는 제목의 강연회가 열렸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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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유럽 자전거 원정대' 기획자이자 일정을 책임지는 입장이라 원정이 임박할수록 압박이 매우 커졌다. 코앞으로 다가온 출국일에도 불구하고 미확정 상태의 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 여행 경험이 전무하기도 했지만 이번 일정을 준비하면서 느낀 문화적 차이는 상당히 컸다. 우선 '이런 일행이 여러분의 기관을 찾아 이런 목적의 간담회를 가지고자 한다'는 연락에 회신이 매우 늦다.

"파리에서 시청과 민간단체 일정이 확정되고, 누구를 만나며 장소는 어디여야 하는지가 특정돼야 할 시점인데 답답하네요"라는 나의 재촉에 우리의 일정을 돕기 위한 중재자(현지 공관 등)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곳 사람들 기준으로는 아직 급하지 않고 시간이 많다고 보시면 돼요."

기관 섭외를 하던 도중 '기관 방문시 비용 발생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적지 않게 당황스러웠다. 민간단체의 경우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있었는데 '시청을 방문하는 데도 비용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그랬다. 다행히 이번에 방문하는 공공기관과 민간단체는 우리에게 이런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출국일이 딱 일주일 남은 16일(목요일)에 비로소 모든 일정이 확정되었다. 이날, 우리가 방문할 도시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학습 일정으로, 전라북도의회 주최한 '15분 도시 전북에서 가능할까?'라는 제목의 강연회를 들었다.

포틀랜드, 파리를 비롯한 선진적 도시들의 포인트

먼저 발제에 나선 장우연(전 전주 시정 연구원) 독립 연구자는 2019년에 직접 기획하고 참여했던 포틀랜드 이야기를 들려줬다. 장 연구원이 들려준 이야기의 핵심은 "'네이버 후드'라는 조직을 비롯한 시민들의 힘이 도시변화에서 매우 중요했다"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포틀랜드의 변화와 혁신은 조선업과 제조업 등 주력 산업의 퇴조 흐름의 위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1970년대 공해와 교통난, 취약한 환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중교통과 환경문제 해결을 중심에 두다가, 이후 환경보전법 제정, 메트로 설립, 도시성장경계선 지정 등의 기반 마련을 통해 서서히 생태도시의 전환을 이뤄갔다. 이는 2010년대 이후 자전거 도시로의 프로젝트를 착수한 기반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 도시로 유명한 미국에서 보기 드물게 자전거 도시로 전환이 시작되었고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바꾼 배경이다. 발제는 오늘날 미국인들이 살고 싶은 도시 1위로 손꼽히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포틀랜드가 '시민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계획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정석 교수(서울 시립대 도시공학과)는 이날 강연을 통해 '자전거는 4세대 대중교통수단으로 볼수 있으며 이를 이끈 사람이 파리시장 얀 이달고이다'라는 요지의 강연을 했다. 사진은 강연자료속의 벨로 폴리탄 프로젝트리 관련 내용들이다.
▲ 자전거를 4세대 대중교통수단으로 부각시킨 이달고의 파리 정석 교수(서울 시립대 도시공학과)는 이날 강연을 통해 '자전거는 4세대 대중교통수단으로 볼수 있으며 이를 이끈 사람이 파리시장 얀 이달고이다'라는 요지의 강연을 했다. 사진은 강연자료속의 벨로 폴리탄 프로젝트리 관련 내용들이다.
ⓒ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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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의 강연이 이어졌다. 정 교수는 대중교통과 자전거, 그리고 보행자가 편리한 도시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대자보 도시'의 주창자이다. 정 교수가 주목하며 소개한 사례들은 몇 가지가 있다.

지하철과 트램으로 말할 수 있는 1, 2세대의 대중교통수단이 과도한 비용을 수반함에 반해 브라질 꾸리찌바가 창안한 BRT(급행 간선 버스)는 매우 혁신적이라고 한다. 정 교수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들고 교통에서 생태적 수단으로의 본질적인 변화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콜롬비아 보고타의 페넬로사 시장과 스페인 폰테베드라 로레스 시장이 이뤄낸 혁신사례를 통해 리더십을 통한 도시의 변화도 소개하였다.

미구엘 로레스 폰테베드라 시장은 인구 5만에 자동차가 2만 6천대에 달했던 이 도시를 완벽하게 바꾼 리더십을 발휘했다. 교통사고로 유명하며 매연과 혼잡에 시달리던 도시였는데, '시내 모든 구간에 자동차의 진입을 금지시키겠다. 버스도 안 된다. 도시에서 우선 순위를 걷는 사람, 자전거, 버스, 자동차 순서로 다시 배열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전면에 내걸고 시장이 되었다.

'차가 들어오지 않으면 도시가 망한다'며 강력하게 저항했던 중심부의 상인들은 차츰 늘어나고 활성화되는 도심부의 수혜자가 되면서 가장 강력한 지지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정 교수는 매우 보수적인 성향의 이 도시에서 로레스 시장은 1999년 이후 현재까지 6선을 역임하는 시장으로 재직 중이라는 소개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달고 시장의 파리를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자전거는 '지하철, 트램, BRT를 뛰어넘는 4세대 혁신으로 봐야 한다'며 '지하철과 트램이 km당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이 투입된다. 이에 반해 파리 지하철 노선과 일치하는 170km의 자전거 노선을 구축하는 데 3400억 원가량을 추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km당 공사단가가 지하철의 1/85, 트램의 1/24 수준인 20억 원(147만 유로)의 '벨로 폴리탄 프로젝트'의 배경을 설명했다. 자전거를 4세대 대중교통수단으로 끄집어낸 이달고가 진행 중인 혁신의 중요성과 포인트를 소개했다.

원정대 내외부의 시선과 주문

강연을 통해 세계 선진도시의 동향에 관한 학습을 진행한 원정대원들에게 포부와 기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느 도시에 대한 기대가 큰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승우(전주시의원), 이국(전주시의원), 박준홍(덕진지역자활센터장) 원정대원은 이구동성으로 파리를 말했다. "아무래도 파리입니다. 근래 주목받고 있는 파리에서의 변화가 가장 궁금할 수밖에 없겠지요"(한승우)라고 말했다.

김성수(전북도의원) 원정대원은 "지역구인 고창과 같이 시골 지역일수록 대중교통이 취약한데 자전거를 통해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라는 포부를 밝힌다. 최지현(광주시의원) 원정대원은 "기후위기의 시대에서 매우 중요한 해법이 될 파리의 자전거에 담긴 지혜를 담아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을 함께 들은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도시 형성이 오래전에 이뤄졌지만 그 안에서 일궈내는 변화에 관해 어떤 과정과 합의를 거쳤는지 잘 살펴오면 좋겠다"는 주문을 했다. 강연자로 함께 했던 장우연 연구자는 "혁신은 다른 것들에 대해 열려있는 접근을 통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깊이 공감한다. 우리 안에 적용시킬 것들을 작게나마 담아오시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도시공학과 교수인 정석 교수는 "자전거를 주제로 이렇게 팀을 이룬 것에 박수를 드리고 싶다. 다만, 크고 어려운 접근보다 우리가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 갈지, 보다 쉽고 성과가 인정될만한 것들로부터 차근차근 접근해가면 좋겠다. 밀어붙여서는 안 되고 긴 안목과 시간을 거쳐 풀어갈 지혜와 방법도 같이 고민해 오셨으면 좋겠다. 성공한 혁신에는 공통적으로 '야금야금 전략'이 있다. 무엇보다 시민의 공감을 이뤄내지 않고 성공한 리더십은 보지 못했다"라는 당부를 했다.  
 
▲ 자전거 원정대원들의 포부와 계획, 외부에서 바라는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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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후면 몇 달에 걸쳐 준비한 일정이 시작된다. 이번 원정에 대한 기대와 주문은 안팎이 서로 다르지 않았다. 원정대원들이 밝힌 포부와 기대, 그리고 이들이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올 3월 5일 이후를 기대하며 출국 전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태그:#자전거 원정대, #정석의 대자보도시, #장우연 연구원, #자전거 선진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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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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