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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재자들은 진보·개혁·혁신세력과 그 정책을 적대시한다. 이승만과 박정희가 다르지 않았다. 이승만이 조봉암과 진보당을 '사법살인' 했듯이 박정희는 서민호와 혁신계 인사들, 혁신정당을 반공법과 국가보안법으로 묶고 억압했다. 

한국의 정치풍토는 1950년대나 1960년대가 별로 다르지 않았다. 4.19혁명이 있었으나 반동적인 쿠데타 세력이 역사의 전진을 가로막고 퇴행시킨 것이다. 그래서 대다수 정치인들은 저항보다 순응과 동화의 길을 택했다. 고루한 보수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기껏 '100미터 달리기' 선수가 되었다. 이미 서구에서는 1962년 6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민주사회주의 인터내셔날은 프랑크푸르트선언을 재확인하고 있었는데도 이땅에서는 민주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혼동하거나 아예 동류, 혹은 공산주의와 사촌간 정도로 인식하였다. (이같은 현상은 2023년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는 듯)

서민호는 1965년 11월 8일 민사당을 창당하면서 "신당의 이념은 민주사회주의를 지향한다"고 선언하였다. 공산주의를 배격하면서 자본주의의 모순점을 극복하며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명시한 경제적 민주화를 추구한다는 주장이다. 공화당은 물론 야당진영에서도 거센 반발이 나타났다. 예의 공산당, 빨갱이라 몰아치는 자들도 많았다. 

이 시기에 발표한 <민주사회주의란?> 시론은 그의 이념과 철학, 정책을 압축하고 있다. 주요 대목을 발췌한다.

매국적인 한일협정비준에 반대 투쟁한 민주 애국 세력이 중심이 되어 '선명야당'의 기치아래 추진 중에 있는 신당의 창당이념으로서 이 사람이 '민주사회주의'적인 쇄신있는 정치의 구현을 제창한데 대하여 그 진의를 이해하지 못한 일부 인사들의 오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정권획득만을 목표지향으로 삼아 방향감각을 상실한 일부 정치인들이 얼토당토않은 말을 의식적으로 방언하고 있는 것 같다. 

유폐된 봉건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아니고 매스미디어가 극도로 발달되어 있는 국제사회에 살고 있는 일원으로서 명색이 국리만복에 이바지하고 대중의 길잡이가 되겠다는 자부심에서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이 이처럼 근대적인 사고에서 탈피치 못하고 자각상실증에 걸려있는 데 대하여는 경악을 금치못해 왈가왈부할 생각조차 없으나 신인들이 참여하지 않고 민주사회주의적 이념이 구현되지 않은 한 신당을 창당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는 신념에서 이 사람은 다시 한번 신당의 진로와  창당이념에 논급하려고 한다. 

볼셰비키 혁명 이후에 자본주의의 붕괴를 획책해온 그들 공산주의자들이 민주주의 이념에 혼선을 일으키기 위하여 '인민민주주의'란 술어를 내걸고 마치 그들도 민주주의를 하는 것처럼 선전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민주사회주의가 이들 공산주의의 침투를 막고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하여 전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특히 자유진영에서 성장해 왔다는 것은 새삼스레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본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민주사회주의의 이념과 정의를 마치 공산진영에서 즐겨 쓰고 있는 인민주의나 또는 사회민주주의 그것과 혼돈하며 착각하고 있다고 듣고 있는데 민주사회주의 이념이 무엇인가 하는 정도의 연구도 없이 덮어놓고 매카시즘적 수법과 방언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는 정치인이 아직도 정계에 머물러 있다면 한국의 정치적 현대화, 경제적 근대화는 백년하청격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민주사회주의야 말로 민주주의 정화인 것이며 인류의 복지를 위하여 지금까지의 제도 가운데서는 최상의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는 동시에 반공과 멸공에도 최선의 책이 되는 것이다. 영국 노동당의 러스키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권력분산뿐만 아니라 마땅히 부의 분산도 동반해야 된다고 설파했으며 역시 영국 노동당의 스트렐리는 <현대와 자본주의>란 그의 저서에서 "우리가 할 일은 자본주의부터 구성하되 민주사회주의와 공존할 수 있는 정치체제가 필요하다"고 역설 "만일 공존할 수 있는 민주사회가 무시된다면 <마르크스>에 의하여 지적된 자본주의의 필연적 붕괴론이 적중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민주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존립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주의는 결국 정치적, 경제적, 국제적, 사회적·문화적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이고 인간의 생존권과 인격 자유를 존중하며 자주자립, 자존을 토대로한 삶의 향상을 추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매국협정의 불법발효로 일제의 경제적 재침략이 우려되고 부익부 빈익빈의 틈을 타서 이북 공산당의 재침이 염려되는 이 마당에서 신당을 형성한다면 계획성있는 경제정책과 자유자립 노선의 민족주의에 입각한 민주사회주의적 정책을 창당이념으로 또는 통일문제에 있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선명한 방안과 한일협정비준무효화 또는 다원시대의 본질인 실리의 교정책등을 제시하여 보수 혁신양당정치를 실시하는 것이 참된 의미에서 헌법에 명시된 바 양당정치 제도의 정신이라할 것이다.

만일 내가 이상 제시한데 대하여 대안도 없이 단순히 사회주의란 술어가 있다하여 맹목적으로 비난 공격한다면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말인지 그들의 근시안적이며 낙후된 사고를 슬퍼하지 않을 수 없다. (주석 4)


주석
4> <민주사회주의란?>, <이래서 되겠는가>, 249~254쪽, 발췌.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월파 서민호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서민호, #월파_서민호평전, #월파서민호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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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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