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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회고록 <흰 그늘의 길> 표지
▲ 김지하 회고록 <흰 그늘의 길> 표지 김지하 회고록 <흰 그늘의 길> 표지
ⓒ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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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이 시집에는 실리지 않았던 <애린> 제목의 시를 회고록에 실었다. 나중에 지었던 것 같다. 

시인은 뒷날 <회고록>에서 '애린'의 실상을 밝힌다. 

애린은 본디 고인이 된 하길종 감독의 미망인인 전채린(田彩麟) 여사의 막내동생 전애린(田愛麟) 씨의 이름이다. 출옥 후 나는 채린 여사에게 애린이란 이름을 써도 좋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왜 그래요?"
눈이 똥그래서 물었다.
"애린이란 이름이 꼭 '엘자'와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아라공의 아내 말이죠?"
맞다. 

누군가의 말이지만, 시인이 한 잔 걸치고 취중인지 몽중인지 휘갈겨 쓴 작품을, 평론가는 정좌하여 싯구 하나하나를 분석ㆍ해설한다고 했다. 이 시집의 경우가 어떤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평론가 채광석의 <'황토'에서 '애린'까지>의 평설은 정곡을 짚는다. 마지막 대목이다.

시인이 최근 애용하는 말을 슬쩍하여 말하자면 <애린>은 <황토>의 직선적ㆍ양적 원시반본이 곡선적ㆍ음적 원시반본으로 전화된 것이다. 이 전화는 우리 시대의 큰 삶, 큰 넋이 16년 여의 고투를 통해 달성해낸 것이기에 그만큼 값지고 귀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황토>가 그러했듯 <애린>에서 우리가 서정시의 새로운 지평을 예감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직선은 점의 집합이다.
 
땅끝 전망대의 김지하 애린시비
▲ 땅끝 전망대의 김지하 애린시비 땅끝 전망대의 김지하 애린시비
ⓒ 정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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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직선의 연장은 곡선이다. 그러므로 곡선은 제대로 된 점으로 이뤄진 제대로 된 직선의 연장일 때 가장 곡선다운 곡선을 이룰 수 있다. 또한 낱낱의 직선은 돌파력과 송곳같이 날카로운 찌름에서 돋보이나 그 연장인 곡선은 휘감아 으스러뜨리는 완력에서 돋보이는 법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끝으로 <애린> 이전의 서정시들이 훌륭한, 아니 민족문학사에 빛나는 직선이었듯이 <애린>이 그 완력을 속속 선보여 곡선의 위력을 이 땅의 민족문학에 더해주길 크게 기대한다.

시집은 저자의 지명도와 함께 언론에 많이 소개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궁핍한 시인의 생계에 도움을 주었다. 9월에는 <애린(2)>를 출간하였다.
 

주석
3> 앞의 책, 91쪽.
4> <애린(1)>, 152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인 김지하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김지하, #시인김지하평전, #김지하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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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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