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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 빨대와 세척 솔
 스탠 빨대와 세척 솔
ⓒ david lala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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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모 단체와 워크숍을 진행했다. '적게 사도 충분하게'라는 슬로건으로 가진 옷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워크숍이었는데 워크숍을 하면서 새로 알게 된 점이 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가진 단체복이나 굿즈 티셔츠, 에코백이 꽤 많다는 것이다. 어떤 프로젝트에 참가하다 보면 티셔츠를 받게 되는데 참가자들이 기본적으로 2~3개는 가지고 있었다.

나 역시 굿즈로 구매한 티셔츠가 하나 있는데 반려견 관련이라 프린트가 예쁘게 디자인되어 있어 반려견과 산책할 때 요긴하게 입고 있다. 굿즈 티셔츠뿐 아니라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회사 단체복이나 텀블러도 꽤 많을 것이다. 실용적이며 가성비 좋은 판촉물을 고민하며 골랐을 총무팀에게는 미안하지만 회사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는 제품은 아무리 예뻐도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

언제부턴가 에코백은 에코백이 아니게 되었다. 어디서나 선물용으로 에코백을 쉽게 주게 되었고 나 역시 그렇게 받은 에코백이 3개나 된다. 다행히 장보러 갈 때 요긴하게 쓰고 있지만 아직 새 거나 마찬가지인 에코백이 2개나 더 있으니, 이런 상황은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단언컨대 이 글을 읽는 사람의 90%는 공짜로 받은 에코백을 하나씩은 갖고 있으리라.

텀블벅으로 인한 굿즈 문화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후원의 개념이 돈에서 제품으로 확대되었고 그중에 가장 쉽게 제작되는 것의 1세대 정도가 컵과 다이어리였다면 이제는 몇 세대쯤이 된 걸까. 어쨌든 쉽게 제작이 가능할수록 제작비는 줄어드니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티셔츠와 에코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크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의 면적이 큰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워크숍에서 발견한 지점은 그런 옷이 있지만 입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실제 그런 옷들은 (디자인된 로고나, 회사명이나, 그 무엇에 애정이 가득하고 나를 표현해도 전혀 거리낌이 없지 않는 이상) 외출복으로 입지 않는다. 회사명이 박힌 집업 후드 티셔츠를 외출복으로 입은 적이 있는가? 텀블벅으로 구매한 티셔츠는 집에서 잠옷 대용으로 입고 있지는 않는가?

너무 많은 옷이 버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일상에서 입지 않을) 굿즈와 단체복마저도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옷이나 천을 활용한 제품 대신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면서 친환경적인 다른 판촉물 혹은 굿즈를 추천하고 싶다.

첫 번째는 알루미늄/스테인리스 빨대다. 제작비가 얼마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최소 2만 원 정도 하는 티셔츠를 생각하면 알루미늄/스텐 빨대가 오히려 생활용품으로는 더 좋지 않을까 한다. 검색해보니 각인 서비스를 해주기도 하므로 총무팀에서는 회사 단체복 대신 회사 단체 빨대를 기획해보는 건 어떨지. (물론 대표는 너무 작다고 싫어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스텐/나무 머들러다. 머들러는 음료를 휘저을 때 사용하는 막대이다. 보통 카페에서 빨대를 많이 쓰고 집에서는 기다란 티스푼을 많이 쓰는데 끝이 원형으로 되어 있는 머들러도 있고 티스푼 보다는 작은 사각형으로 디자인된 머들러도 있다. 이것 역시 크기는 작지만 다양하고 예쁜 디자인의 머들러가 있어서 굿즈로 제작해도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 번째는 재생가죽 코스터다. 코스터는 컵 받침대를 말한다. 어떤 커피숍이나 어떤 호프집에는 이런 코스터를 같이 내주기도 하는데 그러면 확실히 새롭다. 나 역시 코스터는 한 번도 구매한 적이 없지만 만약에 선물용으로 받는다면 손님을 대접할 때 자주 사용하게 될 것 같다. 회사 단체복이나 단체 티는 일상에서 입지 않는다. 하지만 코스터는 어떤가? 중간에 회사 로고가 들어가도 컵을 놓으면 절대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회사에서 사용하기 좋은 굿즈이며 얇고 가벼워 휴대하기도 좋다.

이처럼 옷과 에코백에 집중된 굿즈 문화가 (작아서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만) 조금 더 잘 사용될 수 있는 무엇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비싼 텀블러를 만들었다면 회사 로고는 참신하게 텀블러 바닥에 새기던가 절대 알 수 없도록 하자. 내가 어떤 회사를 다니는지 만인에게 공유하고 싶은 사람은 (회사 내에서가 아니라면) 아무도 없을 것이다.

태그:#친환경판촉물, #친환경굿즈, #스탠빨대, #코스터, #나무머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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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악순환 줄이는 옷경영 코치. 건강한 멋과 삶, 옷장/쇼핑/코디 코치 <4계절 옷경영 연구소>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주말엔 옷장 정리 / 기본의 멋 / 문제는 옷습관 /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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