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경기주택공사(GH)가 공공 아파트 공사원가를 두고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SH는 공사원가를 공개 못하겠다며 소송을 벌이고 있는 반면, GH는 아파트 공사원가를 모두 공개했다.
현재 SH와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년째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소송전은 지난 2019년 4월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실련은 당시 마곡 15단지 등 12개 단지 분양원가 세부내역(설계·도급·하도급·원하도급대비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SH가 분양한 공공아파트 건설에 들어간 실제 공사원가를 살펴보고, 분양가 거품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SH는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했다. 그러자 경실련은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고, 법원은 지난해 4월 "없는 자료를 제외한 원가자료를 공개하라"는 취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 과정에서 SH가 마곡 15단지 설계내역 등 일부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되기도 했다.
SH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이 진행 중이다. SH는 해당 문서가 시공사 영업비밀이라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SH 관계자는 "설계내역서는 시공사의 영업비밀이고, 원·하도급 내역서는 SH가 생산한 문서가 아닌 시공사·하청업체가 작성한 문서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원가 공개에 따른 시공사 피해 사례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사실 공사원가 공개를 둘러싼 소송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경실련은 서울 상암·장지 등 15개 아파트 공사원가 내역의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한 SH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09년 서울고등법원이 경실련의 손을 들어주면서 SH는 2009년 10월 원가 세부 자료를 공개했다.
김성달 경실련 국장은 "과거 공사원가 자료는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법원 결정이 있었음에도, 정보 공개 청구를 할 때마다 공개를 거부하며 소송전을 벌이는 공사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SH가 아파트 분양가를 부풀리고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을 숨기기 위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매번 소송전을 벌이는 SH와 달리 GH는 지난 2018년부터 건설공사 원가를 자발적으로 공개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GH에 따르면, 남양주와 판교, 평택, 화성 등 주요 택지지구 아파트 공사원가내역서(설계·계약·하도급내역서)를 공사 누리집에 상시 공개하고 있다.
"GH 공개 자료 아파트 거품 빼기 자료로 활용해야"
아파트를 포함해 10억 원 이상의 공공건설 공사도 원가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5일 현재 GH가 주관한 99곳 사업지구, 420여 건의 공사 내역서가 공개돼 있다. 지난해 3월부터는 민간참여 공공주택 공사의 하도급 내역서까지 준공 시점에 공개하고 있다. SH공사가 시공사 영업비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자료들이다.
GH는 이 자료들을 건설공사 원가 관리 시스템 분석자료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GH관계자는 "아파트 공사 등을 입찰할 때, 공사비 예측 자료로도 활용할 계획"이라며 "이 자료를 토대로 각 공종별로 시공사가 공사비 부풀리기를 하는지 여부 등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성달 경실련 국장은 "SH에 비해 GH는 자발적으로 공사원가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면서 "다만 해당 자료를 활용해, 경기도형 표준건축비 산정 등 아파트 건축비 거품방지를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한걸음 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