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에서 괴한에 납치된 소녀가 구조 요청을 했으나 경찰의 늑장 대응으로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져 분노 여론이 들끓고 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각)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의 정부 청사 앞에서 시민들이 모여 경찰 당국의 부실 수사를 비판하는 촛불 집회를 열었다.
15세 소녀 알렉산드라 마케사누로는 루마니아 남서부 도시 카라칼에서 인근 지역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한 남성의 차를 얻어탔다가 납치당해 구타와 성폭행을 당했다.
알렉산드라는 남성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경찰에 3차례나 신고 전화를 걸어 자신이 납치된 곳을 알려주며 구조를 요청했다. 알렉산드라는 마지막 전화에서 "그가 오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황급히 끊었다.
그러나 경찰은 알렉산드라가 마지막으로 구조 전화를 걸고난 후 무려 19시간이 지난 다음 날 새벽이 되어서야 용의자의 집에 도착했다.
용의자 집에서 알렉산드라의 시신은 없었지만 그가 하고 있던 액세서리가 발견됐다. 또한 신원을 알 수 없는 뼛조각과 또한 지난 4월 실종 신고된 또 다른 18세 소녀의 유류품도 함께 발견되면서 경찰은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65세 용의자 남성을 체포했다.
경찰은 신고자의 위치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으며 수색 영장도 늦게 나왔다고 해명했다. 뒤늦게 수색 작업을 하고 있으나 알렉산드라는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경찰청장 등 책임자 해임했지만
이날 정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주최한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권력자들의 무관심, 무능력, 공감력 부족에 항의한다"라고 밝혔다.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루마니아의 니콜라에 모가 내무장관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경찰청장을 비롯해 사건 발생 지역의 경찰 책임자를 해임했다.
보그단 리쿠 검찰총장 대행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사건 현장에 뒤늦게 도착한 이유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비오리카 단실라 루마니아 총리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하며 살인과 성폭행, 소아성애와 같은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위해 국민투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