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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면 주민 100여명은 22일 대흥면사무소 앞에서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대흥면 주민 100여명은 22일 대흥면사무소 앞에서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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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저수지를 끼고 있는 충남 예산군 대흥면은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이 추진되기 전까지는 꽤 평화로운 동네였다. 마을(대흥)은 지난 2009년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임존성이 있는 마을 뒤편 봉수산에는 지난 2007년 자연 휴양림이 들어섰는데 꽤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민간 자본으로 추진되는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을의 평화는 한순간에 깨졌다. 서부내륙고속도로가 관통한다는 사실을 접한 대흥 주민들은 지난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반대 투쟁을 벌여 오고 있다. 주민들은 고속도로가 마을을 관통할 경우, 애써 가꾼 휴양림은 물론이고 마을 전체가 두 동강이 날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관련기사] 백제문화재 있는 슬로시티까지 관통... '민원유발' 고속도로

지난 2월 서부내륙고속도로 환경영향평가서가 통과됐으며 현재는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실시계약까지 마친 상태다.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주민 민원은 어느 것 하나도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대흥 주민들은 "이것이야말로 민간자본으로 추진되고 있는 민자고속도로의 한계이자 폐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흥 주민 100여 명은 22일 대흥면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서부내륙고속도로는 대흥면을 절대 통과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봉수산의 경우 문화재 보호 때문에 터널 공사가 불가하고, 고속도로가 봉수산 자락을 가로 지를 경우 슬로시티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대흥 주민들은 어떤 형태로든 서부내륙고속도로가 마을을 관통해선 안 된다고 항변하고 있다.

대흥 주민 박효신씨는 "대흥은 경관이 빼어난 곳으로 슬로 시티로까지 지정된 곳이다. 어디를 봐서 이런 곳에 고속도로가 지나가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국토부는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야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마을에 포클레인이 들어오는 순간 그 앞에 드러누울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주민들 "슬로시티-백제 문화재 둘다 포기 못해" 

대흥면에 있는 임존성은 백제 부흥 운동의 상징이기도 하다. 임존성은 백제의 외각 수비성으로 고구려의 침공에 대비해 건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제 패망 이후에는 주류성과 함께 백제 부흥군의 마지막 주둔지였다.
 
대흥면은 '형님먼저 아우 먼저'라는 모 라면 광고의 주인공. 의좋은 형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대흥면은 "형님먼저 아우 먼저"라는 모 라면 광고의 주인공. 의좋은 형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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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통과 문제와 관련해 유중섭 대흥면 주민대책위원장은 "임존성은 나라를 잃은 백제 백성들이 망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저항한 성지"라며 "서부내륙고속도로는 임존성을 절대로 통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서울문화유산연구원에 의뢰한 임존성 관련 자문 결과가 나와 있다. 임존성에 터널을 뚫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문 결과에는 '임존성은 문화재를 발굴 조사하는 데만 468개월(약 40년)이 소요된다'며 '임존성 터널은 문화재 보호차원에서 원천적으로 불가하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을 강행할 테세다. 국토부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예산군과 대흥 구간 노선변경 내용에 대해 협의했다. 임존성 아래로 터널을 뚫는 방안이다. 문화재청에 현상 변경 심의를 우선 추진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합리적으로 노선을 우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오는 29일까지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 주변 주민들의 이의 신청을 받는다. 대흥 주민들은 23일 국토부에 '이의 신청서'를 보내 서부내륙고속도로 대흥 통과의 부당성을 호소할 예정이다.
 
환경영향평가서에 공개된 의견서이다. 의견서는 대흥면 문화재 관통문재를 반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환경영향평가서에 공개된 의견서이다. 의견서는 대흥면 문화재 관통문재를 반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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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토부 , #서부내륙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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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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