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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공무원들이 농사를 짓는 것이 정말 불법이냐는 것입니다.

매번 말하는 대답은 농지법에 따라 300평(1,000㎡)미만의 농지에서 텃밭 농사나 주말농장을 가꾸면서 노동의 기쁨과 자연속의 삶을 즐기는 공무원들의 농사는 권장할 일이지만 그 수준을 넘어 300평 이상의 농지에서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고 농사를 짓는 공무원들은 농지법, 농업소득보전법,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하고, 농민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범죄자들이란 것입니다.

우리 헌법 제 121조에 명시되어 있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죄는 절대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것도 강조합니다.

○ 2008년부터 시행된 농업 경영체 등록제도는 농업·농촌에 관련된 융자·보조금 등을 지원받으려는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농가 중 300평 이상 농사짓는 농가가 자발적으로 등록 신청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즉, 공무원들이 농업경영체 등록은 하는 것은 농업 관련 융자·보조금 등을 지원받기 위해 국가공무원법 제64조(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조항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영리 업무의 금지)를 어기는 위법행위를 고의로 한 셈인 것입니다.

○ 농지법 제7조 (농지 소유 상한) ③주말·체험영농을 하려는 자는 총 1천제곱미터 미만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이 경우 면적 계산은 그 세대원 전부가 소유하는 총 면적으로 한다.

○ 농업소득보전법 제6조(농업소득보전직접지불금 지급대상자) ③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농업소득보전직접지불금의 지급대상자가 될 수 없다.
1. 농업 외의 종합소득금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3,700만원) 이상인 자

농사짓는 공무원들이 어기게 되는 법률들입니다.

그들의 불법행위는 농민들에게 실제로 많은 피해를 입힙니다.

농촌 지역 내에서 구매력이 있는 가장 유력한 소비자들인 그들이 농사꾼으로 나섰으니, 진짜 농사꾼 입장에서는 소비자는 줄어들고, 경쟁자가 늘어나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친환경 직불금 등 각종 직불금을 불법 수령하면서 진짜 농사꾼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은 줄어들어 버리기까지 합니다.

농민들에게 제공되는 보조 사업이나 지원제도가 농사짓는 공무원들의 필요에 따라 왜곡되고 편향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현재 농업관련 지원이나 보조사업은 대부분 시설이나 자재 등 현물 지원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농민들이 업자와 결탁해 보조금을 횡령한 사례를 들어 현금 지원이 불가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지원이나 보조사업에서 현금 지원이 실현되지 않는 진짜 이유는 농사짓는 공무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현금이 아닌 영농관련 시설이나 자재를 받아야 재산상 이득을 위한 영리행위가 아닌 것으로 위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농사를 부업이나 취미활동으로 격하시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자부심을 가지려 노력하는 농사꾼들에게 자괴심과 좌절감을 안겨준다는 것입니다.

단양군친환경농업인연합회, 단고을협동조합, 단양소백농협, 전국농민회총연맹, 녹색연합. 농사꾼인 제가 출자하거나 정기적으로 회비를 납부하는 조직들입니다.

그리고 제게 가장 많은 혜택(?)과 부담을 주는 가장 큰 조직인 국가!

농사꾼이 만날 수 있는 국가는 국회의원과 판사와 공무원입니다. 특별히 나쁜 일이 없다면 국회의원이나 판사를 볼 일이 없으니, 농사꾼에게 국가는 공무원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불법을 저지르며, 농사꾼의 삶을 위협하는 공무원들이 있는 한 농사꾼에게 국가는 정상 국가가 될 수 없습니다.

2008년 10월. 대한민국 공직사회 '최대 스캔들'이라 불리는 쌀 직불금 부정수급 사건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적발된 공무원 3만9971명의 쌀 직불금 부정수령 사실이 밝혀질 경우 직불금 환수와 파면·해임 등 법적 징계절차를 밟고, 2005년 이후 쌀 직불금 수령자와 2008년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쌀 직불금 부정수령 조사를 하기로 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직불금만 환수하고 차후 공무원들의 직불금 신청을 허용하지 않는 선에서 무마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2018년 3월. 충북 청주에서는 국무총리실 감사결과 친환경 직불금을 받은 공무원이 적발되었지만 아무런 징계 없이 불문 경고 처분만 내리고 말았습니다.

2018년 10월. 충북 단양에서는 친환경 직불금을 받은 공무원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해당 공무원들이 친환경 인증을 포기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근무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조직인 국가가 경자유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마저 무시하는 범법자들에 의해 대표되는 암울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농업전망 2018 60쪽
 농업전망 2018 60쪽
ⓒ 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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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농사만 열심히 지으면 풍요롭게 먹고 살 수 있도록 하겠다!"

이런 저런 선거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표적인 농업관련 공약입니다.

위의 표에서 보듯 2018년 올해의 농업소득 추정액은 1997년의 농업소득 1,020만원보다 6만원 적은 1,014만 원입니다. 

본인 소유의 농지 없이 남의 땅을 빌려 농사짓는 임차농의 입장에서는 정말 허황된 공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원래 "열심히 일만 하면 풍요롭게 먹고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은 농사꾼이 아니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공약이었습니다. 1990년대 초 부정부패가 만연한 공무원 조직에 공무원 봉급을 국영기업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처우 개선을 약속하면서 비리를 저지르지 않고 사명감을 갖고 근무하면 노후 생활까지 보장해 주겠다는 약속이었던 것입니다.

국가는 공무원들에 대한 약속은 지켰지만 그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공무원 신분으로 농지를 매입했고, 퇴직 후에는 월300만 원이 넘는 공무원연금을 타면서도 직불금을 받아가고 있습니다.

  
제21회 농업인의 날 행사 방명록
 제21회 농업인의 날 행사 방명록
ⓒ 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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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소유의 농지 없이 남의 땅을 빌려 농사짓는 임차농들은 늙거나 병들거나 혹은 지주들이 임대계약을 해지하는 순간 바로 농사꾼의 자격도 박탈되고 생존의 위협에 몰리게 됩니다. 수십 년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환경과 마을 공동체를 지켜왔던 노력은 아무런 가치도 인정받지 못한 채,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받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몰리게 됩니다.

벌써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아직 촛불 혁명의 가치를 잊지 않고,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기치를 버리지 않았다면 농업경영체 등록을 한 공무원들을 모두 퇴출시키고,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인정해 농민들을 진짜 공직자로 대우해 주어야 합니다. 특별히 생존의 위기에 몰린 빈농들에게는 기초생활수급자 수준의 농민 연금을 편성해 생존의 근거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태그:#농업소득, #농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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