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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 지적공부 미등록토지 정비사업 결과 발표
 국토부 : 지적공부 미등록토지 정비사업 결과 발표
ⓒ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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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6일 국토교통부는 2020년부터 3년간 '지적공부 미등록토지 정비사업'을 벌여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하는 5.6㎢의 토지를 국유재산으로 신규 등록"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국토부의 발표 중 눈여겨 볼 점은 국유재산으로 신규 등록한 토지 중에 '사정(査定)토지'도 포함돼 있다는 것입니다. 사정 토지는 1910년부터 1918년까지 8년에 걸쳐 일제가 실시한 토지조사사업으로 소유권자가 정해진 이래 지금까지 소유권 변동이 없었던 토지를 말합니다.

전국의 '사정토지'는 얼마나? 
 
국가공간정보센터가 2022년 10월 국회 김두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국가공간정보센터가 2022년 10월 국회 김두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 국가공간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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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0월, 국토교통부 소속기관인 국가공간정보센터는 최종 소유권 변동 원인이 '사정(査定)'인 토지가 전국적으로 60만4144필지, 5억292만977㎡(약 1억5213만3596평)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국토 면적 1004억3000만여 ㎡의 200분의 1에 해당합니다. 사정토지 중 농지는 밭(田)이 11만934필지 5023만4282㎡, 논(畓)이 3만966필지 968만9669㎡였습니다. 미등기 토지는 전국적으로 1만2981필지, 1211만718㎡이고 농지는 밭(田)이 2925필지 153만3501㎡, 논(畓)이 1253필지 44만6352㎡라고 합니다.

이 현황을 모두 합하면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국유재산으로 신규 등록했다는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하는 5.6㎢의 토지"보다 92배가 큽니다.

실재하는 땅인데 세금을 못 걷는 토지

앞서 말씀드렸듯 사정 토지는 일제의 토지조사사업(1910~1918)으로 소유권자가 정해진 이후로 현재까지 소유권 변동이 없는 토지입니다. 일제 토지조사사업이 끝난 지 104년이 지난 2022년까지 5억292만㎡에 달하는 토지가 후손에게 상속되거나 국가에 귀속되지 않은 채 최종 소유권 변동원인이 '사정' 상태로 남아있는 겁니다.

만약 토지대장 상 사정 토지의 소유자가 생존해 있다면 적어도 105세가 넘었을 것입니다. 소유자의 이름만 존재할 뿐, 소유자의 주소도 생사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5억292만㎡에 달하는 사정 토지에 국가는 세금을 걷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1914년 7월 20일 사정(査定) 토지의 토지대장.
 1914년 7월 20일 사정(査定) 토지의 토지대장.
ⓒ 정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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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 토지의 국가 귀속이 '당연'한 이유
 
'부동산 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 시기
1차. 1977.3.1. ~ 1981.02.28., 1982.4.3. ~ 1984.12.31.
2차. 1993.1.1. ~ 1994.12.31.
3차. 2006.1.1. ~ 2007.12.31.
4차. 2020.8.5. ~ 2022.8.4.

위는 1977년부터 시행된 '부동산 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 기간입니다. 정부는 지난 45년간 네 차례에 걸쳐 총 11년 9개월의 시간을 사정 토지 소유자의 후손에게 줬습니다. 특별조치법 시행 기간 중에는 소유권 이전등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이전등기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등의 혜택도 제공했습니다.

2022년 8월 4일에 4차 '부동산 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종료됐음에도 2022년 10월 6일 기준으로 5억292만㎡가량의 토지가 사정 토지로 남아있다는 것은 사정 토지에 소유권을 주장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금도 못 받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도 없는 토지를 국가로 귀속시키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1918년 7월 20일 사정(査定) 토지의 토지대장.
 1918년 7월 20일 사정(査定) 토지의 토지대장.
ⓒ 정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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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정 토지 중 '농지'의 경우엔 국가로의 귀속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농사를 짓고 있으면서도 사정 토지인 까닭에 공익직불금도 받지 못하고, 농로나 배수로 설치 등의 공사도 할 수 없는 농사꾼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과 농지법상 '농지에 관한 기본 이념'의 실현을 위해서는 사정 토지를 국가에 귀속시켜, 국가가 실경작자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어야 합니다.
그래야 실경작자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으며 공익직불금을 받을 수 있고, 농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도 벌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다른 '역사적' 의미

3.1%의 지주가 전체 경작지의 50.4%를 소유하는 극단적으로 불균등한 식민지 지주제를 완성시킨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이 끝난 다음해인 1919년에 3.1독립운동이 일어납니다.

1919년 9월. 상해임시정부가 발간한 '한일 관계 사료집'에 따르면 3.1운동에 참여한 인원이 168만1648명, 일제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람이 6821명, 일제에 체포된 사람이 4만9511명이라고 합니다. 1920년에 발행된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韓國獨立運動之血史)는 3.1운동에 참여한 인원이 202만3098명, 사망 7509명, 체포자 4만6948명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에 대한 반발이 3.1운동의 중요한 동력이 됐고, 3.1운동에 대한 일제의 가혹한 학살과 탄압은 대규모의 거주 지역 이탈을 초래했습니다. 일제에 대한 저항과 그를 탄압하기 위한 일제의 만행의 결과가 지금의 사정 토지로 나타났을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일제의 학살과 만행에 대한 사죄도 받지 못하고 친일로 내닫는 사이에 부동산 투기꾼들은 사정 토지를 차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2016년 3월 기준으로 65만3000여 필지, 5억7741만6000여㎡에 달했던 사정 토지가 2022년 10월엔 60만4000여 필지, 5억292만㎡로 줄어들었습니다. 6년 반만에 7449만㎡가 줄어든 셈입니다.

부동산 투기꾼들이 사정 토지를 상당수 차지하기 전에,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모든 사정 토지를 국유재산으로 귀속시켜야 합니다.

태그:#사정토지`, #국유재산, #일제잔재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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