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부터 금융기관의 종이통장 발급이 사실상 중단된다. 이에 따라 모바일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저학력·저소득 디지털 소외계층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 및 시사점'에 따르면 작년 기준 최근 6개월 내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43.3%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대면으로 실시됐다. 아직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 등 기기를 통해 금융기관의 잔액조회, 계좌이체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종이통장 대신할 모바일뱅킹, 학력·소득 낮을수록 이용 저조
특히 최종 학력이 낮을수록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은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 중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진 이들 중 4.6%만이 모바일뱅킹을 이용했다.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가진 이들 중에서는 37.7%, 대학교 졸업 학력을 가진 이들 가운데서는 56.5%, 대학원 이상 학력을 가진 이들 중에서는 61.2%가 모바일뱅킹을 활용한다고 답했다.
또 소득이 낮을수록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잘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입출금내역, 자동이체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알림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을 살펴봐도, 연간 2000만 원 미만 소득자의 경우 12.8%로 집계됐다. 2000~3000만 원 구간 소득자는 26.8%, 3000~4000만 원 구간 소득자는 32.3% 등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이 비율도 높아졌다. 6000만 원 이상 소득자 중에서는 46.6%나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는 종이통장을 사용할 때의 '통장정리'를 대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인데 이마저도 소득에 따라 이용률에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2000만 원 미만 소득자들은, 모바일뱅킹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보안 문제가 해결돼도 이용할 의사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15% 정도만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저소득자들이 보안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모바일뱅킹을 사용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저소득층, 농어민, 장노년층, 장애인 등 소외계층과 일반국민의 디지털정보 격차는 크다. 미래창조과학부의 '2016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이들 4대 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지난해 기준 58.6%다. 이는 일반국민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100이라고 했을 때 이들 소외계층의 수준을 의미한다. 즉, 이들이 알고 있는 디지털정보가 일반국민이 알고 있는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는 소외계층의 모바일뱅킹 사용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3년 후에는 종이통장 받으려면 돈 내야 할 수도...금융당국 "교육 강화"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5년 7월 '통장기반 금융거래 관행 등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단계적으로 종이통장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었다. 통장거래 관행으로 금융소비자와 금융기관 모두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분실 등 불편이 초래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금감원은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금융기관들이 통장을 발급 받지 않는 소비자에게 금리 우대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도록 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올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금융기관들이 60세 이상이거나 희망하는 이들에게만 통장을 발급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이후에는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통장발행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금감원 쪽 계획이다. 고객이 60세 이상이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비용의 일부를 면제해주는 식으로 운영하겠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이 같은 금감원의 계획이 수정 없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저학력·저소득 소비자가 불편을 겪거나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곽범준 금감원 은행감독국 은행제도팀장은 "최근 은행 점포수도 감소하고 있는데 모바일뱅킹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도 강화하고, 소비자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 방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