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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시내 한 상가 건물 전면 유리가 파손된 모습.
 12일 오후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시내 한 상가 건물 전면 유리가 파손된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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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저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경주 시내 대형마트의 제품이 쏟아지고(왼쪽) 경주 노동동 아웃도어 매장의 유리가 깨지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12일 저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경주 시내 대형마트의 제품이 쏟아지고(왼쪽) 경주 노동동 아웃도어 매장의 유리가 깨지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 부산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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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한반도에서 경험하지 못한,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이 전국을 뒤흔들었다. 지난 12일 저녁 갑자기 찾아온 두 차례 지진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첫 번째 지진이 발생한 건 오후 7시 44분이었다. 규모 5.1로 경주 남서쪽 9km 지점이었다(관련기사 : 경주서 규모 5.8 2차 지진 "지진 관측 이래 최대 규모").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약 40여 분 뒤인 오후 8시 32분 또 한 번의 큰 떨림이 한반도를 흔들었다. 1차 지진 지역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경주 남남서쪽 8km 지점에서 규모 5.8이 감지됐다.

두 지진 모두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기상청이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규모 5.8은 최대 규모이다. 종전까지는 지난 1980년 1월 8일 평안북도 삭주 남남서쪽 20km에서 발생한 규모 5.3 지진이 가장 셌다.

규모 5.1이었던 1차 지진 역시 2014년 4월 1일 충남 태안군 서격렬비도 서북서쪽 100km 해역에서 감지된 지진과 같은 규모로 역대 공동 5위에 해당한다. 한반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강력한 지진이 하룻밤 사이에 찾아온 셈이다.

무턱대고 "안전에 주의하라" 도움 안 된 재난문자 또 뒷북

12일 저녁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으로 경남 김해대로 한 주상복합건물 내 대형 식당 천장 일부가 폭탄을 맞은 듯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12일 저녁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으로 경남 김해대로 한 주상복합건물 내 대형 식당 천장 일부가 폭탄을 맞은 듯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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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12일 오후 부산 영도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 바닥이 갈라져 있다. 이 주차장의 갈라짐 현상은 이번 지진으로 더 심해졌다.
 경북 경주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12일 오후 부산 영도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 바닥이 갈라져 있다. 이 주차장의 갈라짐 현상은 이번 지진으로 더 심해졌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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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가 속출했다. 전국에서 4만 건에 가까운 신고·문의 전화가 119로 밀려들었다. 건물에 균열이 가거나 수도관이 파열됐다는 신고도 이어졌다. 떨어진 물체에 맞아 상처를 입거나 대피 중 다친 시민들도 있었다. 공포에 떤 주민들은 밤이 늦도록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 등지에 모여 쉽사리 귀가하지 못했다. 여진도 22여차례나 이어졌다.

그런 상황에서도 재난 콘트롤타워는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했다. 국민안전처가 긴급재난문자를 보낸 시간은 12일 오후 7시 55분 이후였다. 1차 지진이 발생한 이후 10분이 지난 뒤였다. 뒤늦게 도착한 문자는 "[국민안전처] 09.12.19:44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km지역 규모5.1 지진발생/여진 등 안전에 주의바랍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12일 오후 7시44분 경북 경주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한지 10분이 지난 뒤에야 일부 지역에 문자를 발송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12일 오후 7시44분 경북 경주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한지 10분이 지난 뒤에야 일부 지역에 문자를 발송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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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더 컸던 2차 지진 이후에는 발송조차 되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27일 '지진방지 개선대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지난 4월 발생했던 일본 구마모토 지진의 여파가 부산·경남에서 느껴졌음에도 대국민 알림서비스가 되지 않았다는 비판에 부랴부랴 마련한 대책이었다.

정부는 당시 대책을 통해 "진도 4 이상 감지되는 지역 주민에게 지진 발생 상황과 사후적 행동요령을 담은 긴급 재난 문자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진 경보 시간을 앞당기겠다고 다짐했다. 정부는 대책에서 지진 조기 경보 시간을 "현재 50초에서 2020년 10초 이내 단축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5일 울산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5.1 지진 당시 17분 후에 일부 지역에만 뒷북 재난 문자를 발송한 국민안전처는 이번에도 빈약한 내용의 문자를 뒷북으로 전송했다.

지진 앞에 IT 강국은 없었다... 먹통 된 누리집·스마트폰·카톡

지난 12일 저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접속자가 몰리면서 국민안전처 누리집은 한동안 접속 장애를 겪었다.
 지난 12일 저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접속자가 몰리면서 국민안전처 누리집은 한동안 접속 장애를 겪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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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을 느낀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서로의 안부를 물으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불안한 시민들은 저마다 안전대책을 찾아나서야 했다. 지진 발생 이후 포털 사이트에는 '지진 대피 요령' 등 지진 관련 검색어가 상위를 휩쓸었다. 재난콘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도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국민안전처 누리집은 먹통이었다.

국민안전처 누리집은 한동안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스템 점검 작업으로 인하여 현재 웹서비스가 중단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는 안내 문구와 함께 정상 접속이 되지 않았다. 국민안전처 측은 "접속 폭주에 따른 접속 불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안전처뿐만 아니었다. 카카오톡은 지진 발생 이후 수 시간 동안 정상적인 접속과 메시지 송·수신이 되지 않았다. 통화음조차 들리지 않는 전화도 무용지물이었다. 시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부산에 사는 조아무개(33)씨는 "지인과 가족의 안부를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걸리지 않았다"면서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우왕좌왕했지만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태그:#지진, #국민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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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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