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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입니다. 이제 이 장마가 끝나면 무더위가 성화를 부리겠지요. 너나없이 여름휴가를 떠날 테고요. 기왕 나선 여행길, 무언가 자녀들의 가슴에 책이 아닌 현장에서 문화와 역사를 자리하게 만드는 것도 좋겠지요. 오늘은 그런 이야기 하나 전합니다.

강릉김씨 문중의 경길이란 분의 효심에 나라에서 효자비를 세워주었다.
▲ 효자각 강릉김씨 문중의 경길이란 분의 효심에 나라에서 효자비를 세워주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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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 읍내에서 속초시 방향으로 가다보면 낙산사로 들어가는 초입을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서 좌회전을 하면 둔전리로 빠지는 길이 연결되는데 2분쯤 차로 달리면 '솔거리 추어탕'이란 간판이 나옵니다. 이 집 바로 뒤에 낙산사까지 전소시킨 2005년의 양양 산불에서도 온전히 보존된 높지 않은 산과 효자각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 효자각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이 효자각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화일리에서 발화하여 북서풍을 타고 양양읍과 강현면 일대를 휩쓸어 버린 대형 산불이 바로 양양산불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정말 이상스러울 정도로 불길을 피한 산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효자각이 있는 야트막한 산입니다. 이 모든 일이 효자각의 은덕 아닐까 싶습니다.

전통양식의 구조로 지어진 맞배지붕을 얹은 효자각의 모습.
▲ 김경길 효자각 전통양식의 구조로 지어진 맞배지붕을 얹은 효자각의 모습.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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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돈과 관련하여 부모를 고소하고 심지어 부모를 처참하게 살해하는 일이 많은 때, 효자각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내 스스로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은 양친께 생전에 많은 죄를 지은 듯싶어 참회의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예로부터 부모에 대한 공경이 극진한 자식들은 나라에서 큰 상을 내리고, 세상을 떠난 경우 그 효심을 기려 비를 세워 후세에 모범이 되게 하였으니 전국의 효자각이 지금도 그 마을의 자랑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지극한 사랑은 바닷물을 찍어 써도 다 쓸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은혜로움을 저도 또한 많이 저버리고 살았습니다. 이제 용서를 빌려고 해도 이미 부모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으니 오히려 더 큰 아픔으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효자통정대부강릉김경길지비(孝子通政大夫江陵金景吉之碑)를 세우고 후세에 길이 전하기 위하여 문을 세웠으니 그 후손들이 대대로 번창하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한 것일 터입니다. 효자각을 촬영하려고 계단을 오르다 보니 잡초가 무성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통정대부(通政大夫)란 조선 시대에 있던 정삼품 문관의 품계로 고종 2년(1865)부터 종친(宗親)·의빈(儀賓)의 품계로도 함께 사용했습니다. 부마도위(駙馬都尉)와 같이 왕족의 신분이 아니면서 왕족과 통혼한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도 사용했기에 강릉김씨가 양반가로 벼슬을 한 정삼품 문관일 수도 있으나, 정조가 어명으로 효자각을 건립한 사실 등을 비추어 왕족과 통혼을 한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내용은 후손을 찾아 확인하면 알 수도 있는 일이지만 굳이 거기까지 확인하지 않아도 이 효자각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하다 싶습니다.

효자각은 열녀문과 달리 묘를 쓰고 그 앞에 비를 세웁니다. 네 개의 기둥을 초석 위에 세우고 삼량가의 가구로 지붕을 바친 구조로 양 측면은 박공으로 마무리한 맞배지붕이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삼량가'니 '박공'이니 하는 말이나, '맞배지붕'과 같은 용어들은 전통건축에서 사용되는 말들로 우리 전통문화와 사찰, 탑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자녀들과 함께 이런 유적들을 찾아 여행을 할 경우라면 부모님들이 사전에 배워 자녀들에게 일러주면 좋겠지요.

살아생전 이만한 거처에 살았을까 싶은 생각은 접어두고, 사후라도 이만큼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그의 효성에 대한 예로 나라가 직접 나설 수 있었음이 오히려 고맙습니다. 어떤 인물이었기에 효자비를 세우고 효자각을 세워주었는가 보겠습니다.

효자 김경길의 효행에 대하여 밝혀놓은 둥근모정사각형의 편액
▲ 김경길행적사 효자 김경길의 효행에 대하여 밝혀놓은 둥근모정사각형의 편액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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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육송편액을 그대로 두고 새롭게 엄나무 판재에 같은 내용의 효행에 대한 행적사를 기록해 걸었다.
▲ 김경길행적사 낡은 육송편액을 그대로 두고 새롭게 엄나무 판재에 같은 내용의 효행에 대한 행적사를 기록해 걸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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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경길행적사


강릉김공경길은 군기정공휘 이온의 육대손으로서 서기1642년 5월 5일에 탄생하여 1727년 3월 20일 향년 86세로 서거하셨다. 공의 성품이 본시 효성스러워서 나이 겨우 14세에 모상을 당하였을 때 3년간 시묘하셨다. 그리고 부친이 병중에 계시면서 참외를 잡수고 싶다기에 때는 늦가을이라 흐느껴 울면서 사방으로 구하였었더니 마침 한 노인이 나타나 참외 두 개를 주고 사라졌다. 그 참외를 부친에게 드렸더니 병환이 쾌유하셨다.

또 엄동에 부친이 물고기를 잡수고 싶다기에 하늘에 호소하며 개울 얼음을 두드려 깨서 천어를 잡아다가 회를 만들어 드렸고 병환이 위중하시매 부친의 변을 맛보아 병세를 가늠하여 약을 쓰셨다. 부친이 운명하려 할 때에 단지하여 그 피를 마시게 하니 곧 소생하셨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온 고을사람들이 모두 효성이 하늘에 사무친 까닭이라고 칭송이 자자하였다. 이 행적은 양양읍지와 삼강행실록에 실려있다. 1791년 정조의 어명으로 미니실 6로 좌에 정문을 건립하였다가 지금은 적은리 삼거리에 옮겼으며 1991년 5월 5일 중수하였다.

이를 지금 우리의 자식들이 읽기 쉽도록 고쳐보겠습니다.

효자경길행적사(효자 김경길의 행적을 기록한다.)

강릉김씨인 경길은 군기정공휘 이온의 육대손으로서 서기1642년 5월 5일에 탄생하여 1727년 3월 20일 향년 86세로 서거하셨다. 공의 성품이 본시 효성스러워서 나이 겨우 14세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3년간 산소를 지키셨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병중에 계시면서 참외를 잡수고 싶다기에 때는 늦가을이라 흐느껴 울면서 사방으로 구하였더니 마침 한 노인이 나타나 참외 두 개를 주고 사라졌다. 그 참외를 부친에게 드렸더니 병환이 쾌유하셨다.

또 매섭게 추운 겨울에 어버지가 물고기를 잡수고 싶다기에 하늘에 호소하며 개울 얼음을 두드려 깨서 물고기를 잡아다가 잘게 썰어 드시게 좋게 해 드렸고, 병환이 위중하시매 부친의 변을 맛보아 병세를 가늠하여 약을 쓰셨다. 부친이 운명하려 할 때에 손가락을 잘라 그 피를 마시게 하니 곧 숨이 돌아 오셨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온 고을 사람들이 모두 효성이 하늘까지 감동을 시킨 까닭이라고 칭송이 자자하였다.

이 행적은 양양읍지와 삼강행실록에 실려 있다. 1791년 정조의 어명으로 미륵불을 모시는 여승들이 있는 곳의 6거리 왼쪽 정문을 건립하였다가 지금은 적은리 삼거리에 옮겼으며 1991년 5월 5일 중수하였다.

한문체라고는 하지만 후대인 1991년대에 옛 사적을 살려 놓은 것으로 어느 정도만 한문을 안다고 해도 충분히 뜻을 살펴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찍이 배웠던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심에 대한 이야기가 이곳 양양군의 역사 속에 실존하는 어른이라는 사실은 가슴 뿌듯한 일입니다.

행적을 기록한 현판이 두 개 있는데 둥근모정사각형으로 보이는 하나는 육송판재에 쓴 것으로 1991년대에 쓴 것을 옮긴 듯 하고, 정면의 행적을 기록한 긴 현판은 엄나무판재로 최근에 새로이 건 듯 합니다.

효자 김경길에게 나라에서 내린 효자비
▲ 효자비 효자 김경길에게 나라에서 내린 효자비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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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부분이라면 이렇게 역사적으로도 소중한 사료며, 우리의 도덕적인 행적을 남기신 선인의 뜻을 기리는 비를 옮기면서 시멘트로 꼭 작업을 해야 하는가 입니다. 바닥을 석판으로 깔고 초석을 제대로 세운 뒤 비를 세웠다면 우리의 전통을 제대로 살리는 길이었을 텐데요.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덧붙이는 글 | 양양군의 기자단 블로그에 게재합니다.



태그:#효심, #효자각, #효자비, #김경길 효자각, #양양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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