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종양학 전문의와의 점심식사'는 대화의 형태를 빌려 보다 알기 쉽게 암 예방 및 통계에 대한 지식과 갑상선·유방·대장·간 등 각각의 암 종에 대해 알아보는 연재입니다. 한 신문사의 의학·건강기자이자 암 환자 보호자이기도 한 K기자와 한 종합병원 의사 Q의 대화로 구성해봤습니다. - 기자 말

K : "선생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Q : "네, 안녕하세요. K씨도 잘 지내셨지요?"
K : "네, 그럼요! 참, 선생님. 저희가 쓰고 있는 '종양학 전문의와의 점심식사'가 '이달의 시민기자상'을 받았어요!"
Q : "오, 그렇군요. 축하드립니다. 저희가 쓰는 내용이 자칫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인데, 좋게 봐주셨다니 감사한 일이네요. K씨가 기사를 잘 써준 덕분이에요. 고맙습니다."
K : "아니에요. 선생님이 좋은 말씀을 늘 잘 풀어서 이야기해주신 덕분이죠! "
Q :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K : "네. (웃음) 그러면 선생님, 오늘도 진도를 나가야겠지요? 오늘은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요?"
Q : "네, 오늘은 폐암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사망률 1위, 폐암... 조기검진은 이익이 없다?


저선량 CT라고 해도, 반복적으로 촬영하면 방사선에 노출돼 폐에 부담이 생긴다.
 저선량 CT라고 해도, 반복적으로 촬영하면 방사선에 노출돼 폐에 부담이 생긴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K : "폐암이요?! 네, 좋은데요. 오늘 그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으신 이유가 특별히 있으신지요?"
Q : "일전에 제가 회식에 다녀왔어요. 거기서 제약회사의 한 임원분과 동석했는데요. 식사 중간에 담배를 태우고 오시더라고요. 그래서 '항암제를 만드는 업에 종사하시는 분이 담배를 태우시네요'라고 핀잔을 줬더니…. '어차피 폐암은 유전이나 가족력이 중요한 거 아닌가요, 그리고 제가 이제 나이가 50이 넘은 지 꽤 됐는데, 이제 끊어봤자 얼마나 더 살겠어요'라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K : "아…."

Q : "흡연이 폐암의 중요한 원인이고,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의 발병률이 20~30배가량 높다는 사실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단순히 흡연자와 비흡연자간의 비교뿐 아니라, 간접흡연이라던가 적은 양의 흡연이라던가, 고령자의 금연이라던가 하는, 은근히 논란거리가 있는 주제가 많더라고요."

K : "네, 그러면 그 제약회사 임원분께서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Q : "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폐암에 대한 통계적인 내용부터 짚고 넘어가도록 하지요. 2013년 국내의 통계를 기준으로, 폐암은 암종들 중 발병률 4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사망률은 1위에요. 발생률 1, 2위인 위암이나 대장암보다 (워낙 발병률이 높고 예후가 우수한 갑상선암은 제외) 대략 사망률이 2배가량이나 높아요."

K : "왜 그렇게 폐암의 사망률이 유난히 높은 걸까요?"
Q : "지난번에 간암 편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발생률에 비해 사망률이 높은 암은 증상이 잘 발현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고, 또 생명과 직접 관련이 있는 장기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폐암도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고, 다른 암에 비해 발병 후 진행이 빠른 편입니다. 또 폐라는 기관이 호흡을 관장하는 기관인 만큼, 생명과 직결돼 있고요."

K : "그렇다면 폐암은 조기검진이 더욱 중요하겠군요?"
Q : "현재 국가암정보센터에서 권고하고 있는 폐암 검진 권고안은, '30갑년(갑년 = 하루에 피운 담배 갑수에 피운 연수를 곱한 것. 예를 들어, 하루 1갑씩 30년 피웠다면 30갑년, 하루 반갑 씩 20년 피웠다면 1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55세 이상의 고위험군(금연 후 15년 이상인 과거 흡연자는 제외)을 대상으로 매년 저선량 흉부CT를 이용한 검진을 권고한다'입니다. 사실 이 권고안도 최근에 바뀐 권고안이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폐암은 정기검진이 권고되지 않았습니다."

K : "정기검진이 권고되지 않았다고요? 왜요?"
Q : "일반적으로 정기검진은 암 발생이나 암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에 도움이 되는데, 폐암에 있어서는 조기검진을 시행한 군이 시행하지 않은 군에 비해서 생존율 향상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과거의 폐암 조기검진은 주로 우리가 '가슴 사진'이라고 알고 있는 '흉부 X선 사진'을 이용했었는데요. 이 사진에서 폐암이 보이려면 암이 이미 꽤 커졌거나,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90% 이상의 폐암이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비흡연자에 있어서의 검진의 효용성도 의문이고요.

다만, 최근에 '저선량 흉부CT'라는 기법이 개발돼, 검진의 목적으로 가슴CT를 촬영하는 기술이 생겼습니다. 본래 CT는 방사선노출이 있어서 검진의 목적으로 매년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는데, 그 양을 많게는 10분의 1까지 줄인 것이죠.

이 기법을 이용해서,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었던 군에서 매년 검진을 한 경우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20%까지 감소시켰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권고안이, 30갑년 이상의 고위험군에게 매년 저선량 CT로 검진을 권고하게 된 거지요."

K : "그렇군요.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엔 저선량 CT를 이용한 검진은 도움이 안 되나요?"
Q : "저선량 CT라고 해도, 반복적으로 촬영하면 방사선에 노출돼 폐에 부담이 생깁니다. 앞서 설명한 고위험군에서는 이러한 부담보다 검진으로 받는 이익이 훨씬 크지만, 비흡연자나 젊은 사람들에게는 검진의 이득보다 위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권고되지 않습니다.

사실 그럼에도 일선의료기관에서 저선량 흉부 CT를 이용한 검진이 빈번히 행해지고 있긴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과다검진'에 대한 의문이 새로운 이슈가 되기도 하죠. 암이 아닌,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양성 결절 등을 발견해서 걱정 없이 건강히 살 사람을 질병 우려에 빠뜨릴 수도 있고요. "

유전, 간접흡연, 고령 금연, 전자담배 등 다양한 이슈들

흡연은 문제 중에 문제다.
 흡연은 문제 중에 문제다.
ⓒ pexels

관련사진보기


K :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러면 아까 말씀하셨던 그 제약회사 임원분의 말씀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해봐도 될까요?"

Q : "예. 흡연이 폐암과 관계가 깊고 금연하면 도움이 된다는 건 다 알고 있지만, 간접흡연이나 유전 그리고 나이가 든 사람들의 경우 금연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볼 필요가 있지요.

간접흡연에 대해서는, 제가 쓰고 있는 칼럼에서 사실 여러 번에 걸쳐 이야기를 했습니다. 간접흡연은 '비흡연자 폐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고요. 프랑스의 한 연구에 따르면 비흡연자 폐암 환자 중 여성의 경우 79%가 간접흡연에 노출됐다는 보고가 있었지요. 또 어려서부터 담배 연기에 노출된 경우 비흡연 폐암 발병률이 2.5배 정도 높다는 보고가 있었어요(관련 기사 : 흡연해도 암은 복불복? 그런 건 없다). 흡연자와 함께 사는 여성이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모발 속의 니코틴 축적량이 비흡연자와 사는 여성이나 어린이에 비해 두 배정도 많았다는 보고도 있고요.

그리고 폐암은 유전적인 요인이 있습니다. 한 메타분석(여러 연구를 통합하여 하는 분석)에서는 45개 정도의 역학 연구를 통합해 분석한 결과, 가족력이 있는 경우 폐암 발병률이 1.8배 정도 높았다는 결과를 내놨지요.

폐암에 취약한 유전자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고, 그러한 유전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흡연이 폐암의 가장 중요한 인자라는 것은 변함이 없지요. 위험도가 20~30배나 증가하니까요."

K : "네, 그러면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으신 분이 담배를 끊는 건 의미가 있을까요?"
Q : "영국에서 진행된 연구를 예로 들어볼게요. 그 연구는 3만5000명의 영국인 의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는데요. 흡연자들은 평균적으로 비흡연자에 비해서 10년 정도 수명이 감소했습니다. 각각 60세, 50세, 40세, 30세에 담배를 끊은 사람들의 경우 감소된 10년 수명 중에서 3년, 6년, 9년, 10년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담배를 끊은 지 15년 정도가 지나면 흡연자와 비교해봤을 때 폐암 위험도가 80~90% 감소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담배를 끊으면 폐암뿐 아니라, 흡연으로 인한 폐질환, 심장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빈도도 줄어들지요.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 두 가지 연구를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담배를 완전히 끊지 못하더라도, 담배를 줄이는 것도 폐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하루 15갑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경우, 절반 이상으로 흡연량을 줄였을 때 폐암 위험률이 27%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전자담배라고 해서 안전한 게 아니다. 연구 결과가 나온 게 없다.
 전자담배라고 해서 안전한 게 아니다. 연구 결과가 나온 게 없다.
ⓒ wiki commons

관련사진보기


K :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혹시 전자담배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Q : "일단, 전자담배는 타르나 일산화탄소 같은 일반 담배 속 독성물질이 대부분 없기 때문에 일반 담배보다는 훨씬 덜 해로울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전자담배의 성분이 담배마다 다르고, 호흡기 관련 증상을 일으켰다는 보고도 있어요. 일반 담배보다는 적지만 발암물질을 발생시킬 여지도 있습니다.

그리고 전자담배가 생긴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이것이 암을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발암물질과 실제 암 발생과의 관계를 연구하려면 수십 년간 인과관계를 추적해야 하거든요."

K : "알겠습니다. 선생님, 폐암의 예방에 대해 여러 가지를 이야기해주셨는데요. 혹시 추가로 이야기하고 싶으신 것은...?"

Q : "음... 지난번 기사에서 한 번 말씀드린 것이긴 한데요. 'Cooking oil fume', 그러니까 '기름을 써서 하는 요리 중 발생하는 연기'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폐암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고온 기름조리를 많이 하는 중국식 음식점과 끓이는 요리를 주로 하는 인도식 음식점의 공기 중에서, 중국식 음식점 공기에서 발암물질이 더 발견됐다는 보고도 있고요. 그래서 가급적 요리를 할 때는 환기를 잘하고, 후드(환풍기)를 켜두고, 연기가 너무 발생하지 않는 조리법을 택하는 걸 추천합니다."

K : "네! 감사합니다. 폐암의 예방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벌써 기사 내용이 넘치게 나온 것 같아요. 치료나 부작용 등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해야겠습니다."

Q : "그러게요. 이야기하다 보니 이야깃거리가 참 많군요. 아울러, 지면을 빌어서 금연인구가 더 많아지고, 특히 길거리나 야외에서의 흡연이 더욱 줄어들기를 바란다고 전해주시면 좋겠네요."

K :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러면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태그:#폐암, #예방, #종양학전문의, #점심식사, #조기검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변화는 고통을 수용하지만, 문제는 외면하면 더 커져서 우리를 덮친다. 길거리흡연은 언제쯤 사라질까? 죄의식이 없는 잘못이 가장 큰 잘못이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