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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학 전문의와의 점심식사'는 대화의 형태를 빌려 보다 알기 쉽게 암 예방 및 통계에 대한 지식과 갑상선·유방·대장·간 등 각각의 암 종에 대해 알아보는 연재입니다. - 기자 말

K양은 대학을 다니던 중,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려 투병하는 걸 지켜봤다. K양은 어머니를 위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으려 애썼지만, 인터넷에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찾을 수 없었고 병원 의사들은 너무 바빴다.

다행히 어머니는 무사히 치료를 마쳤고, 현재는 5년 완치 판정을 받고 이전보다 더욱 활기찬 삶을 누리고 있다. 이후 K씨는 제대로 된 의학정보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졌고, 모 신문사의 의학·건강 기자 채용에 지원해 합격했다.

K양이 종합병원에서 어머니를 간호하던 중 만났던 의사들은 대개 바쁘고 사무적이었지만, 유달리 친절했던 의사 Q가 있었다.

Q는 K를 만났을 때, 그녀가 궁금해 하던 질문들을 모두 답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누군가가 다급하게 그를 찾아 어쩔 수 없을 때가 돼서야 마지못해 일어났다. 또한, 어머니가 치료 부작용을 호소하거나, 병의 경과에 대해 궁금한 것이 생기면 언제라도 연락하라며 개인 연락처도 알려줬다.

K는 신문사에 입사한 뒤, 자신을 기억할지 반신반의하며 Q에게 연락을 해봤다. 그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고, 어머니께서 완치 판정을 받으신 것과 K가 기자가 된 것에 대해 기뻐해줬다.

K는 병원에서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전하고, 혹여 자신이 암에 대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자문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무리한 부탁일 줄 알았건만, 그는 흔쾌히 언제든 병원으로 찾아오라고 했다. K는 그간 암 환자의 보호자로써, 병원의 내원객으로써, 또한 여성으로써 암에 대해 궁금했던 내용을 요약해 Q를 찾아갔다.

K : "잘 지내셨어요?"
Q : "그럼요.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반갑습니다. 입사 축하드리고요."
K : "감사합니다."
Q : "어떻게 의학기자가 되기로 생각을 했는지?"

K : "어머니가 병원에 계실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공부하고, 병에 대해 이해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된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서점에 가서 책을 찾아봐도, 무조건 항암치료를 하지 말라거나, 자기네들이 만드는 식약재를 홍보하는 내용이 많아서 믿음이 안 가더라고요. 의료기관에서 나온 책들은 너무 어려웠고요."

Q : "동감합니다. 암은 현재 사망률 원인 1위이고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죠. 그러다 보니 그 관심을 이용해서 이익을 추구하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정말 근거가 있는 내용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여진 것이 별로 없지요. 논문을 나열하는 형태로 쓰여진 책들이 많고, 결론이 시원하게 정리가 돼 있지 않거든요. K씨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기사로 써주면 좋겠군요."

K : "네, 그러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선생님께서 꼭 도와주셔야 해요!"
Q : "하하, 아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광고가 아닌 '진짜' 정보를 찾는 법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의학적 사실'이란 뚝딱 성립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의학적 사실'이란 뚝딱 성립되지 않는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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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저 같은 일반인이 광고나 근거 없는 낭설이 아닌, 진짜 의학정보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Q : "일단 '진짜' 의학정보라는 게 뭔지부터 얘기해봅시다. 소위 '의학적으로 증명된' 내용이라고 하면, 일단은 '논문'을 떠올리게 됩니다. 언론에서도 뭔가 건강에 관한 정보를 이슈화하고자 할 때, 미국이나 유럽의 특정 국가에서 어떤 논문이 발표됐다고 종종 이야기하곤 하지요. 그렇다면 '논문'에 발표된 내용은 전부 믿을만한 내용일까요?"
K : "아닐 것 같은데요."

Q : "의학적 사실이 정립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령 '붉은 육류의 섭취는 암을 유발한다' 혹은 'OO 신약이 간암에 효과가 있다' 같은 주제가 있다고 칩시다. 먼저, 그 주제에 관해 여러 연구기관에서 논문을 내어 놓습니다. 여러 논문들이 일관된 결론을 이야기한다면, 연구 규모를 크게 하거나 무작위 연구(특정 조건이 환자군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건을 적용한 군과 적용하지 않은 군으로 무작위 배치하여 비교하는 연구, 연구의 형태 중 신뢰도가 가장 높다)를 통해 주제의 신뢰도를 높입니다.

이렇게 신뢰도가 높아진 내용은 WHO나 미국의 NCI(National cancer institute, 국가암센터) 같은 대형 기관에서 공표되기도 하고 일선에 있는 의사들이 실제로 진료하는 데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의대 교과서에 내용이 실리기도 하지요."

K : "생각보다 복잡하고 긴 과정이네요."
Q : "네. 그래서 '논문에 언급'됐다고 해서 전부 믿으면 안 됩니다. 물론 논문에 언급조차 되지 않은 내용은 신뢰도가 더 떨어지겠지요."
K : "그렇다면 일반인이 그런 과정을 거친 정보인지 아닌지, 어떻게 하면 걸러낼 수 있을까요?"

Q : "사실 그래서 의사가 필요한 것이지요. 수많은 정보 중에서, 검증되고 믿을만한 정보를 찾아내서 환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의사의 임무 중 하나입니다. 가장 확실하고 좋은 방법은 진료받고 있는 담당의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만, 아무래도 그게 쉽지가 않지요."
K : "네, 아무래도 너무 바쁘시고…."

Q : "우리나라 의료 구조는 의사들이 어느 정도 과로를 해야 움직여지는 구조라, 아마 환자분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담 시간을 내기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에는 일반인들도 공부할만한 암 정보도 꽤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공부한 뒤, 참조해서 담당 의료진에게 질문하는 것도 좋겠지요."

K :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Q : "일단 국가암정보센터(www.cancer.go.kr)에 가면 암 환자나 보호자분들이 궁금해 할만한 내용이 많이 정리돼 있습니다. 병 자체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식이요법이나 생활관리 그리고 가족들에게 알리는 방법이나 용기있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잘 나와있지요. 또 일반 검색 포털에서도 '유방암'과 같은 주제로 검색하면 서울대학교를 포함한 대학병원에서 칼럼을 게재해뒀더군요. 내용이 아주 자세하진 않지만, 대략적인 정보를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항암치료에 대한 오해

K : "자연 치유나 대체의학에 대해 이야기한 책에서, 항암제치료나 방사선치료가 면역력을 악화시키고 암을 키운다고 주장하는 것을 읽었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Q : "암은 아직 정복된 병이 아닙니다. 그 말은, 의사가 지시하는 대로 모든 항암치료를 한다고 해도 다 낫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국내의 모든 암환자의 생존률은 약 40%에서 70%로 30% 가까이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수치 상승에 암치료의 발전이 기여한 바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K : "자연치유나 대체의학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신다면…."
Q : "의학도 학문의 한 분야이고, 의학이 세상의 모든 약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강력한 약과 치료법은 의학이 알고 있습니다. 대체의학이야 그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일괄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일단 학문적으로 증명된 항암치료를 받은 후에 대체의학을 고려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하는 항암치료를 중단하라고 한다거나,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부른다거나, 만병통치라고 주장한다거나, 의사에게 이 치료 받는 것을 비밀로 하라고 이야기하는 경우에는 주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K : "항암제나 방사선 같은 인공적 치료는 부작용이 심하지 않나요?"
Q : "항암치료는 우리 몸에서 우리 피를 먹고 자라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치료인 만큼, 우리몸에도 어쩔 수 없이 피해가 가게 됩니다. 그리고 의료진들은 이런 부작용을 다루는 데 있어 전문가들입니다. 부작용이 걱정돼 치료 자체를 거부하는 것보다는,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그런 걱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치료를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자연'에서 나온 것이 무조건 다 좋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항암제 중에도 탁센(Taxane) 이나 빈카 알칼로이드(Vinca alkaloid) 같은 약제는 주목(나무의 일종)과 화초에서 추출된 것입니다. 이들 또한 부작용이 있지요."

K : "아, 항암제 중에도 자연물질이 있군요?"
Q : "네, 그렇지요."
K : "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Q : "제가 외래(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곳)에서 1년에 한두 번씩은, 꼭 이런 환자들을 만납니다. 아직 젊은 환자인데, 조기에 병을 발견한 뒤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산 속이나 기도원으로 들어가 지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온몸에 병이 퍼져, 가망이 없는 상태가 돼서야 병원에 옵니다.

특정한 종교적 혹은 정신적 신념이 있는 분들 중에 이런 분들이 많은데, 본인의 신념을 믿는 것은 좋습니다만 일단 병원에서 제시하는 항암치료를 받은 뒤에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그 사람들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거든요."

K : "네, 꼭 그렇게 해야겠네요. 고맙습니다."

(* 다음 편에 계속)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임채홍님은 현재 방사선종양학 전문의입니다.



태그:#암, #지식, #전문의,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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