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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종양학 전문의와의 점심식사'는 대화의 형태를 빌려 보다 알기 쉽게 암 예방 및 통계에 대한 지식과 갑상선·유방·대장·간 등 각각의 암 종에 대해 알아보는 연재입니다. 한 신문사의 의학·건강기자이자 암 환자 보호자이기도 한 K기자와 한 종합병원 의사 Q의 대화로 구성해봤습니다. - 기자 말

날씨가 화창한 5월 초순, K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들고, Q를 찾았다.

K : "선생님, 안녕하세요!"
Q :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지요?"
K : "네, 덕분에요."
Q : "지난번, 흡연권 관련한 기사는 반응이 괜찮았나요?"

K : "네. 그랬던 것 같아요. 길거리 흡연이나 공공장소 흡연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아요. 담배 판매로 세금 수입을 얻고 계속 담배를 허가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답글도 있었는데, 그런 유형의 비판이야 늘 존재하는 거니까요."

Q : "그래요. 잘 읽혔다니 다행이네요.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사람들이 자발적 배려의 의지로 공공장소에서 흡연하지 않는 시절도 오겠죠. 그러면, 지난번에는 번외편 같은 이야기를 했으니 오늘은 본래의 커리큘럼으로 돌아가지요."
K : "네! 선생님. 그러면, 오늘은 '간암'에 대해 여쭤볼게요."

'침묵의 암' 간암... 왜 우리나라에서 유명할까

이것이 간이다.
 이것이 간이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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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간암이요?!"
K : "네. '침묵의 암' 이라고 불리는 간암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건지, 간암 발병률이 높은 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간암은 과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인가요?"

Q : "네. 그럼 먼저…. 왜 '침묵의 암'이라는 별명이 붙었는지부터 이야기해봅시다. 간은 우리 몸의 주요 장기 중에서 가장 큽니다. 덩치도 크고, 일부만 남아있어도 기능을 온전하게 해냅니다. 따라서, 아주 심각하게 망가지기 전까지는 간기능으로 인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지요.

또, 간의 내부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어서 작은 염증이 생긴다거나 너무 크지 않은 종양이 생긴다고 해서, 통증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간의 외막을 건드릴 만큼 큰 종양이 생기거나, 간경화가 진행돼 간의 외부까지 딱딱해지면, 간의 외막에 분포한 신경을 자극하거나 간의 주변부를 건드려서 통증이나 불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통증이나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종양이나 간경화 등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침묵의 암' 혹은 '침묵의 장기' 라는 별명이 생긴 것입니다.

간암의 원인은 술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물론 술도 간염과 간경화를 유발하고 간암의 위험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주된 원인은 간염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B형 간염 바이러스의 보균율이 높은 편이고, 그로 인해 서구권과 비교했을 때 간암 발병률이 3배 이상을 보이고 있어요.

바이러스가 얼마나 활성화 되어있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있는 경우 간암 발병률의 위험도가 약 100배,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있는 경우 약 10배 까지도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K : "100배나 높아진다고요?"
Q : "네, 높은 수치지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에서는 B형이나 C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인 경우에는 있는 경우에는 40세 이후 그리고 간경화(간경화는 간암의 주요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는 나이에 관계없이 6개월에 한 번씩,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모든 암이 그렇지만, 간암은 초기에 발견될 경우 예후도 좋고 치료방법이 다양하게 발달돼 있습니다. 그러니 검진을 통해서 조기에 발견해 내는 것이 아주 중요하지요.

또한, 항바이러스제 등의 치료를 통해서 간염바이러스를 억제함으로써 간암의 발병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여러 연구들에서 항바이러스제 등의 치료를 통해 간암발병률을 절반 이상 낮췄다는 보고들이 발표됐습니다. 그러니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들에게는 정기검진과 치료가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요."

K : "아…. 그러면 간암은 간염바이러스 때문이지, 음주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는 건가요?"
Q :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고요. 간염바이러스가 가장 큰 위험인자이기는 하지만, 음주도 간암의 발병률을 높이는 인자입니다. 그 외에 흡연·당뇨·비만 등도 간암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간염 바이러스가 있는 분들은 이런 위험인자에 노출될 경우 더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하셔야 합니다."

K : "알겠습니다. 그런데, 간암을 예방할 수 있는 음식이나, 간에 좋은 약재 같은 것은 없나요?"
Q : "간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실히 알려진 음식은 많지 않습니다. 최근의 연구에서 생선이나 흰고기(닭고기 등)의 섭취가 간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보고가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학계에 이 이론이 자리잡았다고 보기는 어려워서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네요. 아, 최근에 커피의 음용이 간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보고도 발표된 적이 있네요.

그런데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겁니다. 간암이 우리나라에 많고, 사망률이 높은 무서운 병이다 보니, '간에 좋다'라고 이야기하는 식약재들이 많은데, 성분이 입증되지 않은 약초나 식물들은 가뜩이나 약해진 간에 더욱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특히 조심하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간암이나 간경변 혹은 간 관련 질환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계신 분들은 '간에 좋다'는 식약재를 복용하시기 전에 반드시 담당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항암제를 투여 중이거나, 간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음식이나 날음식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또,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음주는 자제하시는 것이 좋고요. 술도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면요. 담배도 마찬가지고요."

커피가 간암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건... '맞다'

한 메타분석(여러 연구를 통합해서 하는 분석)에서는 '하루에 두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실 경우 간암 발병의 위험률이 43% 낮아진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한 메타분석(여러 연구를 통합해서 하는 분석)에서는 '하루에 두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실 경우 간암 발병의 위험률이 43% 낮아진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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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요 선생님. 아까 잠깐 말씀하신 내용이긴 한데, 최근 신문에서 '아메리카노 세 잔이면 간암의 40%를 예방할 수 있다'라는 기사를 읽었는데요. 이것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Q : "예.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최근 커피 음용이 간암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여러 연구가 발표됐지요. 한 메타분석(여러 연구를 통합해서 하는 분석)에서는, 하루에 두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실 경우 간암 발병의 위험률이 43% 낮아진다는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대한간암학회에서 발표한 '2014년 간세포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간세포암종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의학적 근거가 있는 음식이나 음료로는 커피가 유일한데, 최근 대규모 메타분석에서 커피 음용은 소비량 및 기저 간상태와 관계 없이 간세포암종 발생 위험을 의미있게 줄였다'라고 언급했죠.

아직까지 '간암 예방을 위해서 커피를 마시라'는 권장 지침같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커피 음용이 간암의 발병률을 낮추는 연구결과가 있는 건 맞습니다."

K : "그렇군요. 그런데,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게 몸에 해롭지는 않나요?"
Q : "음…. 그것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하면 한 시간 이상 분량의 이야깃거리가 나오겠네요.(웃음) 과거에는 커피가 몸에 해롭거나 암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의심이 됐지만, 최근의 연구에서는 커피와 암은 관련성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바가 많고요.

또 커피의 유익함을 보고하는 연구들도 꽤 있습니다. 일부 연구들에서는 간암 말고도 몇몇 암의 발병률을 낮추는 것으로 발표되기도 했고요. 파킨슨병이나 당뇨를 줄인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서는 방광암이나 폐암을 약간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었고, 노인 여성에게서 골다공증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마냥 '건강에 좋으니 마셔라' 라고 이야기할 순 없는 실정입니다."

K : "네, 그러면 어느 정도 커피를 마시면 좋을까요?"
Q : "커피를 얼마나 마시면 좋다고 정해진 권장량은 없습니다. 다만, 일부연구에서 카페인 섭취의 안전량을 제시하고 있는데, 1일 400mg 이하의 카페인을 섭취하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내린 커피 서너 잔에 해당한다). 커피와 건강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고 싶으시면, 제가 과거에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던 칼럼인 '커피는 정말 몸에 나쁘기만 할까'를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Coffee break] 간암을 예방하는 방법 총정리

그렇다고 해서 커피를 막 마시라는 말은 아니다. 카페인 1일 권유 섭취량은 400mg 이하다.
 그렇다고 해서 커피를 막 마시라는 말은 아니다. 카페인 1일 권유 섭취량은 400mg 이하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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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선생님."
Q : "네?"
K :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밀며) 커피에 대해서도 얘기를 많이 했는데, 커피를 한잔하면서 잠시 쉬는 게 어떨까요."
Q : "하하, 좋지요. 잘 마시겠습니다."
K, Q : "………(커피 마시는 중)"

Q : "간암에 대해서 1시간에 끝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예방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1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네요. 간암의 치료와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K : "그러게요. 선생님, 그러면 오늘 말씀해주신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요약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Q : "네, 오늘 이야기한 것은 간암의 예방에 관한 이야기였지요. 간암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 호발하며, 주된 원인은 간염바이러스입니다. 간염바이러스가 있는 분들은 정기적인 초음파 및 혈액검사와, 상황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등의 치료를 받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또한 음주·흡연·비만·당뇨 등 일반적으로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내용들도 조심하셔야 하고요. 특히 간암치료중이거나 간기능 저하가 있는 분들은, 성분이 명확하지 않은 식약재 등을 복용하는 것을 자제하고 날음식이나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음식을 드시는 것도 자제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K : "알겠습니다, 선생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임채홍님은 현재 방사선종양학 전문의입니다.



태그:#간암, #예방, #종양학 전문의, #점심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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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고통을 수용하지만, 문제는 외면하면 더 커져서 우리를 덮친다. 길거리흡연은 언제쯤 사라질까? 죄의식이 없는 잘못이 가장 큰 잘못이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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