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대구 달서구병에 출마하는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 사무실의 개소식이 열렸습니다. 개소식에는 지역 주민과 새누리당 관계자, 대구 지역 정종섭, 곽상도 등 새누리당 후보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 수많은 사람이 몰렸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인 4시경부터 마치 헌병 차량으로 보이는 차량 2대와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조원진 후보 사무실 앞으로 왔습니다. 군복을 입은 십여 명의 사람들은 차량을 통제하고 교통정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정체는 '해병대전우회'였습니다.
"야당 후보 개소식에는 간 적 없다"
우리가 흔히 거리에서 보는 해병대전우회의 교통정리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유독 해병대전우회의 교통정리는 새누리당 후보자 개소식에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3월 28일 부산 영도구에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서도 해병대전우회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해병대전우회가 야당 후보 개소식에 등장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날 만난 해병대전우회 관계자도 "자원봉사 차원에서 나왔다, 그러나 대구지역 야당 후보 개소식에는 간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해병대전우회는 각종 명목으로 국가보조금을 받는 단체이기도 합니다. 전국에는 해병대전우회라는 이름의 단체가 수백 개 있습니다. '해병대전우회 중앙회'라는 단체 밑으로 각 지역 연합회, 지역전우회가 있습니다. 또한 '기독해병전우회', 'ROTC해병전우회', '대학전우회' 등이 있습니다.
각 지역 해병대전우회는 지방자치단체나 중앙기관 등 여러 기관에서 국가보조금을 받고 있습니다. 명목은 '폐가 순찰'이나 '교통정리', '하천 청소' 등입니다. 보조금액은 사업마다 다르지만, 건별로 수백만 원이 지급됩니다. 사업명을 달리해 신청할 경우, 연간 국가보조금만 수천만 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해병대전우회의 송년회에 3백만 원을 지급하기도 하고,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수백만 원의 국가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국가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보조금을 받는 단체가 여당에 우호적인 활동만 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국가보조금 받는 단체가 여당 편향이라면...
해병대전우회의 군복 착용은 전부터 논란이 됐습니다. 현행 '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 (군복단속법)'에는 군인이 아닌 자는 군복을 착용하거나 군용장구를 사용 또는 휴대하면 안 됩니다. 또한 누구든지 유사군복을 착용하여 군인과 식별이 곤란하게 해서도 안 됩니다. (단, 공익활동 등 국방부가 규정한 일부 경우에서는 허용됨 - 편집자 말)
경광등과 사이렌을 설치할 수 있는 긴급자동차에는 경찰, 헌병, 수사기관, 주한국제연합군,소방차, 범죄호송 차량 등에 한정됩니다. 그러나 현재 해병대전우회가 달고 다니는 경광등이나 울리는 사이렌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백여 대 훌쩍 넘는 해병대전우회 차량들은 경광등을 달고 다닙니다. 왜 경찰은 단속하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해병대전우회 중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국가보조금도 마다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해병대전우회를 비롯해 수많은 군 관련 단체가 국가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여당 행사에 참석하거나 관변단체처럼 정부를 옹호하고 야당을 공격하는 행사를 합니다.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군복 입은 사람들이 나와 선거 유세장에서 교통정리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여당 후보 유세가 끝나면 바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미 과거 선거 때도 그랬기 때문입니다. 선거는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치러져야 합니다.
선관위는 선거 유세장에 교통정리가 필요하면 교통경찰을 요청하면 됩니다. 유사 군복과 경광등을 부착한 단체의 접근이나 개입은 막아야 합니다. 이것이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