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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댐으로 공급하는 금강의 도수로 인근 은산천 합수부에 각종 쓰레기로 곤죽이 되어 있다.
 보령댐으로 공급하는 금강의 도수로 인근 은산천 합수부에 각종 쓰레기로 곤죽이 되어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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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은 불지만 강바람은 아직 차다. 충남 부여 은산천 합수부를 걸었다. 굴착기와 불도저... 공사장비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얼마 전 도수관 공사가 끝났다. 이곳의 물을 보령댐으로 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걸 식수와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있을까?

오렌지색 오탁 방지막을 친 물가는 '쓰레기 곤죽'이었다. 지난해 가라앉았던 조류 사체가 떠오르고 각종 부유물이 뒤섞였다. 은산천과 백제보 상류에서 떠내려 온 것들이다. 깨진 플라스틱 그릇, 폐비닐, 농약병, 소주병, 알루미늄 캔, 새의 깃털, 신발, 물병, 먹다 버린 도시락... 쓰레기 매립장에서나 봄 직한 것들이 물 위로 떠다녔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 강바닥은 어떨까? 삽으로 뻘흙을 퍼 올렸다. 짐작한 대로다. 시궁창에서 사는 4급수 지표종인 붉은 실지렁이가 꿈틀거렸다. 흙에선 썩은 내가 진동했다. 그런데 이것뿐일까?

멀리서 보면 물빛은 멀쩡하다. 아직 날이 차기에 그렇지만, 4월이 지나면 이곳은 진한 녹색으로 변한다. 걸쭉한 녹조가 쓰레기를 뒤덮을 것이다.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지난해 9월 대전충남녹색연합이 충남 부여군 구드레 나루터 인근에서 찍은 사진
 지난해 9월 대전충남녹색연합이 충남 부여군 구드레 나루터 인근에서 찍은 사진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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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에 대전충남녹색연합이 충남 부여군 구드레나루터에서 부소산성으로 내달리던 황포돛배를 하늘에서 촬영한 모습이다. 이곳에서 1km가량 떨어진 상류였다. 썩은 강물로 관광객을 싣고 풍악을 울리며 내달리던 황포돛배. 우습지 않은가.

이 물을 마시라고?

나아가 이 물을 국민들에게 마시게 한다면? 황당하지만 그 일을 정부와 충청남도가 하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40년 만에 가뭄이 들었다. 충남 서북부 도민들은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었다. 충남도의 요청으로 정부는 금강 용수를 주민들에게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걸 먹으라고? 은산천 합수부에서 오염된 물을 보니 화가 치밀었다. 충남도청에 전화를 걸었다. 앵무새 같은 답변이 되돌아왔다.

"보령댐으로 공급하는 취수장의 용수는 2급수로, 먹는 물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더욱이 몇 단계의 정수과정을 걸치기 때문에 식수로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 수질 전문가의 의견은 달랐다.

"수질이란 측정하기 나름이다. 어느 지점, 어느 수심대에서 측정하느냐에 따라서 2급수가 아닌 3~4급수가 만들어 질 수도 있다. 1급수를 원한다면 그런 등급도 만들어 낼 수 있다. 금강은 4대강 사업 이후 급격하게 수환경이 변화하면서 3~4급수로 전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도 이 물을 하루 11만5천 톤씩 보령호로 보내고 있다. 공사비 조로 625억 원이라는 긴급 예산이 투입됐는데, 앞으로 유지관리 비용이 얼마나 더 들지 모른다. 게다가 썩은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데에도 많은 정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엔 농업용수로도 공급한단다. 공주보→예당저수지 도수로 공사를 위해 1126억 원을 투입해 길이 31km의 수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도 4대강처럼 수의계약이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가뭄이 시급해서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까지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2009년 4대강 사업 공사 때부터 용수를 인근으로 공급하는 계획을 잡은 것으로 준비된 공사라는 것이다. 추가로 20곳에서 공사를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럼 그곳의 수질 상태는 어떨까? 아래 사진을 보아주기 바란다. 대한민국에서는 최초로 발견한 희귀한 얼음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얼음판에서 피어난 '녹조 얼음'으로 충남 공주시 공주보 인근에서 깨트린 얼음 조각.
 대한민국 최초로 얼음판에서 피어난 '녹조 얼음'으로 충남 공주시 공주보 인근에서 깨트린 얼음 조각.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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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대한민국 최초로 발견된 '녹조 얼음'(관련기사: 'MB 녹조 얼음', 국책기관도 놀랐다)으로 화제가 됐던 곳이다. 최초 보도를 한 뒤 극지방의 연구진이 내려와 이 얼음을 연구용으로 가져갈 정도였다.

겨울에도 가시지 않는 녹조라니... 그 때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바지장화를 입고 찾아갔는데, 조류사체와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사찰에서 방류한 중국산 거북이도 다 수거되지 못한 채 물가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럼 여름엔 어떨까? 다음 사진을 보아주기 바란다.

지난해 8월 30일 공주보 상류 1.5km지점 강 중간에서 퍼올린 준설토에서는 강한 악취와 함께 발견된 깔따구와 실지렁이.
 지난해 8월 30일 공주보 상류 1.5km지점 강 중간에서 퍼올린 준설토에서는 강한 악취와 함께 발견된 깔따구와 실지렁이.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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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오마이뉴스> 금강 탐사팀이 보트를 타고 들어가서 퍼올린 준설토이다. 악취를 내뿜는 시커먼 뻘흙은 이곳이 산소제로 지대임을 확인시켜 줬다. 더군다나 그 속에 깔따구 유충과 실지렁이들이 드글드글 했다.

이곳에 멋진 수상공연장이 들어섰다. 국민 1인당 44만 원, 총 22조 원을 투입한 4대강 사업 작품이다. 그러나 썩은 강물 때문일까, 풍기는 악취 때문일까? 찾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가끔 골프채를 든 운동객이 '나이스샷~'을 외치며 물가에 골프공을 날리는 곳이다.

충남연구원의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공주보는 이끼벌레, 녹조 등 최악의 환경을 자랑한다. 수질이 나쁜 것도 문제이지만, 도수로 공사는 그 근거로 제시한 예당저수지의 물부족 사태도 과장됐다.

3월 현재 예당저수지의 저수율은 90%에 이른다. 지난 30년간 10월부터 4월까지 평균 강수량은 286mm이다. 예당저수지는 240mm의 비만 내리면 만수위인데, 굳이 세금을 들여 도수로 공사를 하고 이를 유지관리하기 위해 돈을 들일 필요가 없는 셈이다.

또 예당저수지의 용수가 농업용수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보 하류 200m 지점에서는 예산읍민 4만 명 중 광역상수도를 공급받지 못하는 2만 명 정도가 식수로 사용한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예당저수지의 물이 부족해 농사를 짓지 못했던 사례는 없다. 공주보에서 가져갈 도수로 공사비 외에도 유지관리비만 한 달에 5천만 원 이상씩 들어가는데, 차라리 가뭄으로 농사를 짓지 못할 경우 농민들에게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지난해 가라앉았던 조류 사체가 떠오르면서 공주보 주변을 뒤덮고 있다. 공주보 선착장에는 떠내려오는 조류 사체를 밀어내기 위해 물고기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수차를 돌리고 있다.
 지난해 가라앉았던 조류 사체가 떠오르면서 공주보 주변을 뒤덮고 있다. 공주보 선착장에는 떠내려오는 조류 사체를 밀어내기 위해 물고기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수차를 돌리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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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충남도의 말처럼 물을 확보할 대안이 없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도수로 공사를 하고 정수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 4대강의 보를 무너뜨려 예전처럼 맑은 물이 흐르게 하는 것도 대안이다. 과연 물이 부족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환경부의 2013년 상수도 통계 자료를 보면 충남의 유수율(정수장에서 생산된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해서 요금을 받는 수량)은 77.9%이다. 물 주전자 10개를 상수도에 부었을 때 이 중 주민이 먹을 수 있는 물은 주전자 8개 용량 정도라는 것이다. 나머지 2개는 땅속에 버리는 셈이다.

은산천 합수보에서 보령호로 끌어올리는 물은 정수 과정 등을 거쳐서 보령시민들의 가정으로 공급된다. 그런데 보령시의 유수율은 56.5%다. 10개 주전자 중 4개 이상이 허드렛물로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상수도 관리 소홀을 가뭄 탓으로 우겨서 토목공사를 하는 셈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서산시 81.5%, 태안군 64.7%, 홍성군 63.2%, 부여군 50.7%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충남의 상수도 누수율은 2013년 15.7%로 전국 평균 10.7%로 나타났으며 특히 서북부 누수율은 25%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가 관리하던 상수도를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도록 맡긴 것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투자가 줄어든 것이다.

충남도 상수도 관계자는 "누수율을 줄이려면 어디에서 어떻게 새는 것을 파악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라며 "지난해 가뭄을 겪으면서 220억 원 정도의 국비와 도비, 시·군비와 전문가를 집중 투자해서 조사하고 관리했다, 올 6월까지 20%로 대로 누수량을 잡을 계획"이라고 한다.  

앞뒤가 뒤바뀌었다. 누수량을 잡기도 전에 토목공사를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인다. 게다가 4대강 사업 이후 급격하게 변해가는 금강의 수질은 3급수를 넘어 4급수에서 서식하는 수생태지표종으로 가득하다. 환경부 수질등급 판정 기준표에 따르면 4급수는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이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환경부는 묵묵부답이다.

물고기의 떼죽음과 녹조라떼, 공산성 붕괴, 큰빗이끼벌레 창궐, 깔따구와 실지렁이의 출현...  올 여름 금강에는 어떤 '괴물'이 출현할까? 오늘도 꽉 막힌 금강을 혼자 걸으며 한숨만 터져 나온다.


태그:#4대강 사업, #도수로 공사, #썩은 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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