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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꿈의 개그학교 개교식과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기념촬영
 군포 꿈의 개그학교 개교식과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기념촬영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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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놀라운 웃음의 힘이다. 이뿐인가? 우울증도 극복할 수 있고 다이어트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이 좋은 웃음을 누군가 매일 만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꿈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지난 18일 군포 YMCA가 '군포 꿈의 개그학교'를 열었다.

이 학교는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이 추진하는 '꿈의 학교' 공모에 선정돼 문을 열게 됐다. 총 40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지원자가 많아 42명(초등학생 26명, 중고생 16명)으로 출발했다. 앞으로 8개월(2015년 7월~2016년 2월)간 개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부분 꿈의 학교와 마찬가지로 이 학교도 학생들이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결정했다. 꿈의 학교 바탕에 깔려있는 '학생 스스로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교육 프로그램은, 대본 쓰기, 상황극 만들기 등 다양하다. 2박 3일 캠프도 마련돼 있다. 8개월간의 수업을 마칠 즈음에는 졸업작품 격인 '꿈의 개그콘서트'를 무대에 올린다.

이 학교는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도 구성했다. 마을 전체가 힘을 모아 아이들을 키운다는 마을교육공동체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운영위원은 총 6명으로 교사, 기자 등 다양한 분야 종사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꿈의 개그학교' 운영책임자와 함께 학생들을 돕는다.

지난 18일, 개교식이 열린 군포 교육지원청 강당을 찾아 강사와 학생, 학교 운영 책임자를 만나 계획과 각오 등을 들었다. 이날 개교식에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개그맨 되는 데는 자격증 같은 거 필요 없어요"

최승태 강사(개그맨, KBS 개그 콘서트 등 출연, GK FAMILY 개그 아카데미 원장)
 최승태 강사(개그맨, KBS 개그 콘서트 등 출연, GK FAMILY 개그 아카데미 원장)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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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 문을 여는 학교지만 개교식까지 웃기지는 않았다. 남을 웃기려고 모인 사람들이 이래도 될까 의아할 정도로 진지했다. 그러나 개교식이 끝나자마자 진행한 오리엔테이션에서 최승태 강사(개그맨, KBS 개그콘서트 등 출연, GK FAMILY 개그 아카데미 원장)가 마이크를 잡으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나라에 개그맨이 몇 명이나 되나요?"
"유명한 개그맨 누구누구 아세요?"

질문을 들으니, 학생들은 최 강사를 선생이 아닌 텔레비전에 나오는 개그맨으로 대하고 있었다.

이 질문에 최 강사는 "개그맨이 몇 명인지 그게 왜 궁금해요? 유명한 개그맨 다 알아요, 원한다면 수업하는 중에 다 불러줄게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와~' 하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개그맨 되려면 무슨 자격증을 따야 해요?"

이 질문에 개교식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그러나 최 강사의 대답은 진지했다.

"이게 우리 교육 현실인데 참 안타까워요. 개그맨 되는 데는 자격증 같은 거 필요 없어요. 그냥 열심히만 하면 돼요. 자격증이 있어야 인정받는 사회가 참 안타까워요. 자격증 없어도 얼마든지 자기 꿈을 펼칠 수 있어요. 앞으로 그런 사회가 올 꼭 거예요. 개그계가 현재 그런 사회예요."

이 대답에 이어 최 강사는 "학교라는 것이 즐거워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학교라는 곳이 가기 싫은 곳이 돼 버려서 안타깝다"라면서 "꿈의 개그 학교를 정말 오고 싶은 학교로 만들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내가 우선 행복해야 남을 웃길 수 있어"

이우천 군포 YMCA 사업팀장
 이우천 군포 YMCA 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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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있고 미술도 있고 체육도 있는데 군포 YMCA는 어째서 '개그'라는 독특한 소재로 학교까지 만들 생각을 한 것일까? 꿈의 개그학교 운영을 책임질 이우천 군포 YMCA 사업팀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꿈의 학교라면 아이들이 스스로 행복하고 스스로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거기에 남까지 웃길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아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중에서 미래에 개그맨이 나온다면 더 바랄 게 없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어 이 팀장은 "눈앞에 있는 목표는 '꿈의 개그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여는 것이지만, 최종 목표는 아이들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아이들 표정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수업이 진행되는 8개월 동안 수시로 아이들 얼굴을 찍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승태 강사 목표도 이 팀장과 다르지 않다. 최 강사는 "개그맨이 꿈인 친구도 있고 다른 이유로 온 친구도 있다. 사실 8개월 공부해서 개그맨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자기가 꿈을 가지고 있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느끼게 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내친김에 최 강사에게 '웃기는 비법'을 소개해 달라고 졸랐다. 최 강사는 개그맨에게는 영업 비밀과도 같은 '웃음의 비법' 소개와 함께 '개그 예찬'까지 풀어 놓았다.

"내가 우선 행복해야 해요. 그래야 남을 웃길 수 있어요. 자살하는 연예인들 종종 뉴스에 나오는데, 그중에 개그맨은 한 명도 없어요. 자살하면 안 웃길까 봐? 그게 아니라 남을 웃기기 위해서 내가 먼저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니까 그런 거예요. 또,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개그의 기본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기 때문이죠. 상대방 기분을 모르면 절대 웃길 수 없어요.

사실, 개그는 죽을 때까지 써먹을 수 있는 재주예요. 속설이지만, 개그맨들 아내는 다 예쁩니다. 왜냐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웃음만한 게 없기 때문이죠. 웃음을 주면 상대방은 무장 해제를 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준 사람을 믿게 되는 것이죠. 제 아내요? 물론 예쁩니다. 모델 출신이죠. 개그로 꾄 것 같아요. 주변에 잘생긴 친구들은 많았으니까."

"잘 생긴 외모, 원망한 적 많아"

군포 굼의 개그학교 개교식 모습
 군포 굼의 개그학교 개교식 모습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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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로 꾄 게 아니라고 했지만, 최 강사는 얼굴로 호감을 샀을 것이라 예상될 정도로 잘 생겼다. 그러나 최 강사는 자기 외모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늘 불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제가 개그맨으로 못 뜬 거 같아요. 저는 아~ 웃기게 생겼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제 얼굴을 원망한 적이 많아요. 저는 뭘 해도 웃기게 생긴 친구들보다 안 웃겨요. 개그 프로 보면 웃기는 친구 있고, 깔아주는(보조해 주는) 친구가 있는데, 늘 깔아주는 역할만 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무척 속상했죠."

개그맨으로서, 개그를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최 강사 꿈은 개그를 학교 교육과정에 정식 교과목으로 넣는 것이다. 최 강사는 "음악이나 미술처럼 개그나 위트 유머를 교과 과정에 넣는 게 꿈이고, 이를 위해 '개그학개론'이란 책을 쓰고 있다"라고 전했다.

'개그 학교'이지만, 이곳을 찾은 아이들이 모두 개그맨이 되려는 꿈을 가진 건 아니다. 개교식에 참석한 전아무개 학생(남, 18)은 "교사가 되고 싶은데, 유머감각을 키우면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아서 왔다"라고 말했다. 표아무개 학생(남, 18)은 "남들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훈련을 하고 싶어서 이 학교를 택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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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군포 꿈의개그학교, #최승태, #이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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