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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지렁이다."
"으~악 땅강아지다."
"남자가 지렁이에 참 한심하다."

최상규씨가 잡아서 건네준 물자라, 처음 본 학생들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최상규씨가 잡아서 건네준 물자라, 처음 본 학생들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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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지렁이와 땅강아지, 물자라를 보고서 소리를 지르는 친구에게 놀리며 핀잔을 준다.

30일 오전 10시 충남 공주시 정안면 어물리에 한일고 학생 100여 명이 농촌 봉사 활동의 하나로 손모를 심기 위해 찾았다. 조용한 산골 마을, 학생들의 재잘거림에 놀란 개구리가 후다닥 줄행랑을 친다.

4년 전, 한일고와 어물리는 자매결연을 맺었다.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최상규(60)씨의 논 430평에 학생들이 손모를 심고, 가을에 수확하여 떡을 만들어 나눠 먹는 체험을 2년째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 이어 진행된 이날 농촌체험은 학생들의 호응이 높아 선착순으로 참가자를 마감해야 할 정도였다.

(관련기사: 낫 들고 논에 모인 고등학생들... 무슨 일 있었길래)

논에 들어가기 전, 지난해 참가했던 2·3학년 학생들은 거머리에 물렸던 기억을 더듬어 무릎까지 올라오는 타이즈를 신는다. 신발과 양발을 벗고 논흙을 친구의 팔에 문지르면서 흥이 오른 친구는 양쪽 볼에도 흙을 문지르며 까르르 웃는다.

"어이 거기 줄 안 맞았어."
"빠트리고 빼 먹으면 안 돼."

충남 공주시 한일고등학교 1·2·3학년 학생들과 주민들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모심기가 진행됐다.
 충남 공주시 한일고등학교 1·2·3학년 학생들과 주민들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모심기가 진행됐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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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목소리가 커진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논에서 30cm가량마다 4~5포기가량의 모를 심어야 하는 손모 심기는 어렵고 색다른 경험이다. 학생들이 이빨 빠진 것처럼 듬성듬성 모를 심어놓은 자리는 최상규씨가 능숙한 솜씨로 채워 넣는다.

"벌레가 많다는 것은 땅이 살아 있다는 거여."

충남 공주시 정안면 어물리 최상규씨가 학생들에게 모를 심는 과정부터 하나하나 설명을 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 어물리 최상규씨가 학생들에게 모를 심는 과정부터 하나하나 설명을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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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치기, 겉절이, 두릅 장아찌, 취나물, 고사리, 마늘쫑 나물 등 친환경 농산물로 한 상 차려진 점심. 밥에 완두콩이 들어가 한눈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남기면 안 된다는 선생님의 당부에도 학생들은 접시에 수북하게 담아 간다.

"꿀맛이다."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최상규씨가 가져온 완두콩이 들어간 쌀밥에 두루치기, 겉절이, 두릅 장아찌, 취나물, 고사리, 마늘쫑 등 친환경 농산물로 한 상 차려진 논 밥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최상규씨가 가져온 완두콩이 들어간 쌀밥에 두루치기, 겉절이, 두릅 장아찌, 취나물, 고사리, 마늘쫑 등 친환경 농산물로 한 상 차려진 논 밥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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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에 고추장 쓱쓱 비벼서 먹는 친구부터 하나하나 음미하며 맛보는 학생들까지 참 군침이 돌게 한다. 애초 인원보다 참석자가 많아서 가져온 점심이 부족할까 걱정하던 최상규씨 부인도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을 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 농촌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았으면 좋겠다"

지렁이, 땅강아지 등 벌레에 놀라면서 웃는 학생들의 표정은 밝다.
 지렁이, 땅강아지 등 벌레에 놀라면서 웃는 학생들의 표정은 밝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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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김명정 학생은 "대구 시내에서 살다가 동생과 같이 한일고에 다니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모를 심어보고 벼를 수확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몸에 밴 흙냄새 때문에 짜증도 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며 "아름다운 추억이자 값진 땀방울"이라고 좋아했다.

한일고 임흥수 선생은 "4년 전부터 화합과 상생을 위해 자매결연을 하면서 농산물 직거래 장터와 의료봉사 등을 해오다가 지난해부터 이런 체험까지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모를 심으면 다시 손봐야 하는 주민들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렇게 하면서 학생들도 조금이나마 농촌의 현실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되고 농촌을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상규씨는 "학생들이 쌀의 생산부터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배우면서 우리 농산물에 대한 귀중함과 농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알았으면 하는 생각에 체험행사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최철규(39) 마을 이장은 "체험을 하면서 학생들도 좋아하고 학부모들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직거래 장터로 연결되는 일거양득 효과를 보고 있다"며 "한번 맺어진 인연 끝까지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태그:#한일고, #어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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