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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FM 스튜디오
 성남 FM 스튜디오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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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디오 방송 진행자다. 하지만 내가 진행하는 방송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벌써 1년이 됐는데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진행을 맡고 있는 <가요 클래식>이라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듣기 어려운' 방송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요 클래식> 간판.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 현인의 <신라의 달밤>,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로 꾸며져 있다.
 <가요 클래식> 간판.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 현인의 <신라의 달밤>,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로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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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 주에 한 번, 딱 한 시간만 방송이 나간다. 그리고 시간 맞춰 주파수를 맞춘다 해도 정해진 지역에서만 들을 수 있다. 경기도 성남시 일원에서만 청취가 가능한 공동체 라디오 방송이기 때문이다.

시간과 장소를 맞춰 듣는다 해도 한 시간을 참아 듣기란 쉽지 않다. 나름 대중가요 방송이기는 한데, 나오는 노래가 죄다 1920년~1960년대 곡들이기 때문이다. 옛 가요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프로그램일 수 있겠지만, 마지막 난관으로 다소 심한 잡음이 또 있다. 오리지널 초판 음원 중심으로 선곡이 이루어지다 보니, '공기 반 소리 반' 아닌 '잡음 반 소리 반'인 경우가 종종 있다.

<가요 클래식>은 딱 1년 전인 2014년 5월 29일에 시작됐다. 이후로 매주 목요일 밤마다 한 시간 동안 열 곡 정도의 노래와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선곡에 중복은 별로 없었으니, 한 해 동안 대략 500여 곡을 들어 본 셈이다.

옛 가요 방송이 거의 사라졌고, 있다 해도 잡음 많다는 이유로 오리지널 음원을 잘 쓰지 않는다. 그 시절 그 노래를 그 소리로 온전히 들을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요 클래식>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한편으로는 나름 자부심에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옛 가요에 대한 세상의 홀대가 좀 씁쓸하기도 하다.

신청곡 한번 안 들어왔어도, 보람 느끼는 이유

공동체 라디오 방송에서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지도 벌써 만 9년이 다 돼 가고 있다. 성남FM이 FM분당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때가 2005년 4월, 방송 진행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찾아간 때가 2006년 9월이었다.

시작할 당시부터 옛 가요 방송을 진행하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별도의 프로그램 이름을 쓰지 않고 기존 프로그램의 요일 코너 형식으로 했다. 그러다가 1년 전에 비로소 <가요 클래식>이라는 독자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여전히 텅 비어 있는 사연, 신청곡 게시판.
 여전히 텅 비어 있는 사연, 신청곡 게시판.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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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털어놓은 대로 다소 '듣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보니, 매번 방송이 나갈 때 과연 몇 명이나 챙겨 들어 주실지, 사실 자신 있게 말하기가 어렵다. 노래 신청을 남길 수 있는 게시판이 있지만, 1년 동안 신청은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다소 힘 빠지는 일이기는 한데, 그래도 귀하고 소중한, 무엇보다 곡 좋고 가사 좋은 옛 노래를 누군가와 함께 나눈다는 것은, 설령 들어 주는 이가 단 한 사람뿐이라 해도 보람 있는 일이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전파 낭비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음악의 다양성 그리고 방송의 다양성 확보에 <가요 클래식>이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옛 가요 방송 진행을 맡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방송을 통해 나누고 싶은 고전 가요 명곡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적어도 더 들을 노래가 없어 프로그램을 끝낼 일은 확실히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또 1년이든 2년이든, 지난 한 해 해 왔던 것처럼, 그렇게 좋은 노래를 고르고 덧붙일 만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갈 뿐이다. 시작 음악으로 쓰고 있는 살타 첼로(Salta Cello) 연주 <나그네 설움>도 그러다 보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해질 것이다.


태그:#가요 클래식, #성남FM, #옛 가요, #고전 대중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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