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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한 모습 남쪽의 봄, 유채와 벗꽃
▲ 봄의 한 모습 남쪽의 봄, 유채와 벗꽃
ⓒ 김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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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매우 더디 온다. 추운 겨울을 얼고 지낸 사람에게 봄은 큰 기다림이자 꿈이고 희망이다. 봄은 바로 오지 않고, 왔다 가고 다시 오기를 반복한다. 그것은 봄을 시샘하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꽃을 시샘하기도 할 것이다. 꽃샘추위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봄이 더디 오는 것을 담은 사람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성부 시인은  봄을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하고,/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라고 노래했다. 그런 봄은 우리에게 축복이고 꿈판이고 꽃판이기도 하다. 도처에 만발한 꽃들의 합창과 성찬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배부르게 하고 따뜻하게 한다. 사랑이 싹트고 자라고 꽃피우게 한다.

그러나 그 봄은 매우 짧다. 우리 곁에 봄은 왔나 싶으면 어느새 떠날 채비를 한다. 잎보다 먼저 핀 봄꽃들은 그 지성과 순수로 화사하게 피어났다, 어느새 바람에 꽃잎을 떨구고 길을 나선다. 길가에 뒹굴며 바람과 노닐며 봄의 대지를 울긋불긋 꽃잎으로, 보라, 옥빛, 꼭두서니의 수를 놓는다.

쉬이 가는 봄을 우리는 늘 아쉬워 한다.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에 이어 목련, 라일락, 배꽃, 철쭉, 연산홍, 자운영꽃이 핀다. 이팝나무에 하얀 꽃판이 펼쳐지고, 아카시아, 밤꽃, 사과꽃들이 쉼없이 피고 진다. 그리고 봄날은 가고 모란도 피고 진다.

남도 서정의 봉우리 김영랑은 가는 봄날을

"...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이라 노래했다. 우리의 가요 <봄날은 간다>는 민족의 오랜 정한을 품은 노래로 많은 사람이 노래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봄날 같은 사랑을 성공적으로 묘사했다. 사운드 엔지니어인 상우는 지방 방송국 아나운서 겸 프로듀서인 연인 은수와 소리 채집 여행을 시작하면서 가까워진다.

어느 날 밤 은수의 아파트에 머물게 된 상우는 정신없이 그녀에게 빠져든다. 상우는 이 사랑이 영원할 것으로 믿고 희망하지만 이미 이혼의 경험이 있는 은수는 사랑이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은수의 헤어지자는 말에 상우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며 지독한 상처로 고통스러워한다.

가요 <봄날은 간다>의 여러 사람이 노래 중에서 장사익(1949~)의 구성지고 깊은 노래를 애청하고 있다.

"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 가더라/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가는 봄은 아쉽지만 오는 여름도 싫지 않다. 가을의 단풍과 낙엽, 겨울의 눈보라와 추위 그리고 또 봄이 올 것이다. 오늘 하루는 최고의 선물(present)이다.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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