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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회의실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 인사 나누고 자리로 가는 유기준 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회의실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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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 통제령'이란 빈축을 사며 철회 요구를 받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제정이 일단 멈췄다. 정부·여당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다시 고조되고 있는 비판 여론에 결국 몸을 낮춘 것이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 전체회의에서 "(시행령 심의를 위한) 차관회의를 일주일 연기했다"고 밝혔다. 해수부가 지난달 27일 입법예고한 시행령은 당초 9일 차관회의와 14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될 예정이었다. 본래 지난 6일까지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토록 돼 있지만, 시간을 좀 더 두고 여론을 수렴하기로 한 셈이다.

앞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는 해수부의 시행령 입법예고안이 모법인 세월호 특별법의 취지를 훼손한다며 철회를 요구해왔다. 시행령이 특별법이 정한 위원회 사무처 직원 정원을 120명에서 90명으로 줄이고 사무처 3국(진상규명·안전사회·지원국) 가운데 진상규명국만 국장급으로 유지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특히 직원들의 비율도 파견 공무원이 더 높도록 만들어 특조위가 '행정부 하부 보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특조위 이석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예고한 시행령안에 의하면 특위는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세월호 진상규명 약속... 박 대통령, 진실이었나?").

이 같은 반발은 곧장 세월호 인양 및 배·보상 요구와 연결되면서 "참사 후 1년이 다 되도록 정부가 진상규명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 여론으로 직결됐다.

비판 여론 신경쓰는 새누리당도 '수정'만 동의

그러나 특조위와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시행령 '철회'는 끝내 수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은 "입법예고한 전체 안을 철회할 수는 없다"라며 "현재 (유족 등에서) 제시한 안이 있기 때문에 일부는 수용하고, 안 되는 것은 적극 검토해서 일부 문항은 수정함으로써 계획에 맞춰 특조위를 출범토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시행령 철회가 아닌 '수정'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는 시행령 논란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과도 같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 문제가 자칫 세월호 참사 1주기와 겹쳐 4.29 재보궐선거의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을 경계하며 정부 측에 '재고'를 요청해왔다.

실제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KBS와 한 인터뷰에서 "공무원들의 조사 권한이 너무 강해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 등에 대해 유족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에 부분적 수정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시행령은 정부의 영역이기 때문에 시행령 폐지 등은 요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배상 및 보상 등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정부는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유가족 등의 핵심 요구인 '시행령 철회'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세월호 선체 인양 결의안'에 참여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반대나 지적에 대해서 합리적인 부분이 있으면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공무원에 대해서 불신을 하기 시작하면 한이 없다"라고 말했다. 즉, 논란이 됐던 일부 내용을 수정할 수는 있지만 시행령 입법예고안 자체를 뒤집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완구 "유가족 입장 진솔하게 받아들일 것"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선체인양결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구호 외치는 416연대 회원들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선체인양결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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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야권은 "유가족의 요구대로 시행령은 철회돼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을 통제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지금의 대통령령(시행령)은 즉각 폐기되는 것이 맞다, 그렇게 해서 세월호 특조위가 조속히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정청래 최고위원 역시 "세월호특별법의 모법을 위반한 정부시행령은 불법 시행령이고 통제령"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시행령을 폐기하는 것이 정답이고, 특조위에서 만장일치로 가결한 특조위시행령을 수용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몇 명 인원을 조정하고, 기획조정실 업무의 일부를 조정하는 것으로 시행령을 조정해보겠다는 발상은 도저히 용납하기 힘들다"라며 "차관회의를 연기하고 좀 더 의견수렴 하겠다고 밝혔는데 더 이상 수렴할 여론이 어디 있는가, 시행령을 당장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제 남은 '변수'는 이완구 국무총리의 유가족 면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지난 7일 출입기자단과 한 오찬에서 "(입법예고한 시행령에) 문제가 있다면 유족의 입장을 반영하겠다"며 금주 중 유가족과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그는 시행령 철회 불가 입장을 밝힌 해수부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펴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총리는 "장관을 만났을 때와 총리를 만날 때 결과가 같으면 무엇하러 만나냐"며 "유가족의 입장을 진솔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세월호 참사, #이완구, #유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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