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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산 숲길
 구름산 숲길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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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에 산봉우리가 솟아오른다고 해서 '구름산'으로 불리게 된 광명시 구름산의 높이는 얼마나 될까?

광명시에서 가장 높은 산인 구름산 이름의 유래를 찾아보다가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구름 위로 봉우리가 솟아오른 산이 있기나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백두산이나 한라산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다. 백두산이든 한라산이든 트레킹을 하다보면 구름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구름산을 백두산이나 한라산에 비교하자는 건 아니다. 그저 조선시대 후기까지만 해도 봉우리가 구름 위로 솟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기에 한 번 슬쩍 견주어 봤을 뿐이다.

놀라지마시라. 광명시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구름산의 높이는 237미터다. 너무 낮다고? 조선시대 후기에 봉우리가 구름 위로 솟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 '뻥'이라고? 전해지는 이야기, 즉 전설은 언제나 그렇듯이 과장이 심하게 섞일 수도 있으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높이가 237미터밖에 안되는 구름산 정상까지 가는 길, 그리 만만하지 않다. 일부 구간은 의외로 가파르고, 돌이 많아 돌 사이를 누비고 다녀야 한다. 그러니 높이가 낮다고 만만하게 보지 마시라는 얘기다.

구름산에 가을이 제대로 깊었다.
 구름산에 가을이 제대로 깊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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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구름산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여 광명시뿐만 아니라 인근 도시까지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 이렇게 전망이 좋다면 예전에 구름 위로 봉우리가 솟았다는 얘기가 전해질만도 하다, 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 정도는 된다.

숲이 울창하면서 삼림욕장이 잘 조성되어 있는 구름산 역시 광명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이다. 광명시 소하동과 노온사동 경계에 있는 구름산은 주말에는 등산로를 울긋불긋한 등산복을 차려입은 이들이 가득 메우는 산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서 숲길이, 등산로가 훼손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구름산을 찾는다는 게 광명시 녹지과 관계자의 귀띔이다.

구름산 산림욕장은 광명팔경 가운데 제 7경으로 지정되어 있다. 구름산은 광명시에서 가장 높은 산답게 등산코스가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다. 구름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코스는 7개나 된다.

구름산은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져 있다.
 구름산은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져 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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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구름산을 신선이 된 기분으로 거닐고자 찾았다. 날씨는 아주 맑았고, 하늘은 푸르렀다. 햇빛은 따사로웠지만 공기는 한기를 잔뜩 머금어 서늘했다. 이런 날, 걷기 좋고 등산하기 좋다. 그래서일까, 가을이 저물어 가는 구름산을 찾은 이들이 제법 많았다.

광명시보건소에서 출발해 구름산 정상까지 가는 길, 일부 구간은 생각보다 험하고 가팔랐다. 237미터라고 얕봤다가 제대로 다리품을 팔았다는 얘기다. 그래도 길게 이어지는 숲길은 고즈넉하게 걷기 좋은 길이었다.

광명보건소 앞에서 출발하기 전에 잠시 구름산 등산지도를 살펴보는 게 좋다. 어느 코스로 어떻게 걸을 것인지 가늠해보는 것이 필요하므로. 

구름산 역시 가을이 제대로 깊었다. 구름산 일대에는 활엽수가 많다.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등이 많아 숲길에는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였다. 구름산 등산로 곳곳에는 다람쥐 먹이인 도토리를 주워가지 말라는 작은 현수막이 붙어 있다. 11월도 중순으로 넘어가는 즈음이니 다람쥐들은 아마도 동면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다람쥐굴에 사람들이 다 주워가지 못해 남은 도토리를 많이 챙겨놓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주위를 두러번거렸지만 다람쥐는 한 마리도 눈에 띄지 않았다. 확실히 겨울이 다가오나보다. 다람쥐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지난 10월초, 구름산을 찾았을 때만 해도 도토리를 물고가는 다람쥐를 여러 마리 볼 수 있었는데 말이다.

구름산 숲길
 구름산 숲길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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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걷다가 다람쥐나 도토리를 보면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신 이야기가 떠오르곤 한다. 어머니는 이야기를 참으로 재미있게 잘하셨다.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재미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어머니의 이야기에는 다양한 비유법이 제대로 잘 버무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을이면 다람쥐는 겨울준비를 하기 위해 색시를 열둘을 얻는단다. 색시가 열둘이나 되니 밤이며 도토리며 얼마나 많이 모아둘 것인가. 곳간이 가득 찰 수밖에. 한 겨울을 날 채비를 든든하게 한 다람쥐는 열둘이나 되는 색시 가운데 딱 하나만 남기고 모조리 내쫓는단다. 먹는 입을 덜어내기 위해서.

그뿐이 아니다. 욕심 많은 다람쥐는 달디 단 밤은 저만 먹고, 쓴맛이 나는 도토리는 색시에게 준단다. 다람쥐는 단 밤을 먹으면서 맛있어서 '달고랑 달고랑' 소리를 내고, 하나 남은 다람쥐 색시는 도토리가 써서 '쓰고랑 쓰고랑' 한다나.

"에이, 그 다람쥐 나쁜 놈이네. 쫓겨난 마누라들은 겨울에 굶어죽었겠다."

구름산 정상으로 가는 길...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왜 이리 먼 것이여?
 구름산 정상으로 가는 길...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왜 이리 먼 것이여?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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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랑, 쓰고랑이라는 의성어(?)에 대한 기억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그런 다람쥐가 진짜로 존재할 리는 없겠지. 하지만 그 이야기에 숨겨진 의미는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 같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주지 않고 내쫓는 나쁜 다람쥐는 우리 사회에 많으니까.

만남의 광장을 거치니 길 위에 돌이 지천이다. 광명시 일대의 산은 흙보다는 바위가 많은 것 같다. 하긴 그러니 수도권 최대의 광산인 가학광산이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돌산 정상 전망대에서 광명시내를 내려다본 뒤 다시 가리대 광장까지 오른다.

가리대 광장에서는 직선이 아닌 우회하는 길을 택해서 걸었다. 좀더 걷기 좋은 것이라는 판단을 한 건데,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정상으로 가는 길이면 오르막이어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계속 내리막길이다. 이상해서 길 위에서 만난 이들에게 "이 길로 가면 구름산 정상으로 가는 거 맞죠" 물을 수밖에.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니었다.

구름산 천연약수터
 구름산 천연약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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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길이 계속 이어졌으니 나중에 한참을 가파른 돌길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한참을 내려가다가 만난 오르막길은 바위가 이어져 있었다. 바위 길을 오르고 또 오르니 드디어 구름산 정상이었다. 높이가 237미터라고 했는데 구름산 정상 비석에는 240미터로 되어 있다.

운산정 정자에서 잠시 땀을 식히면서 산 아래를 조망한다. 도덕산 정상에서는 보는 풍경과 구름산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다르다. 기분 탓이려나?

구름산 정자. 예전에는 산불감시초소였다.
 구름산 정자. 예전에는 산불감시초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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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돌리고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서둘러 운산정을 떠났다. 걸으면서 흘린 땀이 금세 식어 으스스한 한기가 제대로 느껴졌던 것. 올라왔으니 이제는 내려갈 차례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것보다 부담이 덜하지만, 그래도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다리가 풀리면 안 되니까.

구름산 정상에서 광명동굴이 있는 가학산을 지나 서독산까지 이어서 등산로가 이어져 있다. 더 걷고 싶은 이들은 등산로를 따라 계속해서 걸어도 된다.

광명보건소에서 출발해서 구름산 정상을 밟고 광명보건소로 돌아오는데 걸린 시간은 두 시간 반 남짓. 종아리가 뻐근한 것이 평소에 쓰지 않던 다리 근육을 사용한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기분좋은 피로감이었다. 이제 며칠 뒤면 구름산에 겨울이 서성거리겠지?


태그:#광명기행, #구름산, #광명시, #돌산, #운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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