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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산은 아직 단풍이 붉었다.
 도덕산은 아직 단풍이 붉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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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도덕산에 올랐다. 광명시청에서 출발해 철산배수지를 거쳐 도덕산에 올랐다가 도덕산 공원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광명7동을 죽 돌아서 다시 광명시청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두 시간 남짓.

서울의 위성도시인 광명은 긴 타원형으로 동쪽은 길게 도시가 발달해 있고, 서쪽은 산들이 이어져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되어 있다. 광명시를 대표하는 산은 4개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도덕산, 구름산, 가학산 그리고 서독산. 도덕산을 시작으로 구름산이 이어지고, 광명동굴이 자리 잡고 있는 가학산으로 산줄기가 이어진다. 그 산줄기가 서독산까지 닿아있다.

이 산들을 이은 등산 종주코스는 길이가 10km에 이른다. 이 종주코스는 중간에 도로 때문에 두 군데 길이 끊기는데 그곳을 육교로 이어, 계속해서 길을 걸을 수 있게 만들어 놨다.

광명시의 산 가운데 가장 먼저 찾은 산이 바로 도덕산이다. 광명8경 가운데 첫 번째로 꼽는 1경이 바로 도덕산 정상에 있는 도덕정이기 때문이다.

도덕산
 도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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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구려와 만날 수 있다. 옛 광명은 동쪽으로는 관악산, 서쪽으로는 목감천, 남쪽으로는 한강, 북쪽으로는 수리산이 경계가 되는 넓은 땅이었다. 고구려 장수왕은 백제의 땅이었던 이 지역을 차지했고 '잉벌노현(仍伐奴縣)'을 설치했다.

'디지털광명대전'을 보면 '잉벌노현'에 대해 '고구려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광명 지역에 설치된 통치구역'이라고 설명한다. 장수왕이 잉벌노현을 설치한 이후 광명 지역은 한강유역을 확보하려는 고구려, 신라, 백제 3국의 치열한 격전지가 된다.

고구려 장수왕이 백제의 개로왕을 죽이고 한강유역을 차지했지만 마지막에 광명을 차지한 나라는 신라였다. 삼국을 통일한 나라가 바로 신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광명에는 그런 흔적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다.

도덕산
 도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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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도덕산에 산성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지금은 도덕산 어디에도 산성의 흔적은 없다. 삼국시대의 치열한 격전지였다면 산성을 쌓는 것은 기본이었을 것이나, 성이 있었다는 이야기만 전해질 따름이다. 대신 백제시대를 거쳐 왔다는 근거로 백제의 토기조각들이 발견될 뿐이란다.

하긴 백제의 땅이 고구려 땅이 된다 해서 사는 사람들이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그들이 속한 나라 이름이 백제에서 고구려로 바뀌었을 것이고, 신라로 달라졌을 테니까. 그러니 백제 토기 조각이 발견된다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은 없겠다.

고구려 '잉벌노현'으로 도덕산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도덕산 정상에 있는 도덕정 아래에 이런 내용을 담은 표지석이 있기 때문이다. 표지석은 도덕산이 광명에서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곳이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니 광명1경이 되었겠지, 싶었다.

도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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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산이 특히 아름다운 때는 봄이란다. 야생화단지가 아주 잘 조성되어 있어 산을 오르는 이들의 발목을 잡아 이끈다나. 하지만 가을마저 저물어 가는 도덕산은 봄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특히 걷기 좋은 숲길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도덕산의 높이는 183미터밖에 되지 않는 야트막한 산으로 광명동, 철산동, 하안동에 걸쳐 있다. 하지만 숲이 우거져 구불거리면서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강원도의 깊은 산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자꾸만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내가 조금 전까지 도심을 거닐고 있었던 게 맞는 거야, 하면서 말이다.

그만큼 숲길은 고즈넉하다. 그 길을 걷다가 한쪽에서 장난감들을 발견했다. 앰뷸런스, 꼬마자동차, 오토바이, 소방관 장난감이다. 아무리 봐도 새것이다. 누구 것일까? 누가 갖고 놀다가 두고 간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어떤 의미를 두고 일부러 놓고 간 것일까?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 자리에서 장난감을 구경했다. 낙엽이 더 쌓이면 저 장난감들은 낙엽 속으로 파묻힐 지도 모르겠다.

도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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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걷기 시작했다. 붉은 빛이 곱게 든 단풍은 햇빛에 반짝이고, 발밑에서는 낙엽이 되어 쌓인 활엽수 잎들이 밟힌다. 천천히 바람소리를 들으며, 붉은 단풍을 감상하면서 걷는 길은 발걸음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가볍게 해준다. 도덕산을 찾아오기를 너무 잘했다는 생각은 덤이다.

도덕산은 통일신라시대에 이 산의 정상에 사신들이 모여앉아 도(道)와 덕(德)을 나누어 도덕산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르기 쉬운 야트막한 산이니 사신들이나 선비들이 많이 올랐을 것으로 짐작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제법 산세가 가파르고 험했단다. 숲이 울창하게 우거졌고. 광명시가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가파른 산세가 완만하게 변한 것일까?

산악자전거 타는 이와 마주쳤다. 대단하다, 저렇게 가파른 오르막길을 자전거로 오르다니.
 산악자전거 타는 이와 마주쳤다. 대단하다, 저렇게 가파른 오르막길을 자전거로 오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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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숲길이라도, 높이가 183미터밖에 되지 않아도 산은 산이다. 정상에 오르니 땀이 흐르고 숨이 찬다. 잠시 숨을 고르고 도덕정에 올랐다. 광명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한강유역까지 보인다. 도덕정은 전망대 역할까지 톡톡히 한다. 예전에 이 산에 오른 사신이나 선비들도 산 아래를 굽어보았을 테지.

도덕정에서 그리 오래 쉬지 않았다. 숲길을 오르느라 흘렸던 땀이 금세 식어 한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럴 땐 오래 쉬지 않고 다시 걸으면 한기가 사라진다. 내려가는 발걸음은 올라올 때보다 훨씬 가볍다.

도덕산 공원으로 내려가는 길에 인공폭포에 들렀다. 폭포의 물줄기는 사라지고 거대한 바위벽만이 버티고 있는 인공폭포는 쓸쓸했다. 하지만 도덕산 공원에는 한가로운 주말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제법 많아 쓸쓸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등산복 차림으로 도덕산에서 내려오는 이들도 많았고, 도덕산 정산으로 올라가는 이들도 많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도덕산은 광명시민들이 즐겨 찾는 '광명의 휴식처'인 것만은 분명했다.

도덕산 공원 인공폭포
 도덕산 공원 인공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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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광명기행, #광명시, #도덕산, #도덕정, #도덕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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