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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6월 9일 청와대 정무비서실이 박정희 대통령에 올린 '국정화방안' 보고서. 맨 위 오른쪽 사인은 박 대통령 것이다.
 1973년 6월 9일 청와대 정무비서실이 박정희 대통령에 올린 '국정화방안' 보고서. 맨 위 오른쪽 사인은 박 대통령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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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교과서의 단일화로 주관적 학설을 지양하여 민족사관의 통일과 객관화를 기함." - 1973년 6월 9일, '국정교과서의 국정화방안' 보고서

"공통의 내용 다루는 (한국사)교과서 필요... 사실을 하나로 가르쳐야 국론 분열의 불씨를 만들지 않는다" - 2014년 8월 27일, 황우여 교육부장관의 국정화 추진 발언

최근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가 추진하는 <한국사>에 대한 국정교과서 추진 논리가 41년 전 국정교과서를 추진한 박정희 정부의 청와대 보고서와 거의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박정희 친필 사인 선명한 청와대 보고서 살펴보니...

언론보도에 따르면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지난 28일 국정교과서 추진과 관련 "(한국사에서) 공통으로 배워야 하는 내용을 다루는 교과서가 필요하다"면서 "사실이라도 하나로 가르쳐야 나중에 국론 분열의 불씨를 만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황 장관은 지난 7일 인사청문회에서도 "학생들에게 중요한 부분(한국사)은 국가가 한 가지로 가르쳐야 국론 분열의 씨앗을 뿌리지 않을 수 있다"고 국정제 추진에 무게를 실었다.

황 장관의 이런 발언은 '검정교과서는 국론분열의 불씨'(국론 분열 조장론)이기 때문에 '단일한 교과서로 통일된 내용을 가르쳐야 한다'(민족사관 통일론)는 논리로 풀이된다.

이런 황 장관의 논리는 1973년 6월 9일 당시 청와대 정무비서실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공식 보고한 내부문서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청와대 기록물 관리 관련 연구를 벌인 바 있는 역사연구자 A씨가 29일 기자에게 건넨 당시 청와대 문서를 분석한 결과다.

A4 용지 17장 분량의 이 보고서(보고번호 제73-328호)의 제목은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방안 보고'. 이 보고서를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손으로 사인한 날은 같은 해 6월 18일이었다.

이 보고서는 '국사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에서 "국사교과서의 단일화로 복잡다기한 주관적 학설을 지양해야 한다"면서 "신빙도 높은 풍부한 사료에 입각한 민족사관의 통일과 객관화를 기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는 "새로운 가치관 확립을 위한 일관성 있는 교육을 위하여 국사과목도 국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방 이후부터 이 당시까지 우리나라는 국사교과서를 검정제로 유지해왔다. 1973년 당시 국사교과서는 11종류가 나오는 검정 체제였다.

국정제는 국가가 직접 교과서를 만들어 의무적으로 이 책만 쓰도록 하는 제도이고, 검정제는 여러 민간출판사가 교과서를 만들어 국가 기준에 따라 심사를 받는 제도다.

박정희 시대의 청와대 국정교과서 보고서에 대해 역사연구자 A씨는 "유신시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로 만들기 위해 당시 문교부와 청와대가 만든 논리가 40년이 더 지난 올해 또 반복되고 있다"면서 "당시 박정희 정부는 국정교과서 체제를 만든 뒤 유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교과서를 제멋대로 왜곡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국정교과서 만든 뒤 유신 정당화, 제멋대로 역사 왜곡"

1973년 6월 박정희 정부의 청와대 민정비서실이 만든 국정교과서 추진 필요성 관련 보고서 내용.
 1973년 6월 박정희 정부의 청와대 민정비서실이 만든 국정교과서 추진 필요성 관련 보고서 내용.
ⓒ A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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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중고교로 보낸 때는 박 대통령이 보고서에 직접 사인한 뒤 8개월만인 1974년 2월.

이 당시 중학교 <국사> 교과서에는 5.16 군사반란에 대해 "뜻있는 군인들이 혁명을 일으켰는데, 이것이 5.16혁명"(258쪽)이라고 적혀 있다. 또한 고교 <국사> 교과서에서는 '5.16혁명 공약'의 문구를 바꿔치기 해놓기도 했다. 원래 6항의 내용은 '과업이 성취되면 정권을 이양한다'는 것이었는데, 이 내용은 없앤 채 '과업을 조속히 성취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 한다'는 허위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관련기사 : 5.16 쿠데타가 4.19 혁명 정신 계승? 박정희 정부 '거짓말' 국정교과서의 민낯)

이처럼 국정교과서의 역사왜곡이 논란이 되자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2년 <세계사> 교과서부터 검정으로 바뀌었다. 이어 2003년부터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검정 교과서로 나왔고,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각각 2010년, 2011년에 검정교과서로 탈바꿈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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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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