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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정부가 처음 도입한 1970년대 중고교<국사> 교과서 표지.
 박정희 정부가 처음 도입한 1970년대 중고교<국사> 교과서 표지.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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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만들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교육부는 이미 통과한 검정교과서인 고교 <한국사>를 뒤늦게 교육부 생각에 맞춰 바꿔 버렸다. 내용적으로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시도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검정교과서 체제를 아예 "국정으로 바꾸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거들고 나섰다. 내용에 이어 형식까지 국정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승만 정부의 검정교과서, 박정희 정부가 국정으로

국가에서 한 권의 교과서를 만든 뒤, 똑같은 내용을 일제히 가르치도록 하는 국정교과서. 이런 획일주의 교과서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나선 셈이다.

중·고교 역사교과서에서 이런 국정 체제를 처음 시도한 정부는 박정희 정부였다. 해방 뒤 이승만 정부도 유지해온 검정 체제를 1974년부터 돌연 국정으로 돌려세운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 정부가 만든 국정 체제는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2년부터 점차 검정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박정희 정부가 만든 중·고교용 국정 <국사> 교과서를 살펴보기로 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40여 년 전의 그 행동이 다시 반복되는 것일까.

1974년 3월 1일, 당시 문교부는 중학 <국사> 교과서를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국정으로 펴냈다. 전체 269쪽으로 된 내용 가운데 258쪽 '5월 혁명'이라는 소단원에 눈길이 먼저 갔다.

이 교과서는 5·16 군사반란에 대해 다음처럼 적어놨다.

"정부가 무능하고 부패하여… 북한 공산 집단이 야심을 품을 정도까지 이르렀다. 이때, 국가와 민족을 수호하기 위하여 뜻있는 군인들이 혁명을 일으켰는데, 이것이 5·16혁명이다."

 1974년에 당시 문교부가 짓고 펴낸 중학<국사> 국정교과서 맨 뒷장.
 1974년에 당시 문교부가 짓고 펴낸 중학<국사> 국정교과서 맨 뒷장.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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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5·16을 4·19에 견줘 설명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4·19 의거가 독재에서 나라를 구하려는 혁명이었다면 5·16 혁명은 혼란과 공산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는 혁명이었으니, 5·16 혁명은 4·19 정신의 계승이요, 발전이었다."

그렇다면 1972년 '10월 유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풀어놨을까. 이 교과서는 "평화적 통일을 조속히 달성하기 위하여 정부는 10월 유신을 선언했다"며 "(이에 따라)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대응하고 어떠한 돌발 사태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확립했다"고 잘라 말했다.

"군부의 박정희 장군을 중심으로 한 혁명군은..."

고교 <국사> 교과서도 비슷한 내용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지금도 논란의 한복판에 선 국사편찬위원회가 당시에 이 교과서를 집필했다는 것이다. 이 기관은 최근 뉴라이트 위원장 재직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에서 통과 시켜줘 논란이 된 현재의 국사편찬위원회와 같은 곳이다.

1979년에 나온 총 329쪽 분량의 고교 <국사> 교과서는 5·16 군사반란과 10월 유신독재 조치에 대해 '단원 개요'에서부터 칭송하는 글을 실을 정도로 대담하다. 이 단원의 명칭은 '민족중흥의 새 전기'(295쪽)다.

내용 또한 박정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자세하게 적었다. 5·16 군사반란을 다룬 297쪽을 보면 "군부의 박정희 장군을 중심으로 하여 일어난 혁명군은… 6개조의 혁명 공약을 발표하여 그 이념과 당면 과제를 제시하였다"고 서술했다.

 '혁명 공약' 조작 지적을 받고 있는 1979년판 고교<국사> 교과서 297쪽.
 '혁명 공약' 조작 지적을 받고 있는 1979년판 고교<국사> 교과서 297쪽.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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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교과서는 허위 사실을 적어놓았다. 같은 부분에 '혁명 공약' 6개조를 실었는데 제6조를 다음처럼 적어놨다.

"6. 이와 같은 우리의 과업을 조속히 성취하고 새로운 민주 공화국의 굳건한 토대를 이룩하기 위하여, 우리는 몸과 마음을 바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

교육계는 이 내용이야말로 국가가 국정교과서를 통해 국민과 학생을 속인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한다. 당시 '박정희 장군'이 내세운 혁명공약 제6조의 원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6. 이와 같은 우리의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준비를 한다."

교학사는 혁명공약 '누락'... 박정희 정부는 혁명공약 '조작'

올해 독재 미화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는 이 제6조를 아예 빼버려 "역사적 사실을 제멋대로 도려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고교<국사> 교과서는 '10월 유신'의 결과, 사회가 아래 서술처럼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10월 유신을 단행하였다. 이로부터 사회의 비능률적, 비생산적요소를 불식하고 전근대적 생활 의식과 사대사상을 제거하여 한국 민주주의 정립을 추진하고 있다."(300쪽)

이로부터 한 세대가 넘게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는 다시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나섰다. 10월 유신을 두고 '비능률과 비생산적 요소를 불식하고 한국 민주주의를 정립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란 평가를 내린 과거 국정 교과서의 왜곡된 주장이 검정 교과서를 대상으로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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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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