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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떠돌았던 '한반도에서 아무도 모르는 세 가지' 중 일부가 이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의 '창조 경제'와 안철수의 '새정치', 그리고 김정은의 '속마음' 말이다. 적어도 하나는 6·4 지방 선거 이후 확실해졌다.

우선 박근혜의 창조경제. 그 요체를 대통령 자신도 모르는 것 같으니, 국민들 역시 폐기처분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와는 할 일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북한팀의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을 약속한 김정은의 속마음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어떤 면에선 화끈했던 아버지와는 달리 오락가락이다.

다행인 것은 안철수의 '새정치'의 진면모가 드러났다는 점이리라. 참 오래 기다린 만큼 그 기대에 걸맞은 가치가 담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로 6.4지방선거를 이끈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은 분명 실패했다. 당 내에서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헌데, 과연 호남 전략공천만이 문제였을까.

안철수 대표 비판, 박지원 의원만이 아니다

안철수 대표 측은 광주와 부산 지지유세 횟수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항변했지만, 중요한 건 횟수가 아니라 영향력과 정치력이다. 사진은 지방선거를 3일 앞둔 지난 1일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지지유세에 나선 안철수 대표의 모습.
 안철수 대표 측은 광주와 부산 지지유세 횟수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항변했지만, 중요한 건 횟수가 아니라 영향력과 정치력이다. 사진은 지방선거를 3일 앞둔 지난 1일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지지유세에 나선 안철수 대표의 모습.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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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공천만 제대로 한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전남, 전북지사가 중앙당의 지원 없이도 무난하게 당선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도부나 다른 후보가 전부 전략공천을 반대하고 경선을 요구했는데도, 결국 한밤중에 전략공천해서 차질을 빚었다는 것은 사실 아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지원해야 할 경기, 인천 등을 효과적으로 지원하지 못함으로써 광주 하나 얻고 인천, 경기라는 중요한 지역을 잃은 결과이기 때문에 오는 7.30 재보궐 선거 때에는 공천을 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6일 JTBC <뉴스9>에 출연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안 대표에게 비수를 날렸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니까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라는 안철수 대표 측의 반론이 나왔다"는 손석희 앵커의 물음에 대한 재반론이었다. 이렇듯 "광주를 얻고, 인천, 경기, 인천을 잃었다"는 비판이 당내 안팎으로 거세다.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라는 야당의 6·4 지방선거 결과 주요 판세분석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물론 엇갈리는 평가도 존재한다. 안철수 대표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공천한 윤장현 광주시장 당선인을 두고 '대선주자 안철수의 광주 고립'과 '광주시민의 안철수 재신임'으로 해석하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자는 다소 성급한 견해일 수 있다. 그러나 후자 역시 강운태 전 시장에 대한 흉흉했던 민심과 더불어 새 인물에 대한 갈급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거돈 부산시장' 만들 수 있었던 안철수?

오히려 가장 설득력을 얻는 것은 부산시장 결과에 대한 평가다. 2013년 재보선 당시 출마 요구가 거셌던 부산 영도 대신 안전한 서울 노원을 선택한 안철수 대표. 그가 2만표라는 간발의 차이로 진 오거돈 후보를 좀 더 적극적으로 측면 지원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평가는 여야에서 공통적으로 흘러나오는 이야기다.

이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던 부산에 대권주자 안철수가 공력을 기울였다면 어땠을까. 그간 찾아 볼 수 없던 '야성'을 일거에 알리는 동시에 '보수 안정'의 이미지를 재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지 않았을까.

대구 출신 김부겸 후보는 40% 이상 득표하는 선전에도 불구하고 "야당이라 떨어졌다"는 한계를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와 부산은 또 다르다. 광주의 재신임과 부산의 쾌거, 안철수의 새정치는 둘 중 좀 더 안전한 전자를 선택했다.

그러나 '부산시장 오거돈'이란 전무후무한 쾌거를 만들어냈다면 평가는 180도 달라졌을 것이다. 당대표로서 당내 입지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전국구 대선후보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각인시킬 기회를 특유의 소심증으로 차버린 셈이 된 꼴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콩가루 집안' 안 만들려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6.4 지방선거 지역별 유세 횟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6.4 지방선거 지역별 유세 횟수
ⓒ 안철수의새정치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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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안철수 대표측은 트위터를 통해 6·4 지방선거의 지역별 안 대표 유세 횟수를 수치화해 공개했다. 경기 30번, 서울 24번, 인천은 10번이었다. 이와 함께 광주 17번, 부산 16번이라고 명시했는데, 전략 공천한 광주와 부산의 유세 횟수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항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수치야말로 안 대표의 천진함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 됐다. 비록 실제 횟수가 엇비슷하더라도 안 대표에게 쏠린 언론과 국민의 눈은 이미 광주로 집중됐다.

횟수보단 영향력이다. 정치력이다. 정치가 이미지를 수반한 영향력이며 그걸 발휘할 정치력과 전략을 구상하지 않았다면 무능이요, 알았다면 광주 외 지역에 역량을 기울여야 했다.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박원순 시장이 당보다 인물과 시정으로 승부해 일궈낸 승리를 통해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떠올랐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안 대표가 야당 당대표로서 어떤 비전이나 '새정치'를 보여줬는지와 비교해서 말이다.

오히려, 고도의 마케팅이 필요한 선거에서 '새정치'를 외쳤던 안철수 대표가 기존 야당의 조직 선거를 답습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유권자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했으며, 또 그러한 데이터를 제대로 축적했는지 말이다.

새누리당이 "박근혜를 지켜달라"거나 "도와주세요"라는 그악스럽지만 제대로 먹힌 전략으로 표를 모을 때, '박근혜 심판론'조차 제대로 제기하지 못하는 야당 대표라면, 책임론을 들어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새누리당의 막무가내 전략이 먹히는 동안 제대로 승부를 건 야당스러운 전략은 찾아 볼 수 없었지 않나. 

"열린우리당 때 지도부 임기가 6개월이 못 갔잖아요. 그 콩가루 집안이 결국 어떻게 됐어요, 말로가. 지도부라고 일단 뽑아놨으면 그 지도부가 아주 결정적인 잘못이 있기 전까지는. 우리가 우리의 지도부를 생각해줘야…."

유인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얼마 되지 않은 지도부를 좀 더 지켜보고 협력해야 한다는 두둔론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안철수, 김한길 대표의 합당효과의 파급력은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보여준 정치력은 낙제에 가까웠다.

그렇게 새로운 '새정치'를 보여주지 못하는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이 과연 어디까지 전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점점 커지고 있다. 유인태 의원처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극히 짧았던 허니문을 기억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우려가 현실로 만들지 않을 사람, 한반도의 3대 미스터리 중 하나를 속 시원히 풀어갈 사람은 결국 안철수 대표 본인이다.   


태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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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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