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MBC 보도국 기자 121명은 성명서에서 데스크가 주도하여 유족들을 비판한 뉴스를 '보도참사'라고 불렀다. 뼈아픈 반성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200% 부족하다.
세월호 사태에서는 보도가 원칙을 참혹히 어겨서 '참사'가 아니라 보도가 실제로 참사를 일으켰기 때문에 '보도참사'였던 것이다.
"배가 침몰되는 그 당일 날부터 해서 조금만 더 사실적이고 조금만 비판적인 보도를 언론들이 내보내 줬다면 생존해서 만날 수 있었던 아이들이 있었을 거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그 2, 3일 동안에 방송은 눈을 감아버렸어요.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 고 이승현 군 아버지의 말이다.
"방송은 눈을 감아버렸어요..." "배가 침몰되는 그 당일 날부터 해서 조금만 더 사실적이고 조금만 비판적인 보도를 언론들이 내보내 줬다면 생존해서 만날 수 있었던 아이들이 있었을 거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그 2, 3일 동안에 방송은 눈을 감아버렸어요.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 고 이승현 군 아버지의 말이다.
실제로 방송은 실시간특보를 통해 구조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30여 명의 학생들을 끌어올린 배관공 김홍경씨는 최근 <한겨레> 허재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애들을 끌어올리고 있는 동안 해경은 저 뒤에서 바라보고만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김홍경씨는 이미 사고 당일 16일 오후 4시경에 KBS와 MBC기자에게 이 말을 인터뷰에서 했는데 그날 KBS와 MBC 모두 이 부분만 빼고 자신의 인터뷰를 방송했다고 한다.
그날 곧바로 방송이 나갔다면 어땠을까? 유족들은 16일 새벽에 밤샘구조 현장을 가보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고 분노를 터뜨렸었다. 그 외에도 언론의 감시를 받지 않는 해경의 구조활동은 매우 부실했다.
언딘과의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16일에 민간잠수부들의 구조를 막았고 17일에는 해군UDT의 구조활동을 막았고, 장기잠수작업에 필수적인 바지선을 55시간이나 대기시키다 돌려보냈고 18일 오전부터 와 있던 크레인들, 배를 조금이라도 들어 올려서 구조작업을 수월하게 만들수 있었던 총 기중량 2만 톤급의 크레인들을 모두 돌려보낸 것이다.
16일, 오전 9시 30분 해경이 사고현장에 도착했던 시점에는 아무도 죽어 있지 않았다. 현재 "침몰은 기업이 시켰지만 참사는 정부가 냈다"는 말이 회자하고 있다. 하지만 유족들은 뭐라고 하고 있는가? '참사는 언론이 냈다'고 하고 있지 않는가.
보도참사의 원인은 정부의 방송통제이 '보도참사'의 원인은 정부의 방송통제에 있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2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대통령을 비판하는 명진 스님, 박창신 신부 인터뷰방송을 중징계했다. 법무부나 검찰의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유우성, 김재연 의원, 김종철 교수 인터뷰를 중징계했다.
교육부의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일제고사거부교사들의 인터뷰를 중징계했다. 그동안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몇 건이나 징계했는가? Zero. 빵. 0건이었다. 정부의 비호 속에서 노조탄압을 하던 MBC가 심지어는 자사의 이익을 앞세우고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을 비판한 방송? "문제없음"이다. 민언련, 전교조, 최민희 의원, 박원순 시장을 종북이라고 부른 프로그램? "의견제시", "권고"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러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방송이 감히 정부기관에 비판적인 방송을 하겠는가? 배 수십 척과 잠수부 수백 명이 투입된다면 그런 줄 알아야지 어떤 방송이 실제로는 고무배 십여 척 잠수부 십여 명이 투입되었다는 진실을 전하겠는가?
이번 세월호 사태를 통해서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통감해야 한다. 우리가 국가의 작용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으면 실제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침몰의 원인도 언론통제와 무관치 않아사실 이번 참사는 침몰 자체도 언론통제가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1월에 전 청해진해운의 직원이 선박 과적 상황 등을 청와대신문고에 제보했지만 공무원들은 체불임금 문제 해결에만 급급했다고 한다.
그 직원이 정말 체불임금을 빨리 받고 싶었다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에 고발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했다면 체불임금은 물론 세월호의 살인적인 과적도 중단되었을 수 있을 텐데 왜 그랬을까?
우리나라의 모든 내부 고발자에게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다. 바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이다. 즉,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오로지 공익을 위하여"라는 위법성조각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는 한 형사 처벌을 받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다루고 있는 사건에서 2013년에도 한 노인이 노인회 간부의 난폭한 언행에 대해 인터넷에 정직하게 고발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유죄판결이 확정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해진 내부 고발자는 세월호의 과적 상황을 인터넷에 올린다거나 하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표현의 자유 보호지수와 부패지수가 반비례한다는 것은 국제기구들의 조사에서 매년 확인되고 있다"는 교훈을 다시 배우기 위해 우리는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세월호 관련해서 새로운 안전 기준, 항해 관련 법령들을 새로 만들겠다고 부산한 국회는 진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고 부패와 비리를 자유롭게 고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쉬운" 일부터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과연 좋은 "법"이 없어서 일어났는가?
덧붙이는 글 | 박경신 기자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이 글은 민언련 웹진 [e-시민과 언론]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