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광장 앞 참사 합동분향소. 쉴 새 없이 내리는 봄비에도 이른 아침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13일째로 접어든 날이다.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은 출근 전 잠시 분향소를 찾아 애도의 마음을 전하는 모습이었다. '녹즙배달'이라 적힌 조끼를 입은 한 시민은 분향소에 헌화한 뒤 녹즙이 든 캐리어를 끌고 서둘러 어딘가 향했다. 등굣길에 들린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 무채색 옷차림으로 온 추모객들은 간이 천막에서 두 줄로 서서 기다린 뒤 10여 명씩 짝지어 헌화하고 묵념했다. 몇몇 추모객은 눈물을 훔쳤다.
추모객들은 이어 분향소 출구 쪽에 설치된 '소망과 추모의 벽'에 희생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남겼다.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고 실종자의 생환을 기원하는 추모의 벽에는 시민들이 남기고 간 노란리본이 빼곡하게 걸려있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도 오전 9시 45분께 분향소를 찾았다. 검정 정장 차림에 '근조' 리본을 달고 온 현 위원장은 분향한 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라 적은 노란리본을 추모의 벽에 달았다.
대한적십자회 자원봉사자 등 50여 명은 오전 9시부터 시민들을 안내하는 등 분향소 운영을 도왔다. 이들 역시 슬픔에 잠긴 모습이었다. 분향소가 한가한 틈을 타 헌화를 한 자원봉사자 최경숙(58)씨는 "한창 꽃필 나이의 아이들이 바다 속에 갇혀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분향소 찾은 시민들 "사고 직후 구조 제대로 안 이뤄져" 한 목소리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사고 직후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꼽았다.
출근 전 잠시 들렸다는 최아무개(55)씨는 "침몰한 배가 수면 위로 떠있을 때 어떻게 해서든 구조자를 최대한 늘리는 데 집중해야 했는데, 행정가들은 시간을 허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무능한 행정관료들 때문에 어영부영 시간만 흐른 게 아닌가 싶다"고 쓴소리를 했다.
최씨는 "사고하나 제대로 대처 못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든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에서 탈퇴하고 싶다, 아이들 얼굴 볼 낯이 없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자신을 공무원이라 밝힌 이아무개(51)씨도 "구조가 가능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며 "사고가 터졌다 하면 인재가 돼버리는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문제"라며 "다른 정부 부처 장관이나 공무원들이 어차피 그만 둘 총리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겠나"라고 꼬집었다.
전날 오후 3시부터 합동분향소를 운영하기 시작한 서울시는 28일 오전 11시 현재까지 7327명의 추모객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공식 운영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는 안산에서 합동 영결식이 엄수될 때까지 운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