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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네 집 정원 마당에 있는 사진을 찍은 것을 친구가 보내주었습니다.
 친구네 집 정원 마당에 있는 사진을 찍은 것을 친구가 보내주었습니다.
ⓒ 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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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에는 작은 앰프가 하나 있다. 기타 하나와 마이크를 서너 개 연결할 수 있는 작은 앰프다. 앰프는 관리하는 사람 없이 여러 사람이 함부로 다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주 고장 나고 멈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앰프가 또 고장이 났다. 맥주를 컵에 따를 때 거품이 치솟다 일순간에 꺼지듯이 완전히 꺼지고 말았다.

앰프를 사용하지 않고 예배드리는것은 정말 힘들었다. 크게 소리를 질러도 목소리가 예배당 뒤까지 잘 전달되지 않았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니 뒤에 앉은 사람들은 집중을 하지 못해 산만해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나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고함치듯 소리를 지르다 보니 힘들고 지쳐 전달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앰프를 사용할 때는 음색과 음량을 조절하여 청중이 듣기에 부담이 없도록 잘 전달할 수 있었지만 앰프를 사용할 수 없으니 고성으로 인한 상한 음성을 그대로 전달하는 바람에 듣는 사람이 불편을 겪게 되었다.

앰프는 증폭시키고 소스 선택을 하게하며 음색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앰프의 본 기능은 소스 기기에서 발생한 작은 신호를 스피커를 통하여 일정 비율로 확대시키는 일이다. 앰프는 크게 전류를 공급하는 '전원부'와 신호를 받아 증폭하는 '증폭부'로 구성된다. 스피커가 청취자를 향해 직접 소리를 전달하는 도구라면, 앰프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소리를 조정하는 기능이 있다. 다채로운 빛깔의 램프들과 크고 작은 스위치들이 조화롭게 배열되어 있는 모양새는 작은 기쁨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그래서 강당에서 말을 하면 그 말이 방송실의 앰프에 연결되어 소리를 증폭시킴으로써 여러 배의 소리를 내게 하는 도구다. 만약 앰프가 없다면 수많은 청중들이 모인 장소에서 모든 사람에게 말을 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앰프는 사용하는 사람에게 맞는 음색과 음량을 조절해주어 사용자를 도드라지게 만든다. 음성이 가는 사람에게는 굵게, 굵은 사람에게는 가늘게 만들어 준다. 사용자의 의도에 맞게 앰프의 기능은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앰프는 좋은 발명품 중에 하나다.

오늘날 앰프가 우리 사회를 나타내는 상징이 되어 가고 있다. 실제 자기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 것은 사람의 욕망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 대부분의 영역에서 너무 과장되게 거품이 만들어지고 있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실제 음성으로는 주변의 몇 명의 사람에게만 전달이 있지만 앰프 덕분에 실제의 내 목소리보다 더 크게, 더 멀리 들리게 한다.

작가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어떤 책은 호화 양장판을 만들어 포장은 화려하다. 저명한 추천인들을 통해 상품의 가치를 올리려고만 한다. 지나친 과장으로 치장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하여 판매부수도 조작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 중 일부는 몇몇 사람에게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여러 조작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 앰프에 숙달되다 보니 정말 내가 큰 사람인줄 착각하게 되는 것처럼 판매조작을 통해 영향을 주기도 한다.

성직자인 목사도 마찬가지다. 설교가 인터넷을 통해, 혹은 방송의 큰 화면을 통해 세계로 전달되고 있다. 그러면 진짜 자기가 대단한 설교자가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 중 몇몇은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발생시킴으로써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제는 활동 영역을 넓힐 것이 아니라 골방에 들어가서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젖먹이처럼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것이다. 경건의 기쁨을 알고 있다면 세속이 주는 기쁨을 하찮게 여길 것이다. 먼저 내면으로 향해야 한다. 나의 보잘것 없음을 먼저 발견해야 한다. 내 죄를 돌아보느라 너무 바빠서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시간이 없어야 한다. '나의 자랑할 것은 약한 것 밖에는 없다'고 했던 사도 바울의 고백이 새롭게 느껴진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약간의 허영심은 필요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것들이 과대평가되어 진다면 그런 세상은 병든 곳이다. 사람은 원래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습관이 있다. 마치 앰프처럼 자기를 높여주는 마음이 있는데 정말이라고 생각한다. 거품이다.

사회적으로 거품이야기가 뜨겁다. 물에도 거품이 일고 맥주에도 거품이 난다. 물거품은 빛이 산란할 때 눈에 보이는 현상이고, 맥주 거품은 맥주를 술잔에 따르는 순간 압력 차이와 충격으로 맥주 안에 녹아있던 탄산가스가 유리되면서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이 거품이 경제에도 발생해서 많은 사람들의 꿈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거품은 쉽게 일기도 하지만 잠시 후면 사라진다. 세상살이도 이렇게 쉬 생기고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우리 사회 곳곳에 앰프로 인한것처럼 과대평가 되어지고, 거품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것같은 느낌을 언론을 통해서 받습니다. 거품은 쉽게 일기도 하지만 잠시후면 사라집니다. 잠시 일상에서 경험한 사건을 통해서 글을 옮겨 보았습니다.



태그:#앰프, #거품, #작가, #성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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