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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두번째 4자회담이 또 다시 성과없이 종료된 뒤 굳은 얼굴로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 굳은 표정으로 회담장 나서는 여야 대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두번째 4자회담이 또 다시 성과없이 종료된 뒤 굳은 얼굴로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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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꽉 막힌 정국을 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등 4인은 3일 이틀째 '4자 회담'에 나섰지만, 최종 합의문을 만들지 못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 도입·국가정보원 개혁 특위 등에 대한 양당의 입장 차는 여전했다. 다만 '추후 협의'를 강조하며 여운을 남겼다.

양당 지도부의 담판이 연이틀 불발되자,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보류돼 있는 예산안 상정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4자 회담 종료 후 "협의가 안 되면 내일 예산안을 단독 상정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이날 예결위원들에게 대기령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예결위 여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도부에서) 좀 더 기다리라고 하니 좀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전'이 곧장 시작됐다. 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예산심의 거부가 계속된다면 준예산이 편성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국가의 모든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기 어려운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65만 개의 일자리 사업과 23조 규모의 사회간접자본 건설, 17조 상당에 해당하는 연구개발 예산과 기초연금, 대학등록금 지원, 난방비 지원, 양육수당, 무상보육, 실업교육 예산 등 취약계층과 서민층부터 당장 피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 눈앞에 있다"고 강조했다.

즉, 민주당이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 등을 이유로 예산안 심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준예산 편성'에 따른 책임을 모두 져야 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갓난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 걸려 있다"... 정부·여당의 연이은 '준예산' 경고

'준예산'은 국가의 예산이 법정기간 내에 성립하지 못한 경우, 정부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전 회계연도 예산에 준하여 집행하는 잠정적인 예산을 뜻한다. 만약, 국회가 내년 1월 1일까지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하면, 정부는 준예산을 편성하게 된다. 이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정부·여당은 이 점을 강조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조속히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결국 그 부담은 국가경제와 국민생활 전반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또 "노인 및 취약계층의 기초생활, 영유아 양육, 서민 주거안정 등 필수분야에 대한 정부지원 중단으로 사회안전망이 훼손돼 국민 생활의 고통이 심해진다"면서 "당면현안인 일자리 사업, 중소기업 지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에 차질을 빚어 회복되는 국가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준예산은 국회가 정부에 '돈을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며 "이는 갓난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 걸려 있는 문제"라고 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과 시장을 극도로 불안하게 하는 준예산 편성은 결코 없을 것이며 올해 안에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확실히 처리하겠다는 믿음을 국민께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준예산 편성되면) "정말 심각한 일이 벌어진다, 일반 예산 편성 절차와 똑같이 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준예산 편성 및 집행에 대해 "국가적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법정처리시한 경과규정 불과... 준예산 편성 따라 심의·논의 가능"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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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부·여당의 주장만 듣자면, 준예산 편성 시 국가기능이 곧장 중단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여기 '반전'이 있다.

"오늘까지 처리해야 한다는 헌법 54조2항은 단지 경과규정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에 위헌이 결코 아니다. 준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는 54조3항에 따라 예산안에 대한 치밀한 심의와 논의는 얼마든지 합헌적으로 가능한 일이고 또 국정운영에 차질이 없게 할 것인 바 국민께서는 안심해도 된다."

이는 2005년 12월 2일, 이계진 한나라당(전 새누리당) 대변인의 논평이다. 한나라당은 당시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반발, 예산안 처리에 불참했다. 즉, "국가적 재앙"에 비유했던 준예산 편성 가능성에 판이하게 다르게 대응한 셈이다. 예산안 법정처리시한(12월 2일)을 거론하며 "내일이 헌법에 정한대로 예산을 통과시켜야 하는 날(최경환 원내대표)"이라며 단독 상정 카드까지 꺼내들던 모습과도 전혀 다르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매년 12월 2일로 정해진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에 대해 "훈시규정"이라고 '현실'을 인정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정책처의 정책연구용역보고서 '국회 재정권 측면에서의 임시예산제도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이 시한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빈번히 있으며, 이 규정은 해석상 훈시규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준예산 제도에 대한 구체적 개선방안을 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준예산 편성을 미국의 '셧다운'과 비교하는 것도 과도한 편이다.

최근 발생했던 미국의 '셧다운'은 말 그대로 '정부 폐쇄'를 의미한다. 미국은 지난 10월 '오바마 케어'를 둘러싼 양당(민주당·공화당)의 합의가 불발되면서 '셧다운' 사태를 맞았다. 이로 인해 국방·소방·경찰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한 100만 명의 공무원들이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갔고 쓰레기 수거 및 운전면허 발급 등 기초적 행정 서비스도 중단됐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달리 준예산 편성을 허용하고 있다. 헌법 54조 3항은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을 위하여 필요한 경비는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전년도의 예산에 준하여 집행하도록" 준예산의 지출 범위도 명시돼 있다.

결국 정부의 계속사업비나 설비유지, 필수인건비 등은 그대로 지출되게 돼 있어 미국의 '셧다운' 사태와 같은 수준으로 볼 수 없는 셈이다.

새누리당도 이 점은 인정하고 있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지난 2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준예산 편성하더라도 미국의 셧다운과는 다르다, 다만 기본적인 예산을 제외한 140조 원을 지출할 수 없게 된다"는 지적에 수긍하면서도 "140조 아니라 14조 아니라 1조라도 그렇게 되면 그것 자체가 굉장히 큰 사실 국정에 차질을 빚는 것"이라고 말했다.

"셧다운과 준예산 들먹이며 야당 겁박하나"

이 때문에 민주당은 "셧다운과 준예산을 들먹이며 야당을 겁박하고 있다(박수현 원내대변인)"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이날(3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사실 예산안이 12월 2일에 통과된 사례가 그렇게 많지 않다, 지금 12월 2일이라는 법정시한을 가지고 협상을 압박을 하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밖에는 판단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준예산보다 더 나쁜 게 불완전 예산"이라며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법이 고치는 작업이 병행이 돼야 하는데 만약 날치기로 예산안을 (상정) 한다면 세법을 고치지 않은 불완전 예산이 돼 위험한 재정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달 30일과 1일 예산안 심의 점검회의를 여는 등 자체 예산안 심사도 진행 중이다.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정부·여당의 공세를 차단하고 향후 예산안 심사 착수시 올해 안에 처리하기 위해서다.


태그:#준예산, #셧다운, #새누리당, #사학법, #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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