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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새로운정치위원회(새정치위) 1차회의에 참석해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 새로운 정치의 시작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자치단체장과 고위공직자 모두 국민을 위해 일하는데 필요한 권한만 갖고 특권과 기득권은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새로운정치위원회(새정치위) 1차회의에 참석해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 새로운 정치의 시작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자치단체장과 고위공직자 모두 국민을 위해 일하는데 필요한 권한만 갖고 특권과 기득권은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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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건 그런데…, 후보의 문제와 또 조직의 문제가 다르니까요."

이건 누가 한 말일까요? 정연순 안철수캠프 대변인의 말입니다. 정 대변인은 23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날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던진 정치쇄신안의 실천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습니다.  

정 대변인은 "문 후보가 내건 정치쇄신안은 전보다는 좀 더 진전된 구체성이 있는 내용"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민주당의 실천력에 대해서는 이 같이 반신반의한 것이지요. 민주당의 정치쇄신안은 좋은데, 과연 민주당이 그 개혁안을 실행하겠어? 라는 의문이 깔린 태도지요.

약 15분간 이어진 정 대변인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저는 유독 저 한 문장이 귀에 걸렸습니다. "후보의 문제와 조직의 문제는 또 다르다." 이 말은 기실 민주당의 본질과 한계를 명확히 꿰뚫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정리해보지요.

지난 21일 민주당 문재인캠프의 친노 인사 9명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선대위에서 나갔습니다. 선대위 퇴진 입장을 밝힌 친노 인사는 양정철 메시지 팀장(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전해철 의원(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용익 공감2본부 부본부장, 박남춘 특보단 부단장, 윤후덕 비서실 부실장, 정태호 전략기획실장, 소문상 비서실 정무행정팀장, 윤건영 일정기획팀장 등 9명이지요. 이들이 뭐라고 하면서 캠프를 나갔는지 그 한 대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이제 물러난다. 선대위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한 사람의 의원, 한 사람의 시민으로 돌아간다. 이름도 직책도 없이, 뒤에서 오로지 문 후보의 승리만을 위해 뛰려 한다. 정권교체의 노둣돌이 되기 위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문 후보 승리를 위해, 더한 희생이나 눈물도 쏟을 준비가 돼 있다. 이제 저희들의 퇴진을 계기로, 제발 더 이상 친노-비노 가르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그를 지지하고 아끼는 모든 분들이 오직 문재인 한 사람을 중심으로 대선 승리에만 매진해 달라."

격한 문장 같지 않습니까. 문재인 캠프의 실무자였던 친노 9인의 선언은 '이제 우리는 그만둘 테니, 민주당에 남은 너희들이나 잘해라' 뭐 이런 으름장 같기도 합니다. 왜 이들은 이런 격한 문장을 남기고 문재인 캠프를 떠나기로 작정한 것일까요?

"이해찬-박지원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인들 안 보여"

민주통합당 전해철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문재인 대선후보의 선대위의 친노(친노무현) 핵심 참모출신 인사 퇴진에 관한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전 의원은 "선거대책위원회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정권교체와 문 후보의 승리를 위해 물러나겠다"며 "퇴진을 계기로 더 이상 친노 비노 그분 없이 화합과 새 정치의 큰 길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전해철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문재인 대선후보의 선대위의 친노(친노무현) 핵심 참모출신 인사 퇴진에 관한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전 의원은 "선거대책위원회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정권교체와 문 후보의 승리를 위해 물러나겠다"며 "퇴진을 계기로 더 이상 친노 비노 그분 없이 화합과 새 정치의 큰 길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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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이 성명에 동참했던 9인 중 1인과 통화가 되었습니다. 그의 말을 들어보시지요.

"우리는 떠밀려서 나가는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후보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새 정치와 정치쇄신의 타이밍에 작은 흠집이라도 막기 위해서 이 같은 결정을 했다. 친노가 그렇게 문제면, 안철수 캠프의 친노들도 관둬야겠네. 유민영 대변인도, 한형민 팀장도 친노인데? 문제는 민주당 내부에서 새 정치와 정치혁신을 과감하게 밀고 가는 세력이 안 보이는 것 아닌가? 이제 더 이상 뒤에서 구시렁대지 말고, 후보가 한 팔 내놨으면, 양팔 다 내놓고 뛰겠다, 이런 사람들 왜 없나? 이제 그토록 문제였던 9명 나갔으니 이제는 의무감으로 하라."

사실 그는 평소 친노 아닌 다른 계파의 민주당 선배 정치인들로부터 위로를 많이 받았던 사람입니다. "마음고생 심하다며?" 당사를 지나면 줄곧 이런 인사가 쏟아지곤 했지요. 그러니 친노 9인의 선언이 나온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욱해서 나온 결정 같지는 않습니다.

실제 문재인 후보가 네트워크 형태로 '10인 선대위원장' 체제를 꾸리고 시민캠프-미래캠프-민주캠프를 거버넌스로 꾸려가면서, 고비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친노 인사들이 포진된 비서실과 토론으로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양측이 서로 만족해한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한 선대위원장은 지난 10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문 후보 자체가 누구의 의견에 편향되는 사람이 아니"라며 "선대위와 비서실 양 측의 의견을 고루 듣고 합리적으로 판단을 하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문재인 캠프의 주도권이 친노 그룹에 있지 않다"면서 "선대위가 다 결정을 하고 비서실도 그에 따르는 구조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노 9인이 퇴장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아무래도 문재인 대선캠프를 누가 주도하느냐 하는 일종의 주도권 싸움이 격화된 데 따른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핵심에는 민주당 486 정치인들과 486 친노가 있는 게 아닐까요?

실제 민주당 밖에서 민주당의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민주당 혁신그룹'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우려합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니까 오로지 '문재인 리더십'만 강타하는데 정작 민주당 내부 사정을 꼼꼼히 뜯어보면 '일하는 정치인'들이 없고, 팔짱 끼고 기자들과 '뒷담화' 하는 데만 열중한다는 비판도 쏟아지지요. 누가 이 당을 주도할 것인가를 두고 당내에서 당파 싸움만 하지 실제 개혁의 중추가 될 만한 노력을 게을리 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당직자들 사이에도 넓게 퍼져 있습니다. 한 당직자의 말입니다.

"이해찬이 물러나면, 박지원이 물러나면, 그럼 민주당이 개혁될까요? 안철수가 우리 당에 들어올까요? 개인적으로는 그런다고 우리 당이 개혁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이해찬-박지원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인들이 우리 당에 안 보인다는 거예요."

이제는 '새 정치'의 완전한 모습 보여줄 타이밍

저는 이 당직자의 말을 듣고 한숨이 났습니다. 기실 지난 총선에 임박해 민주당은 혁신과 통합, 한국노총 등과 함께 민주통합당으로 변신했습니다.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겠노라 선언하면서 입당한 시민사회 인사들이 꽤 됩니다. 밖에서 정당불신과 정치개혁을 주장했던 인사들이 입당했으니 민주통합당의 정치는 굉장히 개혁적이고 투명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요.

한데, 채 6개월 만에 이 당을 끌어갈 미래 세력이 안 보인다면, 도대체 혁신과 통합을 통해 입당한 시민사회 정치인들과 노동을 대변하는 한국노총 출신 정치인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요? 이들도 뒤에서 구시렁대면서 '친노와 문재인 탓'만 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 친노 인사는 이런 한탄도 했습니다. 들어보시지요.

"지금 당에 후보 말고 뛰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 정수장학회, NLL 도처에 싸울 게 널렸는데 전부 남 탓만 하고 있다. 친노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어서 그동안 당내에서 뒷짐 지고 구경만 했다면 이제는 전면에 서라."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23일자 <한겨레> 칼럼을 통해 "민주당의 혁신은 이른바 친노 프레임을 벗어던지는 것"이라며 "친노 프레임으로 불리는 현재의 당내 질서가 민주당 혁신, 야권 연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역설적이게도 친노 프레임을 극복해야 노무현 정신과 가치를 온전하게 구현할 수 있다"며 "먼저, 이해찬-박지원 체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박 체제는 한계를 드러냈다"며 "두 대표의 퇴진 여부가 민주당이 혁신할 것인지 이대로 버틸 것인지를 판별하는 시금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민주당의 구심이 된 문재인 후보의 리더십을 살릴 필요조건"이라고 지적했지요.

그는 "문 후보가 노무현 시대의 잘잘못을 털고 가야 한다"며 "참여정부가 서민들의 삶을 바꿔놓지 못한 책임을 통렬하게 반성하고, 다음 정부가 '노무현 정부 제2기'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문 후보가 정치적 아버지인 노무현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혹자는 친노 9인의 퇴장이 곧 민주당 혁신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물론 정치에서 세력이 바뀌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바뀐 세력이 얼마나 더 잘 하느냐입니다. 세력은 바뀌었는데 정치의 내용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면 그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민주당 사람들은 민주당에 좋은 정치인들이 정말 많다고들 합니다. 그 좋은 정치인들이 이제는 민주당 혁신과 정치개혁을 위해 운동화 끈을 바짝 매고 그야말로 '새 정치'의 완전한 모습을 보여줄 타이밍이 아닐까요? 그 시대가 열린다면 정연순 대변인이 더 이상은 "후보의 문제와 조직의 문제는 다르다"고 일갈하지 않겠지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문재인, #이해찬, #박지원, #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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