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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자 지명 전당대회에서 5명의 후보들이 새누리당의 대선승리를 다짐하며 핸드프린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문수, 안상수, 김태호, 박근혜, 임태희 후보.
2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자 지명 전당대회에서 5명의 후보들이 새누리당의 대선승리를 다짐하며 핸드프린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문수, 안상수, 김태호, 박근혜, 임태희 후보. ⓒ 남소연

질 게 뻔한 싸움을 끝까지 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비박근혜 후보 4명이 질 줄 알면서도 경선을 완주한 것은 이번 경선판에서 나름의 손익계산서 써 보고 손해보단 이득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등은 박근혜'라는 사실은 분명했기에, '2위는 누굴까'가 이번 경선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였다. 이번 경선의 2등이 중요한 건, 2017년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누가 될까 하마평이 시작될 때 우선 거론될 자격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2위 후보가 선전을 한 경우에 국한된다. 2·3·4·5위 후보를 합쳐 16%밖에 얻지 못한 이번 경선에선 2위 후보가 2017년 대선 후보로 거론되기도 힘들다.

2위를 했지만 8.7% 득표에 그친 김문수 후보는 득표보다는 이번 경선에서의 활동 내용에 의미를 둬야 하는 상황이다.

경선에 대한 보도는 모든 후보에 대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 보도할 수밖에 없기에 박근혜 후보뿐 아니라 김문수 후보의 발언에도 상당한 비중이 할애됐고, 김 후보는 이 '미디어 발언대'를 최대한 활용했다.

김문수 후보는 경선 기간 내내 1위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김 후보는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며 유신의 퍼스트 레이디였다는 점을 공격하면서도 자신은 서민의 아들이며 유신에 맞선 민주화 투사였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켰다.

김문수 후보는 경선판을 이용해 자신이 경기도지사로 이룬 업적을 홍보하는 한편, 자신이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운동권 출신 새누리당 도지사'에 대한 전통적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의심을 떨쳐버리는 데에도 힘썼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가 경선판을 활용해 박근혜 후보를 매섭게 평가한 일은 향후 김 후보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김 후보의 박근혜 비판은 '예방주사'로 당 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향후 김 후보의 당 내 지지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면, 김문수 후보의 박근혜 공격은 당원들에게 '해당행위'로 각인돼 경기도지사 퇴임 뒤 김 후보의 차기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김태호의 중앙정치 데뷔... 친이명박계의 종말 공식화

'낡은 정치의 세대교체'를 들고 나온 김태호 후보는 3위지만, 3.2% 밖에 득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경선은 젊은 김태호 후보에게는 본격적인 중앙정치 무대의 시작점의 의미가 있다.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태호 후보는 중앙정치 데뷔에 한 번 실패한 바 있다. 최연소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관계 때문에 낙마했던 것. 국회의원 선거에서 두 번 당선한 뒤에도 비교적 활동이 적었던 김태호 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총리직 낙마 후유증을 덜어냈다. 

전통적인 친이계·친박계의 범주에 들지 않는 김태호 후보는 대선 뒤에도 세대교체론을 통해 당 내 쇄신·개혁성향 의원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태희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2.6%밖에 득표하지 못하며 4위를 한 것은 4·11 총선 공천에서 본격화된 친이명박계의 몰락이 이번 경선에서 공식확인된 것으로 평가된다. 임 후보는 이명박 정권에서 청와대 대통령실장, 고용노동부장관 등을 지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었던 임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단지 2.6% 밖에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새누리당 당원 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명박계에 호감을 가진 이들의 숫자가 얼마 남지 않았고 정치적으로도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꼴찌로 1.6%를 득표한 안상수 후보의 경우엔 이번 경선에서 뭘 얻어냈는지 불명확하다. 그러나 전국 각지를 돌며 진행된 합동연설회에서 재미있는 연설 내용으로 '새누리당의 입담꾼'으로 각인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 후보는 후보자 지명 전당대회에서 "대선에 경선 후보로 나서서 완주하는 게 꿈이었다"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비박#김문수#김태호#임태희#안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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