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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9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었다. 몇 년간 벼르다 그만두었지만 막상 그만두고 나서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고, 퇴사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초조하게 시간만 보내고 있을 때 후배가 인도, 네팔로 배낭여행을 함께 가자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여행을 갔다 와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아서 결정을 못하고 있던 차에 들어온 제안이었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함께 가기로 했다.

가겠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이 나이(57살)에 배낭여행을 간다는 게 겁이 났다. 하지만 지금 가지 않으면 점점 힘들어지겠다는 마음에 용기를 냈다. 해외여행을 처음 가는데 후배와 함께 떠났다가 함께 돌아오는 게 아니라는 게 또 겁이 났다. 후배는 두 달 계획으로 여행을 준비했기 때문에 나보다 먼저 떠났다가 인도에서 나를 만나 여행을 한 후 나는 서울로 돌아오고 후배는 인도에 남아 더 여행을 할 계획이었다.

지하철을 갈아타는 것도 아니고 비행기를 갈아타고 인도까지 가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고, 가이드 책에는 인도에서는 소매치기와 여성의 경우에 성추행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저것 걱정이 되었지만 이미 약속을 했으니 모든 근심걱정을 즐거움으로 전환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델리공항에서 무사히 후배를 만나 델리 역까지 지하철로 움직였는데 서울 지하철과 별로 다른 점이 없었다. 그런데 델리 역에 내리자마자 그 생각은 바로 반전되었다.

날씨는 후끈했고, 여기저기 땅바닥에 깡마른 모습으로 아무렇게나 누워있는 노숙자들, 꼬질꼬질한 손을 내밀면서 돈을 달라고 따라오는 아이들, 택시, 오토 릭샤, 사이클 릭샤가  울려대는 크락션 소리에 멘붕, 그리고 아무 곳에서나 볼일을 보고 있는지 소변냄새로 숨을 쉬기 어려웠다. 숙소까지는 릭샤를 타야 했는데 릭샤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인도 여행 내내 느낀 점이지만 인도에서는 모든 값이 부르는 게 값이었다. 부르는 값을 그냥 지불하자니 너무 차이가 컸고, 그때마다 흥정을 하자니 짜증스러웠다.

우리는 하루에 10시간에서 30시간 이상씩 버스 아니면 기차로 이동 했다. 최소한의 여행경비를 가지고 출발했기 때문에 기차, 버스 모두 저렴한 것들을 이용했다. 버스는 이동 중 매번 펑크가 났다. 한 번 펑크가 나면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에 한 시간 이상 걸렸다.

그리고 기차는 에어컨 설치가 안 된 기차를 이용했기 때문에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달렸다. 모래 먼지가 침대에 수북하게 쌓일 정도이고, 통로에는 발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빽빽하게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어린 아이들이 오줌을 싸고, 오바이트를 한 바닥에서 지친 엄마들은 그냥 누워 잠을 잤다. 잠자는 엄마들은 손가락 발가락을 반지, 팔찌 등으로 장식하고 있었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엄마들의 모습이었다.

아무튼 후배와 나는 한 달간의 인도 네팔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캘커타 공항에서 헤어졌다. 더운 날씨에 열악한 숙소, 불편한 교통수단, 울려대는 경적소리, 바가지요금 등으로 힘이 들었다. 힘이 들 때마다 난 마음속으로 앞으로 이 시간들을 그리워 할 날들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즐기려고 애를 썼다. 여행 내내 즐겼다고 생각했는데 두 달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즐길 수 있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여행 중 후배는 나에게 앞으로는 혼자서도 가이드 책 하나 들고 배낭여행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때는 당치도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혼자서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생기고 있다. 이번 여행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지만 가장 큰 수확이라면 이제 해외여행을 혼자서도 갈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한다.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하는 여행도 좋지만 가끔은 혼자서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용기를 내서 혼자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설렌다. 인도 사람들은 항상 "노 프라블럼"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았다. 앞으로 나의 해외여행도 노 프라블럼!

덧붙이는 글 | '여행사연 쓰고 공정여행 가자!' 응모 글



태그:#여행기사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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