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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너무나 작고 초라했다.난 이 작은세상에서 그토록 
아웅다웅 살고 있었던가?
▲ 인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세상 은 너무나 작고 초라했다.난 이 작은세상에서 그토록 아웅다웅 살고 있었던가?
ⓒ 안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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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바람을 맞으러 쏘다니던 유년시절의 기억이있다. 그때 난 가만히 눈을 감고 바람을 맞고 있노라면 하늘을 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그곳은 시공을 초월한 가상공간으로 난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곳은 이미 그곳이 아니였고 난 내가 아니였다.

미지에 대한 동경, 낯선 세계에 대한 갈망이었나 보다. 그렇게 꿈꾸던 그 갈망은 해외여행 으로 이어졌고 지독한 갈증같은 그것은 자주날 끌어당겼다. 방랑병이 한참 도질 무렵의 어느 여름날 밤, 꿈 속의 계시는 바로 '인도로 가라'였다. 잠을 잔 것도 안 잔 것도 아니었던 몽롱한 그 꿈속의 그분이 던진 화두는 인도였고 난 운명의 이끌림처럼 지난 2008년 인도로 가는 비행기에 황급히 몸을 맡겼다.

#2

인도의 수도 델리는 우리가 상상했던 그 이상으로 더웠고 더위에 심하게 약한 우리 남매는델리가 뿜어대는  엄청난 더위에 점점 지쳐가고 있다. 여행자 거리인 빠하르간즈에 숙소를 잡고 동네구경을 나가본다.

수많은 자동차와 릭샤들이 뿜어대는 지독한 매연때문에 눈도 목도아프다.덥기는 또 왜이렇게 더운지 서울의 더위와는 게임이 안될정도로 덥고 냉방시설도 되어있지 않아서 도데체가  더위로 지친 몸을 식힐곳이 없다.

온갖 쓰레기 더미가 잔뜩 쌓여있는 더러운 거리 사이에 덩치 큰 소들은 아무렇게나 있으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댔다. 또 어디서 몰려왔는지 커다란 배낭을 맨 세계각국의 여행자들은 그렇게 빠하르간지로 몰려온다. 여행자들을 위한 생필품과 인도 관광품을 파는 상점들이 형형색색으로 빽빽이 들어서있는 좁은 빠하르간지는 더위와 매연으로 뒤엉켜져 북적북적거리고 있었다.

델리의 명물이자 최고 관광지인 인디아게이트에서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인도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수백 장의 사진을 찍어댄 탓에 입가에 근육은 점점 굳어져갔고 땀을 비오듯 흘려 거의 탈진상태가 되어버린 우리. 우리는 냉방시설이 있는 지하철을 타고 묻지마 관광을 하기로 결심한다.

지하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다 현지인인 인도인들 뿐이었고 외국인은 오로지 우리 두사람뿐. 더위 탓에 최소한의 옷만을 걸친 시원한 옷차림의 외국사람은 그들에겐 당연히 화제가 됐고, 그곳에서 우리는 델리대학을 다니는 '인도의 미래' 훈남청년 스무살 아비지트를 만났다. 자청해서 델리대학 관광 가이드로 나선 그는 수줍지만 친절한 총각이었다. 아비지트는 자신의 집으로 저녁 초대까지 해줬고, 우리는 그 덕분에 난생처음 인도 가정식 백반을 먹는 행운을 잡게 된다. 탈리와 로띠 감자볶음으로 이루어진 소탈한 밥상이었지만 행복하고 기분좋은 저녁식사였다.

천국 같은 곳 다람살라

이곳을 걷노라면 세상만사 고민거리 근심걱정은 다 우주밖으로 사라져버리고 세상이 그냥 막 아름답고 마음이 한없이 착해지는 경험을 하게된다.
▲ 이곳이 바로 코라 길이다. 이곳을 걷노라면 세상만사 고민거리 근심걱정은 다 우주밖으로 사라져버리고 세상이 그냥 막 아름답고 마음이 한없이 착해지는 경험을 하게된다.
ⓒ 안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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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행책자에서 티벳 정부가 있다는 다람살라(맥그로드간즈)를 발견하고 '이곳이다'를 외쳤다. 더위에 지치고 매연과 더러움에 지친 우리에게 황금같은 휴식과 평온함을 안겨줄 고마운 그곳은 바로 맥글로드간즈였다. 버스는 밤새도록 12시간을 달렸다.

굽이굽이 꺽어지는 산길을 오르고 또 올라 도착한 곳이 바로 다람살라. 델리에서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온 우리였다. 그러나 이곳은 델리와는 전혀 다른세계 천국! 바로 그것이다. 살인적인 무더위도, 더러운 쓰레기더미와 목과 눈을 괴롭히던 매연도, 자동차와 릭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로 넘쳐나던 복잡함도 없다. 그저 조용한 시골마을과도 같이 평온하고 또 고요하다.

첫눈에 반한 이곳 그냥 우리네 시골 마을같은 이곳이 왜 좋았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말은 없다. 좋아하는데 무슨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리... 그냥 이곳이 좋다. 이곳의 모든 게 좋다. 달라이라마가 계시니까 좋고 한국인의 외모를 쏙빼닮은 순수한 티베트인의 마을이라 좋고 히말라야 설산이 보여서 좋고 공기가 좋아서 좋고... 그중에서 가장 좋은 건 코라. 코라는 남걀사원 주위를 도는 행위다. 나는 이때 걸은 길을 참 좋아한다. 이 코라 길을 걷고 있으면 세상만사 고민거리, 근심 걱정을 모든 걱정은 모두 우주 밖으로 사라진다.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마음이 한없이 착해지는 듯.

우리는 이곳을 하루에 두번씩 갔다.
티베트인들의 가슴아픈 오체투지 때문에 자꾸만 우리를 눈물나게 했던곳
▲ 다람살라 남걀사원 우리는 이곳을 하루에 두번씩 갔다. 티베트인들의 가슴아픈 오체투지 때문에 자꾸만 우리를 눈물나게 했던곳
ⓒ 안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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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람살라만의 철저한 이중생활을 즐긴다. 아침에는 템플에가서 기도도하고 마니차를 돌리며 참선을 하거나 도서관에가서 독서를 하거나 다운 다람살라 시장 구경을 하기도 하고, 박수나트쪽으로 원정 산책을 하기도 하고 트리운드 트래킹을 하는 등 다양하면서 건전한(?) 배낭여행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어둠이 깔리고 밤이 찾아오면 여행자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편안한 현지인들의 삶 속에 뛰어 들어 간다.

현지인들 바(bar)에가서 현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그들만의 특별한 축제에 초대받기도 한다. 악세사리 가게를 하는 인도 아저씨 라뮈시의 생일파티에 초대받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야채를 파는 인도 부부의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기도 했고 티베트인 롭상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기도하는 등 엄청 유명인사가 된 우리다.

그중에서도 토요일마다 열리는 댄스파티는 현지인들의 작은 축제다. 티베트인들이 거의 대부분인 댄스파티는 그들의 일주일 동안에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고마운 파티다. 우리가 경험했던 가장 특별했던 축제 중 하나는 '미스 티벳'이었는데 산골 마을 같은 동네에서 하는 축제치고는 꽤나 규모가 있는 재미있던 대회였다.

여행에서 만난 수많은 여행친구... 행복했다

오다가다 스친 인연또한 소중한 거라며 반갑게 맞아주고 여행의기억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언어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소중한 나의 외국인 친구들
▲ 다람살라에서 만난 티베트인과의 파티 오다가다 스친 인연또한 소중한 거라며 반갑게 맞아주고 여행의기억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언어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소중한 나의 외국인 친구들
ⓒ 안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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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행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것은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만나느냐라고 한다. 똑같은 나라 같은 경치임에도 불구하고 누구와 함께 그것을 보고 느꼈냐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내가 인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현지인인 인도인들 그리고 다람살라 망명정부에서 만난 티베트인들, 그리고 인도 길에서 만난 여행친구들, 그들이 있었기에  난 더럽고 호시탐탐 사기꾼들이 득실거리는 인도에서 더러움과 불쾌함을 잊을수 있었다. 또한 무거운 배낭을 메고 땀을 뻘뻘 흘리고 지나갈 때 손 내밀어 주는 그들 덕분에 외롭지 않을수 있었으며 잠 안 오는 긴긴 밤 한잔술이 생각날 때 술잔을 함께 들어줬던 그들이 있었기에 난 행복할수 있었다.

길위에서 만나 길위에서 헤어졌던 당신들이여! 진정으로 고마웠다. 그리고 가끔은 당신들이 보고 싶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여행 사연쓰고, 공정여행 가자' 공모 기사입니다.



태그:#공정여행, #인도여행, #델리(빠하르간지), #다람살라(맥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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