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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구 지하철 2호선 용산역 근처에 있는 대구학생문화센터에 학교폭력예방 연극을 본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 1000명이 넘는 학생이 좁은 지하철역 안에 한꺼번에 들어오자 정상적인 사람도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인데 몸이 불편하신 장애인 분들은 더욱 더 이동하기 힘들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내린 한 장애인 아저씨가 갑자기 늘어난 학생들로 인해 당황하여 어찌할 줄 몰라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나는 당연히 학교선생님들이 그분을 도와주실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들도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인지 어찌할 줄 몰라 하시고 계셨습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보면 고민하지 말고 도와주어라. 그분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인데 다만 몸이 불편한 것뿐이다."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그토록 교육시킨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런 선생님들마저 도와드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소심한 성격의 저는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고민 끝에 내려진 결론은 '도와주자'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방법으로 말을 걸고 또 어떤 방법으로 도와주어야 할지 몰라 자신감이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장애인 아저씨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 아저씨, 제가 도와드릴까요?"
"아, 저기 엘리베이터 앞까지 좀 가도."
"네, 저쪽 엘리베이터요?"
"그래, 고맙데이."

저는 아저씨가 부탁하신 대로 지상과 연결되어 있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휠체어를 끌고 갔습니다. "그래, 고맙데이" 하고 아저씨가 웃으면서 제가 말씀하셨을 때 왠지 모를 뿌듯함과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을 도와주고 '고맙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이렇게 뿌듯한 일인지는 몰랐습니다. 다시 나는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때 선생님이 저를 부르셨습니다. 저는 '제 마음대로 자리를 이탈하여 혼이라도 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먼저 앞섰습니다.

"태영아."
"네…."
"선생님도 망설이고 있었던 것인데 네가 먼저 하는 거 보고 놀랐다."
"아니… 뭐…."
"아무튼 잘했다. 자리에 돌아가서 기다려라."

'고맙다' '잘했다' 힘도 들이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말을 들어도 되는 것일까요? '작은 일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진실이었습니다.


태그:#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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