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신: 9일 오후 7시 45분]"희망이 승리한다." 구속 87일만에 보석 출소한 '희망버스' 송경동(시인)·정진우(진보신당 비정규직실장)씨는 부산구치소를 나오면서 이렇게 외쳤다. 송·정씨는 9일 오후 5시경 구치소를 나왔다.
이날 오전 보석 결정이 내려졌지만, 보석금 납부 절차 때문에 출소가 계속 늦춰졌다. 한진중공업 노동자와 민주노총 부산본부 노동자, 시민 등 20여 명이 이날 오후 3시부터 구치소 앞에 모여 이들이 출소하기만을 기다렸다.
정진우씨는 "보석 소식을 듣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보내준 편지를 읽으면서 언젠간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오늘과 같이 될 것이라 생각도 못했다"면서 "재판을 받기 전 수많은 희망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지만, 법정에 섰을 때 가슴이 막막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구속됐을 때 검찰에서 희망버스의 비디오를 틀어 주었는데, 검찰은 참가자들을 폭도로 매도했고, 원시시대로 돌아간 거 아니냐고 했다. 마음이 상했다"면서 "사법부가 우리들의 심정으로, 선입관을 가지지 않고 양심어린 행동을 찾는 사람과 그런 의미를 고민하고 되새기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사실 마음이 무겁다. 최근 서울시장과 불교계가 용산 철거민 구속자의 석방을 청와대에 건의했다고 한다. 그런 분들을 남기고 나와서 이렇게 환대를 받으니 마음이 무겁다"면서 "유성기업을 비롯해 많은 노동자들이 감옥에 있는데, 말도 안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진우씨는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이 감옥으로 가게 된 현실을 국민들이 알게 된 것이 다행이라 본다"며 "프랑스 유학생과 경기도 주부가 편지를 보내왔는데 고맙다. 다시 정당한 투쟁에 희망을 찾아서 함께 하기를 바란다. 많은 분들의 마음을 가슴에 크게 새겨서 희망을 만드는 정진우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송경동 시인은 "반갑고 고맙다. 밖에서 마음을 써주시는 분들의 힘으로 나오게 됐다"면서 "어제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편지와 시를 쓰다가 새벽 3시경 잠이 들었는데, 다 쓰지 못하고 갖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참사 수감자들은 말도 안 되는 사법살인이다. 절박한 심정으로 살기 위해 망루에 올라간 사람들이다. 철거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재능교육 노동자들은 오는 28일이면 1500일째 투쟁이다. 그날에 맞추어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아 시를 쓰다가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송 시인은 "희망을 바라는 사회적 열망과 꿈을 가둬 놓았다. 저도 나와서 어떤 일이든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지난해 희망버스 이후 우리 사회가 조금 변한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은 보수 정당까지 비정규직 관련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오는 15일이면 쌍용자동차 투쟁 1000일이 된다. '희망 뚜벅이'가 모여 쌍차 해고자들과 함께 해야 한다"면서 "지난해 희망버스로 100% 충분하지 못했지만,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연대의 힘으로 김진숙 선배가 안전하게 내려오고, 승리할 수 있었다고 본다. 쌍차에 희망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수 부대표(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위)는 "김진숙 위원까지 포함해서 95명의 동지들을 살려내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려내자고 했던 사람들을 감방에 가두었다. 이상한 나라다"면서 "두 동지가 고맙고, 희망버스와 함께 하자"고 말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애초에 무리한 구속·기소였다. 자기 발로 경찰에 갔다"면서 "희망버스로 한진중공업 사태를 해결하고, 한진중공업도 고소취하를 했다. 그런데 검찰은 희망버스를 정치적 부담에서 기소한 것이다. 제2의 희망버스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본래 사건이 안 되는데 구속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었는데 구속했다"면서 "재판할 때 법정에 가보기도 했는데, 시간 낭비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석방되어 다행이다"고, 김영희 진보신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모든 분들이 희망을 갖고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송경동 시인의 부인 박수정씨가 나와 남편과 3개월여만에 포옹을 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두 사람이 나오기 전에 민중가요 '동지가'를 부르기도 했다. 부산지역 노동자와 시민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네 차례 구치소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기도 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두부를 사와 두 사람한테 전달해 먹도록 했고,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대의원대회를 열었는데, 두 사람은 출소 뒤 식사자리에서 인사하기 위해 이동했다.
[2신 : 9일 오후 3시 5분]송경동·정진우 석방 소식에 환영 인파 구치소 앞으로 속속 모여송경동·정진우씨가 석방될 부산구치소 앞에는 9일 오후 들어 이들을 환영하는 인파가 서서히 모이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비롯한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합원 등 20여 명이 구치소 앞에 모여있고, 이들은 '희망을 절망으로 바꾼 우리는 승리한다', '송경동-정진우 보석을 환영한다'고 씌어진 현수막을 들고 있다.
박성호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철회 투쟁위원회 회장은 "투쟁 과정에서 구속자가 생겨서 마음 아팠는데 이번에 두 동지가 보석으로 나와 기쁘다"며 "어제(8일) 공판에서도 송경동 시인이 모두 진술할 때 분위기가 숙연했다"고 밝혔다.
도경정 해고노동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도 "그동안 희망버스 투쟁으로 해고자들을 가족들 품으로 보내준 분들이 고마웠는데, 이번에 나오게 됐다"고 기쁨을 표시했다.
두 사람은 보증금 2000만 원 납입 조건으로 석방 절차를 밟고 있는데, 구치소 측은 "검찰의 석방지시서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서류가 나오는 대로 바로 출소하도록 모든 준비를 해놓았다"고 밝혔다.
[1신 : 9일 오후 1시 15분]'희망버스' 송경동·정진우, 3개월 만에 석방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이유로 부산구치소에 구속수감돼 있던 송경동 시인과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직실장이 9일 오후 보석으로 석방된다. 구속 3개월 만이다.
희망버스 기획단 이창근 실장은 "오늘(9일) 송경동 시인과 정진우 실장에 대한 보석이 결정돼 오후 3~4시경 부산구치소에서 출소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지법 형사합의 6부(김동윤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보증금 2000만 원 납입과 주거지 거주 등을 조건으로 두 사람에 대한 보석을 허가했다.
두 사람의 변호를 맡고 있는 조영선 변호사는 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1월 말에 보석신청을 해서 오늘 허가를 받았다"면서 "송경동 시인은 현재 목디스크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고, 기륭전자 농성 현장에서 굴착기에서 떨어지면서 발뒤꿈치에 핀을 10여 개 정도 박아놓은 상황이라 이 역시 수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조 변호사는 "애초에 구속될 만한 사안은 아니었고 희망버스가 갖는 사회적인 의미들이 있기 때문에 재판부에서 이를 고려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송경동 시인과 정진우 실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한편, 희망버스 변호인단은 지난 7일 두 사람에게 적용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야간시위 금지, 해산명령 불응죄, 형법의 일반교통방해죄가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