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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과 텃밭사이의 풀숲은 곤충들에게 삶의 터전이기도 하며 작물피해도 줄인다. 곤충채집에 나선 어린이들.
 텃밭과 텃밭사이의 풀숲은 곤충들에게 삶의 터전이기도 하며 작물피해도 줄인다. 곤충채집에 나선 어린이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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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색 승합차에서 내린 아이들이 달려옵니다. 생태텃밭수업을 하는 어린이집의 아이들에게 텃밭은 놀이터이며, 책이나 TV에서나 봤던 곤충과 들풀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는 살아있는 자연교실이기도 합니다.

지난 봄, 큰 농사를 짓는 밭의 한 귀퉁이 20평 정도를 임대해서 아이들과 함께 친환경텃밭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근처에서 농사짓는 어른들은 비닐도 안 깔고 풀약(제초제)도 안 쓰면서 무슨 농사를 짓느냐는 얼굴이지만 아이들의 농사짓는 모습은 귀여웠던지 머리도 쓰다듬고 칭찬도 해줍니다.

관행농법(화학비료와 농약사용)으로 농사를 짓는 곳에서 생태텃밭수업을 하다보면 늘상 듣는 말이 있습니다. 풀을 방치하면 풀씨앗이 날리고, 벌레들이 많이 생겨서 다른밭에 피해를 준다는 것입니다.

풀씨앗이 바람에 날리는 것은 맞지만 벌레들이 피해를 준다는 말은 틀립니다. 화학농약이 뿌려진 밭에서는 벌레들이 살 수가 없기 때문에 농약이 없는 밭으로 피신해 옵니다. 벌레중에는 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도 있지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만큼은 남겨줍니다. 또한 먹이사슬에 의한 자연방제도 되기 때문에 사람이 작은 관용을 베풀면 서로 공생할 수 있습니다.

ⓒ 오창균

"텃밭선생님, 오늘은 뭐해요?"
"텃밭의 곤충들을 찾아보고 관찰한 다음에 다시 살려보낼 거야. 절대로 죽이면 안 된다."


처음 텃밭에 왔을 때 아이들은 작은 곤충을 보면 겁을 먹고 도망가거나 당황해서 발로 밟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곤충이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해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차츰 알게 되면서 곤충을 다치지 않게 손으로 잡는 법도 익히고, 관찰을 하면서 어느새 친숙하게 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집에 가져가서 키우고 싶다고도 하지만 곤충은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다시 놓아줍니다.

양파망으로 얼기설기 만든 채집막대를 든 아이들과 텃밭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여기저기서 메뚜기, 무당벌레, 노린재, 잠자리가 놀라서 도망치지만 텃밭과 풀숲을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발 아래에서는 작은 청개구리도 뜁니다. 흙을 조금씩 걷어내자 놀란 땅강아지가 숨을 곳을 찾아 재빠르게 흙속에 몸을 숨기기도 하고, 갓난 애벌레가 꿈틀거리며 잠을 깨더니 죽은척 움직이지 않는 꾀를 냅니다. 배추 속을 뒤지던 아이들 손에 배추벌레 몇 마리가 잡혀오기도 했습니다.

채집한 곤충을 보고 있는 아이들
 채집한 곤충을 보고 있는 아이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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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뚜기의 이름은 뭘까? 지난번에도 했었는데."
"벼메뚜기요."
"이것은 줄베짱이야. 손으로 다리를 잡으면 끊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몸통을 잡아야 한다."


곤충채집통에서 한마리씩 꺼내 이름맞추기를 하고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관찰도 합니다. 하지만, 텃밭과 풀숲으로 돌려 보내줄 때가 되었다고 하자, 아이들한테서 아쉬운 탄성도 들려옵니다. 작물에 피해를 주는 곤충은 할 수 없이 텃밭이 아닌 근처 풀숲으로 보낸 후에, 아이들을 태우고 멀어지는 노랑색 승합차에 곤충그림을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태그:#텃밭, #곤충, #메뚜기, #어린이집, #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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