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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작물을 돌보고 곤충도 찾아보는 어린이들
 텃밭에서 작물을 돌보고 곤충도 찾아보는 어린이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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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해서 밭에 못 오겠어요. 다른 밭들은 깨끗한데 우리밭만 풀밭이네....,"

텃밭 수업을 하는 어린이집의 원장이 풀밭(?)을 보면서 한숨 섞인 투정을 한다. 무릅까지 올라온 벼과 식물인 바랭이풀을 보면서 나는 내심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주변의 다른 큰 밭에는 진작에 검정비닐을 씌운터라 풀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텃밭수업을 시작할 때에 아이들이 먹을 것인데 친환경농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던 원장이지만 비닐을 쓰지 않고 풀과 함께 작물을 키운다는 것에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알아서 하라고 했지만 막상 풀밭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이다.

아이들은 텃밭에 들어오자 무당벌레를 찾겠다며 이리저리 풀숲을 헤치기 시작했다.  뭔가 펄쩍 뛰어 오르자 아이들은 '와아~' 하는 환호성을 지른다.아직은 풀과 같은 보호색을 띠고 있는 새끼 여치였다. 여린 사마귀 새끼도 아이들 손바닥에 올려졌다. 짝짓기 하는 노린재도 보이고 딱정벌레도 풀밭에서 쉬고 있다.

"눈으로만 보고 다시 놓아줍니다. 살아있는 것들은 절대로 죽여서는 안됩니다. 알았죠?"
"네에~"

검정비닐을 덮거나 제초제를 살포해서 풀을 제거하기도 한다. 검정비닐을 씨운 밭주변의 풀들이 제초제에 죽었다.
 검정비닐을 덮거나 제초제를 살포해서 풀을 제거하기도 한다. 검정비닐을 씨운 밭주변의 풀들이 제초제에 죽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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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은 그제서야 풀을 키운 이유를 알겠다면서도 이렇게 두면 작물이 제대로 자라겠냐며 농사도 모르면서 무슨 교육을 하느냐며 밭주인이 한심하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풀 한포기 자라는 것도 못 보겠다는 듯이 밭 주인은 제초제를 밭주변에 뿌리기도 했었다.해마다 이맘 때면 텃밭에서 겪는 일이라 별일도 아니지만, 처음으로 생태텃밭수업을 하는 어린이집으로서는 임대한 텃밭주인의 눈치를 안 볼 수도 없다.

각자의 농사방법이 다름을 인정하면 별일도 아닌데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는 식의 주장에는 그저 웃음으로 넘기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졌다. 사람이 키우는 작물은 같은 조건에서는 절대로 자연의 풀을 이길 수가 없다. 때문에 유기농업에서도 검정비닐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으며 관행농업에서는 여전히 맹독성 농약을 사용하고 있다.

작물주변의 풀은 성장에 방해가 되므로 뽑아주고 고랑사이에는 풀을 키워서 곤충도 살게하고 자라난 풀은 베어서 흙위에 덮어주면 거름도 되고 풀도 억제한다. 고추 사이에 고구마를 심어서 풀을 억제하고 밭을 효율적으로도 이용한다.
 작물주변의 풀은 성장에 방해가 되므로 뽑아주고 고랑사이에는 풀을 키워서 곤충도 살게하고 자라난 풀은 베어서 흙위에 덮어주면 거름도 되고 풀도 억제한다. 고추 사이에 고구마를 심어서 풀을 억제하고 밭을 효율적으로도 이용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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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 땅이 축축히 젖었을 때 풀은 뿌리째 쉽게 뽑힌다. 작물 주변의 풀은 뿌리째 뽑아서 성장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고 바로 그 위에 덮어준다. 고랑과 두둑 가장자리의 풀은 계속 자라게 하면서 베어낸 풀을 흙 위에 덮어주면 거름이 되기도 하고, 검정비닐처럼 햇볕을 차단해 풀의 성장을 억제하기도 한다.

풀과 함께 신문지를 이용한 방법으로 이때쯤부터 무섭게 올라오는 풀을 차단해보기로 했다. 접힌 신문지의 가운데를 가위로 반 정도 잘라서 작물 위로 덮으면서 가운데의 잘라진 틈 사이로 고구마 줄기를 밖으로 꺼내주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흙을 귀퉁이에 한 줌씩 올려줬다. 아이들도 가르쳐준 대로 따라하면서 신문지 덮기에 재미를 붙였는지 먼저 하겠다며 다툰다.

신문지를 덮어서 풀이 잘 자라지 못하게 하는 동안에 작물이 성장하면 풀과 경쟁하면서 자라게 된다. 고구마를 신문지로 덮었다.
 신문지를 덮어서 풀이 잘 자라지 못하게 하는 동안에 작물이 성장하면 풀과 경쟁하면서 자라게 된다. 고구마를 신문지로 덮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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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일후의 텃밭, 신문지를 덥은 고구마주변으로는 풀이 자라지 못했다.
 2주일후의 텃밭, 신문지를 덥은 고구마주변으로는 풀이 자라지 못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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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일 후, 텃밭에 나가 보니 고랑에는 그새 무릎까지 풀이 자라나 있었지만, 신문지가 덮인 작물 주변에는 풀들이 별로 없었다. 굵은 장맛비에 신문이 찢어지기도 했지만 검정비닐 대신에 신문지를 사용하면 생산비 절감뿐 아니라 비닐을 다시 걷어내야 할 필요도 없다. 신문지는 흙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며 공기와 물은 그대로 땅속으로 보내주기 때문에 흙과 작물이 숨을 쉰다.

풀을 먼저 덮고 그 위에 신문지를 몇 겹으로 덮어주는 방법도 있으며 작물의 모종을 먼저 심거나 본잎이 올라올 때쯤에 신문지를 덮어주는 방법도 있다. 서로 농사법의 가치관이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도 농사를 잘 짓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텃밭에서 배워가고 있다.


태그:#검정비닐, #신문, #제초제, #풀밭,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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