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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다섯 번째 이야기는 교육 강국 핀란드에 관한 이야기다. 인구 530만 명의 핀란드는 수준 높은 복지와 교육제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핀란드는 1960년대부터 40년 동안 꾸준히 '누구에게나 질 좋은 교육을'이라는 목표를 실현시켜 왔다. 그 결과는 2000년부터 국제학력평가시스템(PISA) 4번 연속 최상위권 기록으로 나타났다. 경쟁과 획일적인 시험이 거의 없지만,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핀란드. 그들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복지제도와 삶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편집자말]
 핀란드의 에스포시 타흐티엔종합학교 학생들의 모습. 아이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웃음이 넘쳤다.
 핀란드의 에스포시 타흐티엔종합학교 학생들의 모습. 아이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웃음이 넘쳤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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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정훈 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 핀란드편' 특별취재팀

"축하합니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 서쪽에 자리한 에스포시의 타흐티엔종합학교(우리나라의 초등학교+중학교가 합쳐진 곳) 메르야(45) 교장을 만난 것은 8일이었다. 공교롭게도 OECD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PISA)에서 한국과 핀란드가 최상위 그룹에 들었다는 2009년 결과가 발표된 다음 날이었다. 이를 인식한 탓인지 메르야 교장은 한국 PISA 측정결과에 대한 축하 인사를 건네며 취재팀을 맞았다.

타흐티엔종합학교는 20대부터 50대까지의 교사(여 27명, 남 5명)들이 이중언어(영어·핀란드어) 교육과정(163명), 특수교육과정(45명, 보조교사 18명), 일반교육과정(127명)의 3개 영역으로 나누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11년째 이 학교 교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메르야씨는 활달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교장으로서의 권위보다는 자유분방하면서도 분명한 교육 철학을 소유한 인물이었다. 한국의 교사가 근무평정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정말?"이라며 눈을 크게 뜨고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시정협의마저 거부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언급하자 "아이들에게 밥을 구걸하라는 것인가"라며 되묻기도 했다.

작은 회의용 테이블 하나와 3단짜리 책꽂이, 책상과 컴퓨터가 있는 5평 남짓한 소박한 교장실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종합학교 9학년이 3학년 수업을 듣는 이유

 타흐티엔 종합학교의 메르야 교장
 타흐티엔 종합학교의 메르야 교장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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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전에는 교사들하고 학교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이메일을 체크한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개인적인 업무를 하고, 회의와 미팅을 한다. 일반적으로 정해진 교장의 근무시간은 주당 36시간인데, 45시간 정도 근무하는 것 같다. 12월에는 교장 연수도 있고, 행사가 많아서 바쁘다."

- 교직 경력은 얼마나 되며 어떻게 교장이 됐나.
"교사를 5년 정도 하다가 교장 공모에 지원했다. 이 학교에서만 교장으로 11년째 근무중이다. 핀란드에서는 교장 임기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다. 내가 교장이 될 때는 지자체 교육위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지금은 교장 공모를 하면 지자체 교육국에서 심사해 뽑는다. 적성검사와 취미,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 교장에 지원한 동기는?
"교장 자리가 났을 무렵 네덜란드에 있으면서 핀란드 수업을 하는 작은 학교를 운영했다. 당시 에스포 지역에서 교장으로 근무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이 학교에) 교장 공모가 났으니 신청해 보라고 제안을 했다. 지금 교장 업무가 적성에도 맞고 만족스럽다. 지금은 헬싱키대학 박사과정 중이다. 내 연구주제는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 결정 과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 문제아 혹은 부진아들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학생 개인이 어떤 수준인가를 봐서 거기에 맞게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부모와 상담도 중요하다. 국가교육 커리큘럼을 기본으로 하지만, 개인적인 특수성을 철저하게 반영하고 있다. 조금 전에 교실 앞에서 만난 특수교육과정 아이는 종합학교 9학년이지만, 3학년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 이곳은 이주민들이 많이 유입되는 지역이라고 알고 있다(2009년을 기준으로 헬싱키 인근을 중심으로 이주민의 비중은 6.3%에 이른다). 이주민 자녀 교육을 위해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신경 쓰고 있나 .
"전체 학생의 10% 정도가 이주민 자녀들이다. 러시아나 소말리아 등의 이민자 자녀들이 많다. 이 아이들에게는 모국어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핀란드어 수업을 특별수업으로 편성해서 관리하고 있다."

부자에겐 무상급식을 하지 말자고?

"사회경제적 배경에 관계 없이 무상급식을 제공해야 합니다" 핀란드 에스포시에 위치한 타흐티엔 종합학교 메르야 교장은 핀란드의 무상급식은 세계2차 대전 이후부터 진행된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 "사회경제적 배경에 관계 없이 무상급식을 제공해야 합니다" 핀란드 에스포시에 위치한 타흐티엔 종합학교 메르야 교장은 핀란드의 무상급식은 세계2차 대전 이후부터 진행된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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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무상급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부자무상급식 망국론'까지 언급하면서 반대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 핀란드는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무상급식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학교에서 함께 식사예절을 배울 수 있고, 또한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혈당 관리 등 건강관리가 가능해진다.

엄마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부자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한다고 반대할 게 아니라,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내게 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핀란드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가난한 아이들한테만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면 누가 공짜 밥을 먹으려고 하겠나. 구걸하는 걸로 보겠지."

- 지난 6일 한국에서 교감 승진을 원했던 한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교장이 교사의 점수를 매기는 근무평정과 수직적 구조가 원인이었다. 교장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교장은 교사를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다. 교사의 자질을 향상 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장은 교사에게 교과과정 연구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강요할 수는 없다. 교장은 독재자가 아니다."

- 교장의 말을 잘 듣는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 중 당신은 누구를 좋아하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교사는 문제점을 제시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교사다. 충분히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자율성이 있을 때 교사들은 창의력을 발휘한다."

메르야 교장, 한국 PISA 결과 축하한다고 했지만

 타흐티엔종합학교 특수교육과정 학생들이 전담교사와 함께 방과후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타흐티엔종합학교 특수교육과정 학생들이 전담교사와 함께 방과후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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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이후 PISA(피사)에서 핀란드가 연속으로 최상위 성적을 기록함으로써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각국의 방문단으로 인해 헬싱키 주변 지역 학교들은 몸살을 앓을 정도다. 그런 외부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핀란드인들과 교사들은 대체로 PISA 결과로 인해 핀란드 교육이 각광받고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기 보다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며 과도한 칭찬을 조심스러워한다. 나 또한 PISA 결과가 교육의 모든 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그런 통계 결과에 연연해하지도 않는다."

- 만약 핀란드식 평등교육을 접고, 경쟁교육을 도입하는 쪽으로 정책이 바뀐다면 어떻게 하겠나. 
"경쟁교육으로는 가지 않겠다. 경쟁식 교육 방법은 장기적 안목으로 봤을 때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 11년째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어서 그런지, 아까 교실을 돌 때 보니 학생들 이름을 거의 다 외우고 있는 것 같더라. 비결이 있나.
"300명 넘는 아이들 가운데 250명 정도 이름과 얼굴을 안다. 교사들과 회의할 때 반마다 찍어놓은 단체사진을 놓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제일 먼저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 이름을 기억한다. 그리고 나중에 공부 잘하고 모범적인 아이들 이름이 들어온다. 아이들과 교실이나 학교에서 만났을 때 이름을 불러주고 소통을 하면서 기억하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다른 호칭 없이 '메르야'하고 내 이름을 바로 부른다. 그렇게 이름만을 부른다고 해서 교장의 권위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학생들과의 거리를 둔다고 해서 존경심이 생겨나는 건 더욱 아니다. 두려움이나 공포를 통해 학생들에게 진정한 존경심을 갖도록 만들 수는 없다."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핀란드편' 특별취재팀 : 박수원 기자(팀장), 임정훈 시민기자, 윤정현 해외통신원



#유러피언드림#핀란드#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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