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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다섯 번째 이야기는 교육 강국 핀란드에 관한 이야기다. 인구 530만 명의 핀란드는 수준 높은 복지와 교육제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핀란드는 1960년대부터 40년 동안 꾸준히 '누구에게나 질 좋은 교육을'이라는 목표를 실현시켜 왔다. 그 결과는 2000년부터 국제학력평가시스템(PISA) 4번 연속 최상위권 기록으로 나타났다. 경쟁과 획일적인 시험이 거의 없지만,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핀란드. 그들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복지제도와 삶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편집자말>

글 : 윤정현 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 핀란드편' 특별취재팀  

 

핀란드에서 1년 남짓 생활하고 있는 필자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뛰어노는 학생들을 봐야 핀란드 교육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해 왔다. 이곳의 쉬는 시간은 30분 정도이고, 이 시간에 아이들은 모두 교실 밖에 나와 뛰어논다. 교사들은 마음껏 뛰어놀라고 교실문까지 걸어잠근다. 점심시간 이후도 마찬가지다.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 서쪽에 자리한 에스포시의 타흐티엔 종합학교를 찾아간 날(현지시각 8일). 취재팀을 반긴 것은 아이들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쉬는 시간을 이용해 아이들은 눈이 무릎까지 쌓인 운동장에서 저마다 뛰어놀고 있었다. 안전사고를 대비해 형광색 조끼를 입은 교사 두 명도 함께 하고 있었다(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이들은 만약의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었다).

 

워낙에 눈이 많이 내리고 쌓인 탓에 운동장 한 편은 그야말로 아이들의 천국이었다. 2~3m쯤의 높이로 산처럼 쌓인 눈더미에 터널을 파고 연결시켜 드나드는 사내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눈 위를 종횡무진 뛰어다니거나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저희들끼리 깔깔대는 여자 아이들도 있었다. 낯선 이방인의 방문에도 아이들은 낯을 가리거나 어색해하지 않고 먼저 웃음을 지어 보이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함께 사진을 찍자며 몰려들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타흐티엔 종합학교는 20대부터 50대까지의 교사(여 27명, 남 5명)들이 이중언어(영어·핀란드어 사용) 교육과정(163명), 특수교육과정(45명, 보조교사 18명), 일반교육과정(127명)의 3개 영역으로 나누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이다. 메르야 교장의 안내로 살펴본 학교는 아이들의 다양한 교육과정에 맞게 구성돼 있었다. 똑같은 교실은 하나도 없었다. 비슷한 점이 있다면, 교실 문마다 담임 선생님과 보조교사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고, 교실 안에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는 정도였다.

 

더 적극적인 특수학급 아이들

 

특수학급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마띠(18·남)는 자신의 영어 실력을 자랑하고 싶었는지 스스럼없이 취재팀에게 먼저 다가와 "내 이름은요(My name is~) '라고 목청 높여 인사를 건넸다. 이 학교는 특수학급 아이들의 수준과 능력에 맞는 맞춤식 교육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에 흥미를 갖도록 하고 있었다. 발달장애로 특수학급에 있는 한 여학생은 "한때 홍콩에 살았었다"면서 어디서 배웠는지 어색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며 취재진에게 다가와 포옹하고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실습실에서 교사의 지도 아래 망치와 쇠붙이를 들고 핀란드식 사우나용 도구(물을 뜨는 작은 국자)를 직접 만드는 5학년 아이들의 모습에서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교육과정이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일으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리코더 연주를 배우는 음악 수업이 한창인 교실에 들어서자 사뭇 다른 풍경에 의아함을 느껴야 했다. 15명 남짓한 아이들 가운데 리코더가 없는 아이들이 서너 명 있었는데 이들 역시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다른 준비물들은 다 학교에서 준비돼 있지만 리코더 등 개인 물건은 따로 가져온다고 한다).

 

물론 이 학교는 핀란드의 일반적인 종합학교들과 달리 이중언어과정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헬싱키시 외곽의 신도시인 에스포시는 학부모들의 교육욕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영어교육 열풍까지는 아니지만, 영어를 강조하는 최근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핸드폰 압수는 없습니다"

 

교실뿐만 아니라 책상은 뒤쪽에 있고, 가운데 작은 탁자와 의자 몇 개밖에 없는 교무실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교무실이라기보다는 간이휴게실 같았다. 이곳에서 교사들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교무실에서 만난 5·6학년 담당 마렛(32) 교사는 아이들의 휴대폰 소지와 관련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했다. 마렛에 따르면 "이곳 아이들도 휴대폰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데 몇 번의 교육을 통해 학교에서는 휴대폰을 끄는 것이 상식이 됐으며, 학생 스스로 본인의 휴대폰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교사나 학교에서 이를 수거하거나 압수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어쩌다 실수로 휴대폰을 끄지 않아 벨이 울리거나 하면 그 학생이 (죄책감에) 너무 민망해 해서 오히려 교사들이 괜찮다며 달래줄 정도라고.

 

교사 생활 1년차인 만디(26) 교사는 교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내게 충분한 자율성이 있고 교장은 나에게 지원자이자 조력자와 같은 존재다. 강압적으로 지시를 하거나 압력을 넣는 일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을 받는 복종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라는 설명이다.

 

이는 핀란드 교육 현장에서 교장 등의 관리자와 교사가 자율성의 원칙 아래 서로 존중하며 충분한 토론과 소통을 통해 갈등을 줄이거나 없애면서 실력 있는 교육공동체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또 하나의 힘이자 약속인 셈이다.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핀란드편' 특별취재팀 : 박수원 기자(팀장), 임정훈 시민기자, 윤정현 해외통신원

 

 

태그:#유러피언드림 ,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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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사람을 만나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중입니다. 딸들의 나라, 공교육의 천국이라고 하는 핀란드에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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