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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개관 된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에 있는 소설 태백산맥 문학관
 지난 2008년 개관 된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에 있는 소설 태백산맥 문학관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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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마음씨가 맘에 든다든지, 생각이 같다든지,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든지, 하다 못해 호감 가는 얼굴이라든지...

필자는 소설가 조정래를 만나보고 싶다. 이유야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포함해서 수백 가지지만 요즘은 좀 엉뚱하다 싶은 이유 한 가지가 있다. 그 엉뚱한 이유라는 것은 '지난 2008년에 개관한 소설 태백산맥문학관 작가의 방이 썰렁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방은 소설 태백산맥문학관 2층, 문학 사랑방 맞은편 서쪽에 있다. 계획상으로는 조정래 작가가 연간 한 두 차례 일정기간 머무르면서 집필활동도 하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맞이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곳이다. 하지만 2년여간 가구만 있을 뿐 텅 비어 있다.

소설 태백산맥문학관 1층 전시실에는 조정래 작가의 모든 것이 진열돼 있다
 소설 태백산맥문학관 1층 전시실에는 조정래 작가의 모든 것이 진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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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태백산맥문학관은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에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분단의 아픔을 소설로 그려낸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이 전 국민이 읽을 정도의 대중서로 자리 잡게 되자,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소설의 주 무대가 됐던 벌교읍에 건립했다.

건물은 건축가 김원씨의 작품으로, 옹석벽화는 이종상씨의 작품으로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함을 추구했다. 내부에는 작가의 육필원고를 비롯해 작가의 삶과 문학, 소설이 완성되고 출판된 이후 우여곡절을 겪은 많은 사건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해 놓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조 작가가 평소 작품 활동을 하면서 사용하던 연필꽂이, 파이프, 카메라, 아끼던 물건 등 다양한 것들이 전시돼 있고 그의 체취가 남아있는 의복까지 진열돼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조 작가를 만나보고 싶은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있다.

2층 문학사랑방 맞은 편에 있는 작가의 방, 2년 여가 다 돼 가지만 여전히 텅 비어있다.
 2층 문학사랑방 맞은 편에 있는 작가의 방, 2년 여가 다 돼 가지만 여전히 텅 비어있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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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굳게 잠겨있는 방 하나, 개관한 지 2년여가 다 됐지만 여전히 텅 비어 있는 방 하나가 필자의 마음에 걸린다. 전체적으로 완벽하게 짜여 있는 곳이기에 그곳을 볼 때면 더욱 아쉽고 안타깝다. 그곳이 바로 작가의 방이다.

물론, 조 작가가 매일 이곳에 기거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고픈 맘은 없다. 더 깊고 더 많은 작품을 안정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평소 기거하던 자신의 터전이 훨씬 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꾸며놓을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좀 답답한 마음이 든다.

상상해 본다. 1층 전시실 유리관 속에 작가의 손때 묻은 원고와 연필, 지팡이, 카메라, 체취가 느껴지는 의복 신발 등이 전시돼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작가의 방에 걸려 있고 놓여 있다면 그 느낌과 감흥은 어떨까? 전혀 다를 것이다.

소설 태백산맥을 비롯해 작가의 작품이 전시실에 있는 것과 평소 그가 읽었음직하고 아꼈을 책들이 작가의 방 서재 책꽂이에 놓여 있을 때 관람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 남다를 것이다.

작가의 방에서 그를 만나고 싶다
 작가의 방에서 그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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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소설가 조정래를 만나보고 싶다. 박제된 1층 전시실이 아닌 그의 방인 2층 작가의 방에서 그를 느껴보고 싶다. 그가 한민족의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고민하면서, 곧바로 따라 나오지 않는 문장 하나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줄담배를 피우다가 사용했을 파이프와 재떨이, 그리고 재가 떨어져 검게 그을린 책상 귀퉁이에서 그를 만나보고 싶다.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보성군과 벌교읍은 언제쯤 필자를 비롯한 많은 관람객들에게 이런 만남의 갈증을 풀어줄수 있을까? 시간이 좀 지났기에 조심스럽게 얘기해 본다. 몇 개월도 아니고 벌써 2년이 다 돼 가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조정래, #태백산맥문학관, #작가의방, #보성군, #벌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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